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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May 21. 2024

여행 복기 - 나는 왜 홍콩이 별로였나? (1)

홍콩 여행, 뭐가 문제였지?

기대가 컸다. 주변에서 다 홍콩 여행을 극찬했다. 먹을 것, 볼거리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도시라고 한다. 게다가 나 역시 홍콩 영화를 (조금은) 보고 자랐기 때문에, 막연히 홍콩이라는 도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단독으로 가기엔 조금 아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망설이게 되는 곳이기도 했다.


여행 후 후기를 기록하는데, 내가 자문자답을 하면서 꽤나 단호하게 다시 올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아니요. 라고 대답을 했더라. 여행 한 달 후의 기록이었음에도 어느 하나 미화되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찾아보려고 여행을 복기해보고자 한다.


 

케세이 퍼시픽 1+1 항공권, 그리고 홍콩 디즈니랜드의 '겨울왕국'테마 오픈 소식에 나는 주저없이 홍콩 여행을 계획했다. 홍콩 여행에 큰 계획은 없었다. 맛집 가기, 관광지 가기, 디즈니랜드 가기 정도만 해도 빠듯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콩에서 살았던 친구가 정말 많은 즐길거리를 가르쳐줘서 막판엔 구글 맵에 찍힌 스팟이 수십개였다. 맛집뿐만아니라 재즈바까지 빼곡하게 찍혔다. 정 할게 없으면, 공원에 가서 스케이트 보이들을 구경하라! 라며 공원도 몇 개 정해줬고 등산이 하고싶다는 말에 무난한 등산루트도 두세 개 정도 가르쳐줬다. 이정도면 홍콩에 한 달 살기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동선을 짜는게 불가능할정도로 빼곡했던 리스트

그렇게 떨리는 홍콩행이 시작되었다. 숙소는 홍콩섬 '사이잉푼'역 근처로 잡았다. 이것도 큰 고민 없이 홍콩 친구가 여기가 좋다. 라고 해서 잡은 숙소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숙소가 저 곳이라 그나마 홍콩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여행을 말하자면, 첫날 도착해서 숙소 근처에서 저녁 둘째날 디즈니랜드 셋째날 홍콩 여행 넷째날 홍콩 시내 였다. 첫날 마지막날은 몇 시간 안 되기때문에 실제적으로 홍콩 도시 여행은 셋째날 하루였다. 마카오가 없는 걸 제외하면 평범한 계획이었다.


계획에 이상해서, 간 곳들이 별로였던거 아냐? 라는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일정을 공개한다.

 

모난 것 없이 평범한 일정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옥토퍼스 카드를 사서 충전했다. 공항 도착하면 눈앞에! 바로! 사람들이 줄 서는 바로 그곳에서 사야한다는 직감을 거스르고 한참을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옥토퍼스 카드를 샀다. 두 가지가 있다고 하던데, 잘 모른다. 주는 거 받았다. 분홍색 카드였다. 네이버 블로그의 많은 도음으로 공항철도는 미리 끊어왔기 때문에 이 부분도 일사천리. 술술 풀리는 여행이었다. 홍콩 시내에 도착했을 땐 오후 5시쯤이었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대도시, 대중교통 퇴근길은 어디든 똑같았다. 지하철을 환승할땐 사람이 정말 많다고 느꼈는데, 막상 지하철안은 또 그렇게 서울처럼 붐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날은 어마무시하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때문에 호텔까지 기억이 흐릿하다. 보통 도착할땐 체력이 좋은 편이라 사진을 굉장히 찍어대는데, 호텔까지의 사진도 없다. 호텔 도착과 함께 거의 기절을 했었고 컨디션을 회복한 뒤에 수없이 찍어놓은 맛집을 뒤로 한 채 호텔근처에 밥을 먹으러 나갔다.

 

분명히 내 구글 지도에 찍힌 맛집은 아니었는데, 호텔 근처 솥밥집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 이 솥밥집에서 홍콩을 간접 체험했다. 1. 광둥어라 내가 배운 중국어와 다르다. 2.생각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합석 문화. 

 

번쩍번쩍한 금붙이를 두른 사장님의 두 사람? 이라고 묻는 광둥어는 매우 특이했고(나중에 한국 와서 찾아봤는데 광둥어도 아니었다. 분명히 사람을 뜻하는 말이 들어있었는데! 중국+광둥어가 섞인 느낌이었다) 자리를 한 번 옮겼다. 합석을 하며, 여러 번 주변 사람들이 바뀌었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참 재밌었다. 옆 대학생들의 친구는 다음 주에 ‘방탄소년단 진’생일이라서 같이 못 논다고 하더라. 두 시간만에 세가지를 겪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은 건 언제나(?)그랬기에 당황스럽지 않았지만, 합석은 알고는 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서로 간섭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냥 테이블을 나눠쓰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굉장히 특별하거나 이상하진 않았다. 오히려 당황스러웠던건 중간에 단체손님이 와서 자리를 옮겼는데, 바로 문 앞에 딱 붙어있는 테이블이라 대기하는 사람들이 나의 먹는 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게, 언어도 모르는데 (아마도) 네가 먹는게 뭐냐고 물었던 게 더 당황스러웠다.


한 시간 줄 서고 이십 분 음식을 기다리고. 메뉴 여러개를 시켰는데 같이 나오지 않아서 꽤 기다리고 아껴가며 먹으며 다음 음식을 기다렸다. 밥은 거의 음식은 10분만에 다 먹은 것 같은데 이미 밤 10시였다. 주변을 돌아보기에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홍콩은 야경이 멋지다고하니, 호텔도 가깝고 위험해보이지 않아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는 어딜까?  이미 간판의 불은 다 꺼졌고, 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편의점 앞에 앉아서 밥을 먹는 아저씨들은 홍콩 도착 하루차인 나에겐 너무 위협적이었다. 그냥, 고층 빌딩의 양식이다른 다른 부산 같았다. 고층빌딩 즐비한 해변, 나는 저 문장으로 부산을 떠올린다. 오히려 밤 10시라는 절대값으로 비교했을 때 부산이 더 화려할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가게가 다 문을 닫았지만 문 열린 과일 가게를 발견해서 과일을 샀다. 영어가 단 한마디도 통하지 않았다. 탕후루로 알게 된 ‘달다’라는 뜻의 중국어 ‘탕’을 억양별로 외치고, 온갖 표정랭귀지로 달 것 같은 과일을 찾았다. 하나는 신기해서 산 딸기. 하나는 이름도 모르는 과일. 딸기는 더럽게 맛이 없었고 이름도 모르는 과일은 달았다. 과일에 맥주를 간단하게 마시고 우리는 내일을 기약했다.

 

하나 특이했던 점은, 온도에 비해 밤이 너무 너무 추웠다는 것이다. 밖을 돌아다닐때도 한국의 초가을 같은 느낌으로 다녔는데 잠 잘 땐 초겨울같았다. 이불을 둘둘 감싸도 추위가 극복되지 않아, 둘째날부터는 한국에서 입었던 패딩을 입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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