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얼마 만에 영화관이야.

by 잔잔한손수레


눈에 눈꼽이 낀 듯 뿌옇게 사진을 찍었다.

나의 주인공은 날개모양이 중앙에 박혀있는 파란 제복모자를 쓰고 고글을 끼고 있는 미니언즈다.

큰 눈밖에 보이지 않는 제복 입은 미니언즈는 미니언즈 중에서도 길쭉한 미니언즈다.

그가 타고 있는 비행기는 거은 유리창에 검은 코를 갖고 있지만 미니언즈와 똑같은 노란색 본체다.

미니언즈만 한 싸이즈로 미니언즈와 비행기가 퍽 귀여운 비율이다.

빤질빤질 비행기의 윤기에서 눈이 떼지지 않는 다.


"여보, 머 먹을 거야?"


귓가에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랜만에 나온 둘의 데이트.

그의 목소리는 잔뜩 커졌고 말이 빨라졌다.

알록달록 전광판에 다양한 세트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끝에는 상영하고 있는 영화 포스터 화면이 켜져 있다.

"콤보를 먹기엔 너무 양이 많을 까? 근데 또 없으면 아쉽잖아."


결정력 장애가 있는 남편은 연신 내게 묻는다.


"그냥 콤보 먹어, 남으면 들고 가."


"그래, 그럼 남으면 집에서 맥주랑 또 먹지, 뭐."


"근데 우리 진짜 영화관 오랜만이다, 그렇지?"


"맞아, 오랜만에 오니 완전 새롭네."



오늘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왠지 억울하다.


"여보야, 우리만 뼈 빠져라 일하나 봐. 평일 낮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우리도 지금 여기 있잖아. 다른 사람들 보기에 우리도 늘 이러는 걸로 볼껄?"


"뭔가, 다들 이렇게 여유롭게 사는 데 우리만 안 그런 거 같아."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 했어. 다들 열일하다가 우리처럼 오늘 모처럼의 기회일 거야."


도대체 내가 놀러 갔는 데, 사람이 많으면 왜 억울한 걸까?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여유로워 보이고 나만 아등바등하며 사는 것처럼 느껴질까?


남편의 말이 일리가 있다. 하지만 마음에 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분명, 여기에 이런 여유로움이 일상인 사람은 분명 있을 걸.


들뜬 신랑이 잡아끄는 대로 영화관에 입장했다.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그리고 이런저런 광고가 흘러나오는 화면을 보면서 귀를 만졌다.


'영화관은 엄청 시끄럽네. 진짜 오랜만이라 그런가.'


그때 옆 사람끼리의 대화가 큰 광고 소리를 뚫고 작게 들려왔다.


"진짜 얼마만의 영화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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