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비슷한 운동의 반복이다. 코어 운동을 하고 러닝머신을 뛰는, 빡센 1시간. 내가 운동중에 가장 쥐약인건 팔운동이다. 나는 7살짜리와의 팔씨름도 벅차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래 매달리기를 한 날, 여전히 손에 힘이 없어 손가락으로 매달리는 상황이었는데, 갈비뼈? 등근육? 어딘가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느끼는 근육 움직임이었다. (옳은지 아닌진 모른다) 뼈 이름도 모르는 옆구리쪽 근육이 아팠다. 약간
근육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심상치 않았다. 운동초보가 그렇듯 이 심상치않음 움직임이 운동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뿌듯함 그 자체!
친구와의 만남. 운동 시작 후에 운동 전날과 운동한 날은 약속을 안 잡았지만, 그래도 될 것 같다는 기분에 약속도 잡았다. 메뉴도 삼겹살로 딱이었다. 피곤하니까 술은 넘겨야지. 저녁 약속까지 모든 것이 다 뿌듯했다.
기분 좋게 고기를 먹고 2차로 와인을 딱 한 잔 마셨다. 정말 한 잔이다. 밖에서 와인은 너무 비싸서 병으로 마실 수 없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와인 가격을 볼 때면 제정신으로 돌아오는데, 마시지 않았으니까 눈을 부릅뜨고 잔으로만 시켰다. 소주보단 낫겠지, 맥주는 배가 아프니까 맥주는 안되고, 콜라를 먹느니 술이 낫다. 커피는 밤에 못 마시니까... 온갖 합리화를 시키며 소거법에 의하여 와인만 남은 것이다.
와인 한 잔이란게 참 애매하다. 소주로 치면 '잔술'이니까. 조금만 따라주면 적게 느껴지고 많이 따라주면 또 버겁다. 좀 양이 적다고 느꼈지만 취할때까지 마실 건 아니니 기분 좋게 딱 한 잔을 마셨다.
목도리를 두르고 나와 찬공기를 후욱 들어마시는데, 찬공기와 함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목이 깔깔하다. 최소 감기, 머릿속을 스친 단어였다. 오늘은 씻고 바로 누워 전기장판을 끝까지 올리고 자야지. 침대에 눕는 약속은 누구보다도 잘 지키는 나였기때문에 마지막 나와의 약속도 지키는 것에 성공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의 느낌이 좋지 않다. 이건 백프로다. 아직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다. 아님 최소 독감이다. 몸에 성한 구석이 없었다. 급하게 서랍에서 코로나키트를 꺼내 오랜만에 코를 쑤셨다. 음성. 이렇게 아픈데도 코로나가 아니라니,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병원에 들렸다. 독감도 아니다. 세상에! 대체 독감과 코로나는 얼마나 아픈 걸까? 여기서 약간 뇌정지가 왔나 싶은게, 그럼 진료를 받고 약을 지어오면 될걸. 수액 맞으면 안될까요? 그정도는 아닙니다 한 마디에 그냥 넹 ㅠㅠ 하고 복귀를 했다.
일이 많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 내일 연차를 올려놓고 내일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를 마무리 지어놨다. 일을 하며 이렇게 비슷하게 아픈 적이 있었는데라는 기시감이 들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설마. 설마. 설마.
아주 예전에 빡세게 마사지를 받은 다음 날, 근육통이 왔었다. 온 몸 근육이 후끈후끈하고 열 오르는 느낌. 몸을 어찌할바를 모르겠는 상황. 처음 근육을 풀었던 날처럼, 처음 안 쓰는 근육을 쓴 날도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날 병원에서의 결과도 그랬다. 감기몸살. 얼마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살았으면, 오래매달리기 두 번에 요령을 터득했다고 생각한 다음날부터 앓아 누울 수가 있는지. 믿을 수 없다. 내 유약한 몸뚱아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평소에도 운동하듯 근육의 움직임을 신경쓰라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 결과가 한달만에 극심한 근육통으로 찾아온 것이다. 스트레칭 좀 하고 살지, 저녁 먹고 쭈구리고 앉아있지나 말지.. 근육통으로 끙끙 앓으며 나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하루종일 누워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폰 넘길 힘도 없어 누워있는 내내 정말 누워만 있었다.
일요일 오후나 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평소 운동하지 않은 내 몸뚱아리에 호되게 혼난 나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