“다녀오셨어요!” 뛰어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버겁지만 반갑다. 루틴처럼 두 녀석을 안아주고서 내 책상 앞 의자 위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곧 있을 방학 특강 때문에 학원 업무가 많아져 바쁜 엄마지만 아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엄마가 바빠도 아쉬워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아 다행이라 해야 할까. 오히려 아이들 아빠가 입이 나와 있다. 방학이 더 바쁘다며...
“애들 밥 먹었고 목욕했어요. 숙제도 다 했어요.” “늦어서 미안. 빨리 오고 싶었는 데 상담 전화가 길어졌어요. 오늘도 고생이 많았네요.”
남편은 아침에는 회사로 출근하고 저녁엔 집으로 출근한다. 회사가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학원이나 유치원으로 간다. 아이들이 일과 후 집으로 돌아와서부터 2시간 동안이 엄마들의 할 일이 가장 많은 시간이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긴다. 그리고 숙제나 그 외의 것들을 확인한다. 그 전쟁을 나 대신 치르는 남편의 퀭한 얼굴이 고맙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저녁 뭐랑 줬어요?” “오늘은 애들, 라면 먹였어요.” “... 엊그제도 라면 먹지 않았어요?” “지난주에 한 번 먹었죠.” “...”
나와 신랑이 라면을 자주 먹지만 아이들에게는 라면을 자주 먹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저녁 준비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현아, 왜 자꾸 긁어?” 자러 들어가던 큰아이가 자꾸만 목과 등을 긁고 있었다. 아이를 불러 살펴보니 목과 등이 온통 두드러기 천지였다. 가끔 이렇게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피부과나 아동병원에 가도 돌아오는 대답은 ‘감기’와 같은 것이라는 말뿐이고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었다. 두드러기가 올라오면 연고를 바를 것. 심하면 병원에 와서 먹는 약까지 먹일 것. 그런데 정도가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심했다. 목의 둘레에 빼곡히 크고 작은 두드러기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등은 더욱 심했다. 거의 등의 절반 이상을 두드러기가 장악했다. 배 주변이나 다리 뒤편, 겨드랑이까지 곳곳에 두드러기가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와 신랑은 황급히 사진을 찍고 (의사에게 보여줄 계획이었다.) 예전에 처방받았던 피부약을 꼼꼼히 바르기 시작했다. 피부약은 잘 들어서 금방 가라앉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의 엉망진창 요리 실력으로 합리화해 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남편에게 다 미뤄버리고 안일했다. 아이들이 바쁜 엄마를 개의치 않는다고 괜찮은 게 아니었다. 매일 집으로 배달하던 저녁 반찬 배달을 끊었다. 조금 더 늦게 집에 오게 되더라도 직접 장을 보면 될 것을. 그날의 저녁을 새벽에 해놓으면 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