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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경 Jul 05. 2022

덕질하기 좋은 곳, 서울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게

서울이 다른 곳에 비해서 너무 좋다 이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솔직히 모두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일명 '덕질'을 하는 사람에게 너무 좋은 곳. 서울이다. 반박 받지 않는다. 뮤지컬, 콘서트, 전시... 여가의 스펙트럼을 넓히기에 대한민국에서 서울만한 곳이 없다. 나도 쉼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에 있을 당시 '덕질'에 대한 갈증이 정말 컸다.


그 날도 한가하게 트위터를 떠돌고 있다가, 내가 좋아하는 A의 콘서트가 고척 스타디움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청난 팬이 아니지만 노래와 멤버를 다 아는데, 콘서트 정도는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심지어 그 가수는 전국 투어를 거의 하지 않는 가수였기 때문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공연 날짜를 체크해보았다.


요즘 많은 콘서트는 팬클럽 선예매 후 - 많은 가수들이 팬클럽 가입자에겐 선예매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 후 선예매 미지정 구역 또는 남은 좌석에 대해 일반 예매를 진행한다. 나는 팬클럽이 아니었으므로 일반 예매밖에 선택지가 없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티케팅, 일명 피케팅에 참전을 하였다.

예매는 잘한다. 기자석을 예매했었다.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 했던가? 나는 아주 무난하게 티케팅을 성공하고야 말았다. 남은 자리 중에 더 좋은 자리가 없나 들락날락거리며 친구 표도 두어 장 더, 무려 연석으로 예매했다. 아, A의 인기도 이제 옛날같지 않은 걸까? 그렇진 않을 텐데 우울해 하며 트위터에 [A 콘서트 2열 성공 ㅋ 쉽네 ㅋㅋ] 짧은 트윗을 하나 남기고, 내 자리의 시야가 어떤지 검색을 해보는데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지지 않았다. 서버가 터진 것이었다. 나는 운 좋게 들어간 소수의 인원이었고, 트위터 실트(실시간 트렌드)는 해당 사이트의 유리 서버를 욕하는 글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일명 써방(서치 방지)를 안 했던 내 트윗에 다수의 팬들이 답장을 남겼다. 그 중에선 표를 몇 배되는 가격을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 


계산기를 두들기는 내 머리통, 물욕에 미쳐 내가 그렇게 욕하던 되팔이가 되는 게 아닌가 겁이 났던 나는 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했고, 나는 친구에게 수수료 대신이라며 커피쿠폰을 받았다. 친구 역시도 유약한 서버와 '이선좌'에 무릎 꿇은 상태였다. 


나는 그 날 다른 공연이랑 겹쳐서 그 콘서트를 포기를 했었다. 내 표들은 당시 그 가수의 팬이었던 친구들에게 돌아갔고 몇 몇 장은 다시 취케팅의 전선으로 보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다. 지금은 일반 예매가 아예 불가능한데!) 


여튼 콘서트 날짜를 기다리며 예전과는 달라진 내 모습을 보았다. 물론 나도 광역시에 살았기 때문에 특정 시즌이 되면 공연이 적은 편은 아니었음에도, 아이돌 콘서트는 정말 흔하지 않긴 했다. 게다가 공연이 다른 공연과 겹쳐서 하나를 포기한다는 일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두 달 전에 예매한 콘서트 일정과  겹칠 수 있는 일정은 옥중, 상중, 아웃오브안중 세 개 정도밖에 없다. 


만약 내가 부산에서 콘서트를 보러 온다면?


저녁 7시 시작 콘서트. 당일치기라면 적어도 아침 10시엔 출발해야 한다. ktx타고 와서 또 공연장까지 넉넉하게 한 시간. 공연장 앞에서 MD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품절 스티커가 하나씩 붙을 때 마다 피가 마른다. 왜 인터넷으로 미리 팔지 않는 건지 기획사가 원망스럽다. (요즘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포카(포토카드)를 교환하고 트위터로 예약해 놓은 것 비공식 MD들도 챙긴다. 아침도 대충 먹었는데 점심도 걸렀다. 오후 4시쯤 든든하게 밥 먹고, 스탠딩 공연일 경우, 아무리 피곤해도 커피는 포기해야 한다. 기껏 펜스를 잡을 수 있는 자리로 예약 했는데, 중간에 화장실 가는 불상사를 막아야 하기때문이다.

웃으며 울며 콘서트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간다. 앵콜까지하면 10시. 그럼 공연장의 위치에 따라 9시부터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앵콜을 포기하느냐, 기차를 포기하느냐. 보통은 앵콜을 포기하고 기차안에서 핸드폰을 부여잡고 안타까움의 검색만 계속 한다. 심야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체력과 안전의 문제로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이런 콘서트하는 날이면 심야 버스는 나와 결이 같은 사람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앵콜을 포기할 수 없다면 당일치기의 콘서트 일정이 1박 2일 이상의 여행 코스로 변경된다. 우리 오빠들이 갔던 밥집과 카페등을 곁들인 'A투어'가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라면 어떨까?


서울이라도 물론 7시에 시작하는 공연장을 아침 10시에 출발해야한다. 공식 md를 최대한 많이 사야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부터 줄을 섰다는 말에 헐레벌떡 일어나서 나간다. 생각보다 줄은 짧았고, 원하는 걸 전부 사진 못했지만 아쉽지 않을 정도로는 샀다. 아직 비공식 물건을 나눠주러 나온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걸 보니 근처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다. 조금은 지루하지만 긴장되는 시간을 보내고, 콘서트를 즐긴다. 앵콜까지 다 보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면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 지하철엔 나처럼 공연을 복기하며 입을 틀어막고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하다. 


다른 격차도 서울과 지역이 심하다지만, 공연이나 문화에선 정말 압도적이다. 직업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도 서울을 선망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던 면이 많았다. 급여가 높다, 일자리가 많다. 이런 것도 있지만 혼자사는 비용과 가사 노동의 강도를 계산해보면 그 부분에 있어서 서울이 '압도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 가 본 락 페스티벌, 이박 삼일을 가기 위해 나흘의 알바를 빼야하는 상황. 나는 꼭 서울에 올라가서 이런 것들을 누르고 살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서울에 올라온지 3년만에 코로나가 온 나라를 지배하며 누리고 싶어하던 모든 것들이 멈췄고, 그런 공연을 더 갈망하게 되었다. 저런 공연의 열기가 너무 그립다. 이제 조금씩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나는 사람이 많은 영화관도 겁내는 상황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되는 공연. 좋은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가을의 주말. 난 부산에서도 즐기고, 굳이 이천이나 서울 올림픽공원까지 올라와서 공연을 보기도 했었다. 아마 그 땐 체력으로 시간과 공간을 극복 했던 것 같다. 

야외 페스티벌이 전생의 일같다.

공연을 하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공연을 갔지만 친구와 같이 앉을 수 없던 때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앉았지만 짝짝이나 소고를 치며 스포츠를, 공연을 보던 상황도 있었다. 이제는 실내 공연장에서 떼창을 하는게 가능해진 시기가 왔지만, 몇 년 사이에 계속 바뀌어온 나의 아이돌은 공연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선예매를 위해 가입해둔 팬클럽의 기한도 어느새 끝나간다. 초조하지만, 계속 기다리고 있다. 2호선 또는 1호선에 몸을 싣고 공연장에 1시간만에 도착할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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