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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May 18. 2024

보여줄 수도,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생리컵 이야기

“할수있다”


생리컵을 처음 시도하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다. 저걸 어떻게 넣어?라고 생각한다면 간단하게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 설명한다.

이렇게 넣는다고.


탐폰, 생리컵. 알고 있었지만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비유를 갖다 붙이려고 하지만, 그 역시도 쉽지 않다. 굳이 옛스럽고 지금은 사라진 비유법에서 가지고오자면, 콧구멍보다는 귓구멍이 가깝겠다. 일단 육안으로 보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면봉으로 귀를 닦을 때 어디까지 넣어도 되는가를 몰라서 코를 파듯 요리조리 이렇게 저렇게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겉만 닦다(?) 끝난다는 점도 귓구멍이 좀 더 가깝다고 하겠다.


그렇다. 거울로 보기, 육안으로 보기 모든 것이 쉽지 않는데, 거기에 컵을 넣는다고? 허들이 높아도 너무 높다. 경상도 사투리도 아닌 주제에, 대체 “이거 어디까지 넣어야 하는거예요?” 억양 올라가듯 허들이 올라간다.

이렇게 잘 접어서 넣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리컵을 시도했다. 왜 시도했냐고 물어보면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이번 더위가 너무 무서워서였다. 생리대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 무게감과 더움을 누구나 알 것이다. 일찍 시작한 더위에 나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해 집에 처음 에어컨을 켰던 날 생리컵을 결제했다. 이렇게 연습하다가 고리랑 컵이 닳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접는 방법을 많이 연습했고 나는 무수한 실패끝에 결국 성공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어떻게든 넣는다고 결심했을 때 화장실이 너무 더워 중간에 선풍기를 들고 들어갔다. 돈 열심히 벌고 모아 화장실에 에어컨 달린 집을 장만하고 말겠다. 별스러운 결심도 덤으로 하며, 유튜브와 지침서에 나온 자세들을 시도해가며 거의 1시간만에 성공을 했었다. 어떤 자세로 성공했냐면 … 이걸 묘사하자니 민망하고, 하지만 민망하면 안되는 걸 알아 당당하자니 다소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하게 되는 그런 자세로 성공했다.

한시간의 사투로 나는 팔, 다리 그리고 어깨 등 전신 근육통을 얻었다. 한 동작을 한시간 동안 집중해서 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뭔가 거슬리는 느낌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불안하면 근육의 힘으로 위치를 조정하라고 하여 화장실에서 갑자기 스쿼트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너무 지쳐 그대로 누워 잠이 들었다.


그 때, 나는 이 불편함과 힘듦을 다 이겨내야하는 진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너무 쾌적했다. 정말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생리 중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 상태. 찝찝한 기분이 없으니 생리통마저도 사라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생리대때문에 생리통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나도 그 이유 순면, 유기농 이런 걸로 바꿨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거라고 했던가 생리통을 일부 반납하고 (생리통이 없어지진 않았다) 두께감과 그에 비해 흡수되지 않는 찝찝함을 얻었다. 하지만 생리컵, 그건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잠에서 깨기도 전에 먼저 그 생각부터했던 것 같다.


“반드시 생리컵에 익숙해지고야 만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생리’컵’인만큼 이 컵이 차면 피를 다른 곳에 부어 버려야한다. 어떻게? 이 컵을 빼서.


사실 넣는 거야, 실패하면 다음을 기약하며 안 넣으면 되지만 꺼내는 건 완전 다른 문제였다. 무조건 빼야 한다. 게다가 잘 실링이 되어 내 생각보다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정말 큰일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응급실까지 갈 각오로 나는 또다시 선풍기를 가지러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이놈의 집구석. 화장실이 제일 더워! 투덜거리며.


생리컵을 쓰다 보면 여러가지를 많이 알게 된다.


일단 내 몸의 구조이다.모두의 눈 모양이, 입모양이, 심지어 모양 뿐만 아니라 위치가 다르듯 다르다. 모양이 다 다르고 모양 높이도 천양지차이다. 어떻게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 그렇다고 사각형 오각형이라는 건 아니고 라운드의 모양이 모두 다른 것이다.


그리고 알고 있지만, 눈으로 보고 정말 놀랐던 건 생리의 양이었다. 양이 많네,적네. 몇 시간마다 생리대를 갈아야 하고 생리대가 새고... 대체 양이 왜 이렇게 많은 지(또는 양이 적은 지) 흡수체로 확인을 했기때문에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컵에 담고 보니 정말 ‘야쿠르트 하나’정도의 양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생리대보디 훨씬 오랜 시간 착욜하도 있어도 20ml짜리 컵 하나 다 채워지지 않았아. 김치찌개 한 방울 튄게 옷에 묻으면 어마어마하게 티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가?라는 생각니 들었다. 그리고 대체 이 피가 뭐길래 이렇게 하체를 쥐어짜는 느낌으로 아픈지, 한 달에 한 범 이다지도 고통스러운지 몸이 원망스럽기도했다.


나 역시 생리컵 초심자이다. 피가 손에 묻고 여전히 흘리기도 한다. 그걸 찝찝하다고 생각하지만 생리대를 쓴다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본다. 단지 액체 상태이냐 반고체(?)상태이냐의 차이일뿐.


엉덩이의 뽀송함, 굴 낳는 느낌 없음, 평소와 같은 활동성, 운동 가능. 내 자신이 예민해지지 않음이 이렇게 축복이라니! 나는 불안함에 여전히 생리대를 함께하지만, 생리대가 피범벅이 되도록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에 하루에 썼던 생리대의 양을 생리하는 4~5일에 나눠 쓰고 있다.  주변 시도했다 실패한 친구들이나 생각도 안 해본 친구들에게도 제발 여름에만이라도 써보라고 적극 영업을 하고 다닌다.  

이 손모양만 기억하면 너도 답답함에서 해방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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