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사고나기 딱 좋은 곳이네
계절이 좋다. 야외운동을 하기 딱 좋은 날씨다. 운동은 365일 해야 하지만, 추워서 더워서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미루지만 지금은 미룰 핑계도 없다.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걷기도 뛰기도 좋지만, 자전거 타기에 너무 좋은 저녁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남산을 자전거로 오르는 분들이 많았지만, 야외 활동에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부쩍 남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는 자전거로 남산을 오를 생각도 하지 않고, 오르지도 않지만 이 코스를 걸어서 오르내리며 수없이 많은 자전거를 만났다. 보통의 자전거들은 기록을 위해, 목표를 위해 안전 수칙을 지켜가며 열심히 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사고로 이어진다. 이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말 주의해야 한다.
위험한 상황을 자주 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3개 정도 쌓이면 기억해 놨다가 적어야지.라고 다짐을 했는데 어느새 3개가 되어서, 감히 적어볼까 한다.
물론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는 내 입장에서 위험하게 다니는 다른 이륜차나 전동 킥보드와 다를 바 없는 행위를 하시고 다치는 분들도 많아서 한 번 초보 라이더들을 위해 경고이자, 걱정의 글을 적는다.
1. 남산 코스는 기본적으로 일방통행이다.
다른 길도 있겠지만, 순환버스가 다니는 길을 기준으로 설명을 하자면, 이 길은 일방통행이다.
아주 가끔씩, 하지만 여기 적을 케이스 중에 가장 빈번한 숫자로 나는 남산 순환길에서 이 길을 역주행하는 사람을 만난다. 아무래도 오르막으로만 쭉 이어진 2~3 km 정도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 이 길은 정말 위험하다. 올라가는 길이 힘든 만큼 내려오는 길의 쾌감이 상당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절대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면 안 된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정말 위험하다.
역주행을 하다가 혹시 버스를 만나면?
버스를 피해 인도 안으로 들어왔다가 역시 버스를 비켜 들어온 올라오는 자전거를 만난다면?
운 좋게 피했는데 버스를 비켜 인도로 들어온 자전거가 한대가 아니라 두대였다면? 그 이상이었다면?
그 뒤에 사람이 있다면 근데 사람이 강아지와 함께 올라오고 있었고 그 강아지와 사람 간의 간격이 50센티 이상 떨어져 있었더라면?
뭐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모두 내가 본 역주행을 하던 자전거가 만난 상황들이다. 사람이 적거나 차가 안 다닐 땐 운 좋게 내려갈 수도 있지만, 자동차가 그렇듯 모든 위험한 상황이 사고로 이어지진 않는다. 단지 사고가 났을 때 절대 작은 사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저주가 아니다. 경고이자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또 말씀드리자면, 정말 위험하다. 목숨은 하나다.
2. 국립극장 앞 좌회전이 비보호는 맞는데..
많은 자전거들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반얀트리 쪽으로 올라간 다음 횡단보도 신호에 맞춰 남산으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그 루트를 선택한다. 이 구간에서 버스 종점 구간까지 중에 마지막 내리막이기 때문에 여기서 추진력을 받아서 올라가는 것 같다. 아주 가끔, 멈춤 신호의 타이밍을 이용해서 내려오던 추진력을 이용해 좌회전을 해서 바로 올라가는 자전거들이 있다. 이 길은 사람도 차도 적은 길이지만, 없진 않다. 그 말은 당신이 부주의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부주의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장충단로를 따라 내려오던 자전거 ‘무리’가 동시에 좌회전으로 진입을 하는 것을 보았다. 철새 떼처럼 떼를 지어 가는 게 아니라, 신호대기 중인 차들을 두고 앞 뒤로 좌회전을 하더라. 글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앞 뒤라고 밖에 표현을 못했지만, 좌회전을 크게 작게 도는 자전거들도 많았으니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신 거다.
일방통행이라 내려오는 차가 없다는 데서 경계가 풀어진 느낌인데, 바로 옆 국립극장에서 나오는 차들도 있고 일반 차량이 올라가지 못한다는 걸 올라와서야 알아서 유턴해서 나가는 차들도 있다. 그 신호 역시도 비보호 좌회전이다. 비보호 좌회전의 뜻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 ‘마주오는 차가 없을 때 좌회전이 가능하며, 운전자의 주행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사고가 나면 과실 책임도 크다.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목숨은 하나다.
3. 버스와의 안전거리 지켜주세요.
버스는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다. 마라톤을 할 때는 앞사람만 보고 따라가라.라고 하던데, 자전거 라이딩을 할 때 그 대상으로 버스를 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많은 수의 자전거가 본인의 페이스 유지를 위해(?) 오르막에서 버스와 아주 바짝 붙어 간다. 정말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봤자 마시는 건 매연이다. 북측 순환로에서 예장 주차장까지 버스 정류장이 없어서 버스가 멈추지 않고 쭉 올라가긴 하지만, 버스가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도, 바로 뒤에 붙어서 올라가던 자전거가 어떻게 될지 한 번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실제로 이건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을 본 적이 있다. 버스가 우회전을 하며 속도를 줄인 것 같아서 뒤에 바짝 붙어 있던 자전거가 콩-붕-팍. 타이 음식 이름이 아니다. 너무 많이 다치셔서 표현을 할 수 없다다. 사람은 피를 철철 흘리며 길에 누워있고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앰뷸런스도 올라와야 하는데 1차선 도로는 피할 길이 없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외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버스가 남산 순환로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버스들은 서울 전경이 보이는 장소가 나타나면 속도를 줄이고 잠시 정차한다. 절대 버스를 페이스 메이커 삼아서 바짝 붙어가면 안 된다. 언제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달려야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목숨은 하나다.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자전거 조명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녁에 전조등은 당연하고, 밤일 경우엔 앞 뒤 조명을 다 설치하고 켜야 하는 듯하다. 저녁엔 정말 어두운 곳이라 나의 존재를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라갈 땐 뒤차를 위해 뒤를 내려갈 땐 앞차를 위해 앞을 켜야 하는 것 같다. 서로 조심하자는 신호니까. 이거 켰으니 너만 조심해! 는 좀 양아치 같은 발상이고.
혼자 올라가시는 분들은 음악을 조금 크게 틀어도 될 듯하다. 조명과 같은 이유다. 둘이나 셋 이상이면 그나마 빛이 빛을 발하지만 혼자면 시원찮다. 서로 놀라서 페이스를 잃는 분들을 봤다. 올라가는 길에서 한 번 페이스를 잃으면 다시 추진력을 얻기 힘든 곳이 남산 오르막길이다.
가끔 혼자 힘들게 오르는 분을 보고 있을 때면 파이팅! 얼마 남지 않았어요!(거짓말)을 외치고 싶을 때가 있다. 달리기를 할 땐 주변 분들이 인사를 많이 해주는데, 의외로 힘이 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음으로만 파이팅! 힘들었죠? 앞으로도 힘들 겁니다! 를 외칠 때가 있다. 사실 이건 나의 좋은 기억 덕분에 마음으로만 외치는 듯하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운동을 하는데 산타 복장을 입은 분들이 남산 업힐을 오르시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를 외쳐주신 적이 있었는데 기분이 좋았거든.
다들 안전한 라이딩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