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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Oct 14. 2022

에필로그 : 불 꺼진 나의 작은 집

혼자 살기 시작한 후, 처음 본가에 갔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부산 집에 도착하자마자 정말 잠이 너무 너무 몰려왔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으며, 낮잠도 잤다하면 두세 시간이었다. 평소에 잠을 적게 자거나 못 자는 것도 아니었다. 예전에 동생이 부산에 오면 잠만 잔다고 타박했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엄마는 혼자 산다고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본가에 오면 피곤한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푸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웃기게도 집에 너무 가고 싶었다. 물론 여기도 집이고, 침대도 훨씬 넓고 절대적으로 편한데 그것과 별개로 소유주는 남이지만 거주자는 나인, 그 작은 집이 그리웠다. 


부모님은 딱히 간섭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시다. 오히려 내가 이것 해 달라 저것 해달라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부모님을 부려 먹는다. 객관적인 상황은 훨씬 편함에도 혼자 있는 그 곳이 그리워졌다. 


엄마랑 누워서 얘기하다가 같이 잠들면 도무지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이십 년 넘게 동생과 같이 자왔는데, 몇 개월 혼자 잤다고 누가 옆에 있는 상황이 어색해져 버렸다. 


누군가는 혼자 살면서 외롭다고 느꼈을 때가 집에 들어왔을 때 불이 꺼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상황이 오히려 편안하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그대로이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출근 준비를 하며 아무데나 걸쳐둔 수건과 잠옷에 한숨이 나지만, 오롯이 나만의 공간인 이 곳이 편안하다.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하고 난 뒤엔 지금의 기분을 반감시키는 일들이 꼭 생기지만, 지금 시점에선 내 기분과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하다. 나는 혼자이며 걱정 투성이인 지금이 정말 좋다고. 


머리카락을 보며 아침에도 한숨, 저녁에도 한숨이지만 나는 지금 나의 삶에 꽤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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