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서 일 년 차였던가.
사는 데 의문을 가졌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나 잘 살고 있는 건가.
성격상 뭐라도 하며 살았던 것 같은 데 뚜렷하게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지조차.
'의식 없이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바라는 건 있었다. 막연했고 방법이 희미했다.
그래서 종이배처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
흘러가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잠시 멈추었다.
구체적인 책 내용에 내 막연했던 바람이 형체를 갖추었다.
희미했던 방법이 조금씩 색을 가지고 희망이 되었다.
돛을 움직여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생각'을 하고 '계획'을 했다.
내가 가는 방향을 알기에 길을 잃지는 않았다.
더딜 때도 달릴 때도 있지만 마냥 즐거웠다.
언젠가부터 내 바람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가슴이 벅찼다.
이상한 건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했는 데 어느새 또 저만큼 멀리 있다는 것. 술래가 된 기분이다.
길을 찾았을 땐 그저 즐거웠는 데 괜히 약이 오른다.
욕심 없이 내 속도로 걸었는 데 무심코 초조함에 발을 재촉한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땐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도 괜찮을 텐데. 그걸 못 참는 다.
대체 누굴 쫓고 있는 건지.
나는 여전히 술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