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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May 23. 2024

여행 복기 - 나는 왜 홍콩이 별로였나 (2)

홍콩 여행, 뭐가 문제였지?

홍콩 여행의 목적은 원앤온리 디즈니랜드였다. 겨울왕국 어드벤쳐 오픈! 11월 오픈이라는 것 말고는 정해진 것이 없어 적어도 마지막주 주말엔 오픈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마지막주 주말에 홍콩행을 결정했다.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바로 그 주 목요일에 오픈했기에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그 전에, 홍콩에서 맞는 첫 아침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평소 일찍 깨나는 나는 여지없이 일찍 일어났다. 여기서 일찍 일어난다는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다. 진짜 눈을 뜨는 그 자체만 이야기한다. 평소 같으면 유튜브를 제일 먼저 봤겠지만, 여행인만큼 구글맵을 먼저 켜서 아침밥을 먹을 곳을 찾았다. 다들 엄청나게 맛있다고 말하는 홍콩식 토스트와 밀크티 등등이 먹고 싶었다.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만 제공하는 아침식사가 있는 작은 가게를 찾았다.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가 간 곳은 불행이자 즐겁게도 그러지 못했다. 읽을 수 있는 건 숫자와 차 다(茶)가 전부였다. 아는 글자들을 이어 붙인다고 한들 어떤 음식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천히 읽으면 글자가 보일까 싶어(?) 천천히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커피(咖啡)'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번역 기능과 사진을 이용해서 우리는 먹고 싶은 걸 시켜나가기 시작했다. 아침 세트 그리고 세트에 포함되지 않는 먹고 싶은 것들을.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침 세트메뉴가 세트당 3천원이면 해결되는 곳에서 약 2만원을 썼다. 바가지를 쓴 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음식을 많이 시켰다.  어쩐지, 구글맵에도 영어가 단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는 가게였는데,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우리를 영어로 직접 상대하시더라니.

 

홍콩식 아침도 먹었겠다, 동생과 나는 동네 구경을 하며 지리를 익히기 시작했다. 어젯밤엔 너무 무서웠는데 아침에 보니까 참 깨끗한 동네다. 우린 길따라, 오르막따라 쭉쭉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관광객의 ㄱ 도 눈에 띄지 않고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 길을 둘러보며 진짜 홍콩 사람들이 사는 곳을 만끽했다.

차를 마셨지만, 카페에서 진짜 커피를 마시자! 아메리카노!를 외치며 들어간 아무 카페는 정말 좋았다. 돈을 들고 나왔지만, 사람들을 슬쩍 보니 다들 현금을 쓰지 않는 것 같아 괜히 애플 페이를 썼다. 이 동네 견주들의 사랑방인듯, 우리빼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이인 듯 했다. 평소에 먹지도 않는 따뜻한 커피를 시키고 바에 앉았다. 한참 멍을 때리다가 오늘 디즈니랜드를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가 거의 2시간동안 동네 산책을 했다.

 

기대감 가득했던 대망의 디즈니랜드.

 

작았다.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작았다. 둘러보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온종일 있을 생각이었는데 확신이 없었다. 홍콩 친구는 대기가 길기 때문에 하루종일 있어야한다고 말했지만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로 단련된 우리는 홍콩 디즈니랜드의 대기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단 하나,겨울왕국만큼은 대기가 어마어마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개장 후 맞는 첫 주말이었다. 나도, 너도, 너희도 입장과 함께 모두 겨울왕국으로 향했다. 놀이기구는 2개였는데, 다시 올 수 없는 내 마음도 모르고 하나가 갑자기 점검에 들어가는 바람에 우리는 밥을 먹는 동안 하염없이 어플만 새로고침을 눌렀다. 그리고, 점검이 끝나자마자 바로 프리미어 액세스(바로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결제했다. 지금은 웨이팅이 거의 없다고 하니 입장을 위해 별도의 티켓은 필요 없을 걸로 보인다.

 

11월 말이었지만, 아렌델 (겨울왕국 배경의 가상국가)은 너무 더웠다. 사진을 찍기 위해 마련된 분수대에 엉덩이를 붙일 수 없었다. 그리고 아렌델에서 파는 음식은 정말 처참하게 맛이 없었다. 놀이공원에서 음식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했다. 아렌델뿐만 아니라 반타작은 한다며 사먹은 치킨마저도 정말 짜고 느끼해서 두 조각을 다 먹지도 못했다. 이 곳 디즈니랜드의 메인 레스토랑엔 삼계탕을 판다던데, 오죽하면 그 삼계탕을 먹으러 갈까? 생각할 정도였으니! 참고로 그 삼계탕은 정말 맛있다고 한다.


낮엔 너무 더웠지만 11월 마지막이라는 시즌(?)에 맞게 인공 눈도 뿌려줘서 여름 지역의 도시가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를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기념품 가게를 털 준비를 했다.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한 준비물은 가방 가득 돈을 챙겨가는거라고 누가 그랬던가, 정말 정말 비싼 기념품 가격에 기세등등하게 들어갔다가 어깨를 동그랗게 말고 나왔다. 안 샀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홍콩'에서만 살 수 있는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디즈니스토어가 있더라도 보통 디즈니랜드 안에서만 파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인데, 홍콩은 거의 다 면세점 디즈니샵에서 같은 물건을 볼 수 있었다.  아침 11시부터 밤 9시 반까지. 마지막 불꽃놀이까지 꽉 채워 디즈니랜드를 즐겼다.


숙소에 들어오는데,주변 홍콩 사람들이 들고다니던 걸 보고 따라 샀던 각종 티류로 향하던 손이 멈칫하더니 맥주와 생수를 골랐다. 고작 여행 둘째날인데, 이날부터 입에 달큰하고 느끼한 맛이 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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