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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Oct 27. 2023

남다르게 이기적인 K엄마


대한민국 K 엄마.

또 다른 나의 이름. 나는 여전히 이 이름에 이질감을 느낀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는 엄마가 되는 순간 이름을 잃기 시작한다고.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속 응어리가 생기는 엄마들이 많다 했다.


'나'로서가 아니라 '엄마'로서 살아가며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아닐지 싶다. 바로 한국 사람들이 떠올리는 '상징과도 같은 엄마'들. 그러니 나는 아닌 듯하다.


"여보는 늘 일이 우선이잖아."


남편은 가끔 희생적인지 않은 내게 서운해하거나 마치 모성애가 없는 듯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한 가지였다.


"그럼, 여보가 하면 되잖아."


투덜대는 남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나는 오히려 ㅇㅇ이 엄마라고 불리기를 원하고 ㅁㅁ이 엄마라 불리기를 원할 때가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아마 이름을 잃지 않았기에 가지는 여유이지 않을까.


나는 호칭에 따라 지금 내가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 내게 어떤 걸 기대하는 호칭인지, 이곳에서 나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내가 머리가 나빠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호칭이 내 마음가짐에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호칭에 감정을 넣지 않고 그 기능을 바라본다.


일터에선 선생님으로 불린다. 글 쓰는 모임에서는 작가님. 아이들 학교나 유치원에선 누군가의 엄마로. 아, 제수씨도 있구나.


어쨌거나 그 모든 게 나다.




내가 이토록 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이다. 내가 가진 신념이랄까, 믿음이랄까.


아이들은 보고 자라는 영향이 가장 크다. 아이들에게 내가 '엄마'라서 포기하는 모습은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포기의 원인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라는 슬픈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아이들이 생각하게 하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고서 아이들 '덕분에' 이룰 수 있었다고 전하고 싶다. 꼭 끌어안고서 고맙다고. 그렇게 나는 한 발 한 발 내디뎌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이런 게 이기적인 마음이라면,

아이들에게 이 이기적인 마음까지도 나는 가르치고 싶다.


너의 인생을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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