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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Sep 04. 2023

쫓는 사람.


결혼하고서 일 년 차였던가.


사는 데 의문을 가졌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나 잘 살고 있는 건가.


성격상 뭐라도 하며 살았던 것 같은 데 뚜렷하게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지조차.


'의식 없이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바라는 건 있었다. 막연했고 방법이 희미했다.

그래서 종이배처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


흘러가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잠시 멈추었다.

구체적인 책 내용에 내 막연했던 바람이 형체를 갖추었다.

희미했던 방법이 조금씩 색을 가지고 희망이 되었다.


을 움직여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생각'을 하고 '계획'을 했다.

내가 가는 방향을 알기에 길을 잃지는 않았다.

더딜 때도 달릴 때도 있지만 마냥 즐거웠다.


언젠가부터 내 바람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가슴이 벅찼다.


이상한 건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했는 데 어느새 또 저만큼 멀리 있다는 것. 술래가 된 기분이다.


길을 찾았을 땐 그저 즐거웠는 데 괜히 약이 오른다.

욕심 없이 내 속도로 걸었는 데 무심코 초조함에 발을 재촉한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땐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도 괜찮을 텐데. 그걸 못 참는 다.


대체 누굴 쫓고 있는 건지.

나는 여전히 술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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