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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Aug 10. 2023

엄마는 맨날 동생만 이뻐하잖아.



“엄마는 맨날 오빠만 이뻐하면서!”

입이 잔뜩 나온 딸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홱 돌린다.


첫째의 큐브를 발견한 아이가 눈빛을 반짝이자 나도 모르게 황급히 책장 위로 올려버렸다. 경솔했다. 다른 먹잇감을 먼저 줬어야 했는 데.


초2 여름을 보내는 아들은 큐브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처음엔 우리 아들이 천재는 아닐까 싶었다. 그도 그럴게 제법 그럴싸하게 큐브를 휙휙 돌리면서 면을 맞추는 걸 몇 번이나 봤다. 거기다 꼭 한 면만 완벽하게 색깔을 맞췄다.


'오. 이제 면 하나는 저 정도로 능숙하게 하는 건가. 설마. 좀 더 가지고 놀면 막 티비에서 보던 그런 사람처럼 하는 거 아니야?'


 일주일 전 첫째의 큐브를 둘째가 섞어버렸다. 그때, 첫째에게 다시 맞추면 된다며, 할 수 있다고 연신 응원했다. 그리고 첫째의 큐브 비밀을 알게 되었다.


좋아는 하지만 잘 맞추지 못하는 아들은 늘 같은 방향으로 돌리면서 스스로 만족해 왔던 것. 정해진 방향으로만 반복적으로 돌려서 제자리로 돌아오게. 이를 모르고 보면 나처럼 깜빡 속을 만큼 손동작이나 돌리는 속도가 그럴듯했다.


그런 큐브를 동생이 다 섞어놔 버렸으니 망연자실할 수밖에. 아이는 울부짖으며 내게 도움을 청했다. 발 벗고 나섰지만 큐브는 내 영역이 아니었다. 이게 더 섞이는 건지 맞춰지고 있는 건지.


 첫째의 화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믿었던 엄마도 손을 못 쓰자 답답했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결국 죄 없는 아이에게 동생이 만질 수 없게 치워놓지 그랬냐며 화살을 돌렸다.


엄마는 맨날 세아만 좋아하고.”


내 역정에 돌아온 아이의 속상한 한마디는 나를 마음 아프게 했고 나를 돌아보게 했다.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엄마가 큐브를 못 해서 니 마음을 풀어줄 수 없어 엄마 또한 속상하다고. 앞으로는 세아가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두자고.


큰 아이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동생을 더 사랑한다는.


나도 두 아이 중 누굴 더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사랑을 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재보려 한 적 또한 없었다.


다만, 두 아이 모두 내 어떤 걸 내주어도 기꺼이 내줄 수 있으며 두 아이를 위한 고통이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혹시나 나의 무의식 속 행동에서 큰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불안했다.


그리고 오늘 딸의 입에서 같은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이들의 말은 우리와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을 비교하는 의미가 아닌 그저 지금 속상하니 엄마의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하나의 표현이었다.


다음엔 꼭 이야기해 줘야지.


속상해하지 마. 엄마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속상해하지 마. 엄마가 다른 장난감을 찾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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