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육아 : 애들 만능 공식은 짜장?
아니.. 었나...?
우리 집 자상함을 담당하고 있는 신랑이 이번 주말은 회사의 페인트 뭔가를 한다고 일요일까지 바쁘게 출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달 전부터 전해왔다. (두둥)
어제 금요일, 자기 전부터 나도 모르게 어딘가 힘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겠지.
혼자서 해내야 되는 데 기왕이면 썩 멋있게 해내고 싶었고 아이와의 즐거운 추억 한 페이지가 또 만들어지면 더욱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내 나름의 멋진 계획을 세웠지.
내 계획은 그럴싸하고 완벽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위주로 가장 실패가 적은 것들로.
오늘 아침이 바로 그 시작이다.
오늘 아침은!
아이들에게 만능 공식인 짜장이다!
짜장밥이나 짜장라면을 해줄까 하다가 좀 더 특별하게 짜장떡볶이를 준비했다. 시중에 파는 걸로 실패 없이 준비했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을 먼저 삶았다.
네모난 아이들 그릇에 반으로 잘린 삶은 계란이 노란 배를 보이고 그 옆에 짜장라면이 있는 상상을 했다. 짜장이 계란을 반쯤 덮은.
순조롭게 흐르는 분위기에 내심 기대됐다.
아이들이 겁나 좋아하겠지?
자신감을 갖고 냄비에 물을 부었다.
잠깐. 물 200ml?
음. 이 정도면 되는 건가?
왠지 딱 맞춰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우리 집엔 계량할 게 없었다. 요 똥손인 나는 한참만에 눈금 있는 텀블러를 찾았다.
니가 있어 다행이야.
비닐에 적힌 대로 순서대로 넣었다.
물ㅡ야채?ㅡ짜장가루ㅡ떡
우와... 진짜 '망했다' 싶었다.
물 조절이 텀블러 200으로 하면 안 되는 건가..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었는 데
다행히 짜장 떡볶이는 나의 간절함에 응답했다.
속으로 기쁨을 표효했다. 윤기좔좔이라니!
이렇게 아침부터 아이들을 신나게 해 줄 생각에 내가 더 신나 있었다.
삶은 계란의 배를 가르려는 순간.
"엄마! 나는 안 자를 거야! 계란 그냥 줘, 자르지 마."
응? 내가 생각한 비주얼이 있는 데..?
"이거 자르면 더 이뻐~ 잘라서 주면 먹기도 편해~"
"시러!"
요즘 만 5살 딸의 시러병이 아침부터 발발했다.
그래그래 그냥 줄게.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짜장 떡볶이가 완성됐다.
냠냠
"..."
아이들은 신나는 모습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떡볶이를 먹었다. 좀 더 신나는 모습이 나올 줄 알았는 데...
"엄마, 그만 먹을래요."
입 짧은 첫째가 두어 개 집어먹더니 말했다.
"왜?"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었던 둘째마저 반을 남겼다.
"엄마, 그만 먹어도 돼요?"
"... 응"
뭐가 잘못된 걸까?
역시 만능 공식이라는 건 없다. 세상 이치라고 하는 것들도 결국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짜장 라면이었지 짜장 떡볶이가 아니었던 것을 인정하자.
괜찮아. 이다음 스케줄은 키즈카페야.
이건 진짜 확실한 치트키야.
나를 위로하며 아이들이 남긴 떡볶이를 베어물었다.
그냥.. 맛이 없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