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 오늘도 별일 없이 보낸 하루였어.
넌 오늘 아침에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할 일을 스스로 하고 있었지.
아침식사 규칙이 만들어진 이후로 아침식사가 쉽지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거 엄마도 다 알고 있어. 물론, 오늘은 딸기잼을 바른 빵이어서 아마 넌 어려움 없이 아침 식사를 즐겼을 거야.
학교에 가기 직전까지 우린 전쟁을 치렀지. 옷은 뭘 입을 건지, 가방은 챙겼는지, 양말은 신었는지. 매번 너 스스로 잘할 걸 알면서도 재차 확인해서 엄마가 귀찮지는 않아? 점점 엄마가 확인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 물어볼 때마다 넌 이미 다 해놓을 때가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
거기다 아침마다 넌 동생을 유치원차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잖아. 엄마 일을 도와주겠다는 기특한 세현이 마음에 엄마는 참 고마워. 물론, 매번 세아랑 티격태격 싸우면서 나가지만 말이야.
엄마는 세현이에게 참 고마울 때가 많아. 예전에 엄마가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했을 때, 세현이가 그랬지.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야? 그래서 실수하는 거야? 나는 괜찮아. 엄마도 조금씩 나아질 거니까."
그때,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 엄마도 너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 너의 부족함도 이해해 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엄마. 그런데 그게 어렵더라. 역시 세현이는 대단한 거였어. 엄마는 무지 어렵던데. 앞으로 엄마가 더 노력할게.
오늘 엄마가 세현이에게 편지를 쓴 건 축하해주고 싶어서야. 아들 인생의 첫 도전을 너무 축하해. 이번 승급 심사를 위해서 주말마다 놀러 가고 싶은 거 꾹 참고 태권도 열심히 연습했잖아. 세현이의 노력이 엄마는 참 멋있었어. 누구나 띠를 딸 순 있어. 어쩌면 운이 따라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거든. 마음이 뜨거운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우린 그걸 '열정'이라고 불러. 세현이의 '열정'을 본 엄마는 감동을 받았어. 승급 심사에서 조금 빠르게 해서 아쉬워했던 너는 웃으며 말했지. "아쉽긴 하지만 괜찮아요. 열심히 했어요. 사실 붙었으면 좋겠지만 못 따도 할 수 없죠. 다음에 더 열심히 하는 거죠.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니까."
너는 한자급수시험에 대해 묻는 엄마에게도 이렇게 답했어. "도전해 볼래요. 못 할 수도 있지만 포지 하지 않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가끔은 엄마가 스스로에게 하는 채찍질이 너에게 들렸나 걱정될 때도 있었어. 하지만 엄마는 너에게 도전하는 열정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아. 그래서 노력하는 네게 감사할 뿐이야.
오늘 태권도 관장님이 문자가 오셨어. 심사에서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러. 엄마는 너의 과정을 봐서 결과가 중요하진 않지만 그 결과를 듣고 기뻐할 너를 생각하니 엄마까지 행복해지더라.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어. 널 축하하기 위해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 까. 그래서 고민 끝에 편지를 써. 엄마는 세현이에게 편지를 받을 때가 제일 좋았거든. 그래서 엄마가 받은 것 중 제일 좋았던 선물을 세현이에게도 해주고 싶었어.
아들, 첫 도전을 축하해.
그 도전에서의 결실도 너무나 축하해.
멋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엄마는 너를 항상 응원할 거야.
엄마가 아들 너무너무 사랑한다♡
ㅡ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가ㅡ
PS. 인터넷 '좋아요'와 '댓글'에 부쩍 관심이 많은 널 위해 부끄럽지만 엄마는 이곳에다 편지를 올리고 네게 오늘 저녁에 보여줄 생각이야. 니가 좋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