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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Aug 21. 2023

엄마

 

"아, 눈부셔."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딸아이가 눈을 찡그린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살을 간지럽히는 건지 찌르는 건지 헷갈린다. 더운 날씨에도 딸아이는 양 갈래로 땋은 머리 덕분에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딸아이는 살포시 내 손을 잡아 자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햇빛이 쨍할 때면 내가 늘 만들어 주던 그늘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버스를 타러 가는 동안 딸아이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고 손으로 그녀의 이마 양산이 되어주었다. 오늘도 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열댓 번쯤 손을 흔들고 나서야 버스가 출발했다. 팔을 주무르며 돌린 발걸음이 가볍다. 내 발이 가벼운 건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가 아니라 아이와 나의 추억이 하나 더 적립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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