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경 Jul 28. 2022

집에서 못 먹는 과일, 바나나

물리적인 이유로 먹을 수 없는게 이렇게 많을 줄이야!

다들 집에서 바나나 먹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다. 다른 1인 가구 생활자분들은 간단해서 잘 먹는 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아니다. 


바나나는 간단하고, 저렴하고, 든든해서 굉장히 친한 친구처럼 느껴지지만 오래 보관도 힘들고 껍질 처리도 힘들다. 바나나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인데, 이걸 음식물 쓰레기봉지에 넣은 채 보관하면 벌레가 생기기 마련이고, 바나나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쓰레기 봉지를 그렇게 자주 버리는 편이 아니라서 (게을러서가 아니라 쉽게 차지 않음) 먹어치운 쓰레기조차도 골칫거리가 되버린다. 먹고 싶을 때 하나씩 사 먹자고 생각했다가도 하나에 천 원 하는 편의점 바나나는 비싸게 느껴져 손이 선뜻 가지 않는다. 오히려 자취하면서 많이 먹기 시작한 건, 사과, 토마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한 통을 한 번에 해치우지도 않고, 다 먹어치우기 전에 지겨워져서 그나마도 자주 먹진 않는다. 


사과 5개를 다 먹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릴까? 나는 이래저래 이 주 정도 먹는다. 가족이 함께라면 금방 먹어치우는 양이지만,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는 이유로 챙기지 못하고 하루는 약속 있고 또 다음 날은 그다지 사과가 먹고 싶지 않고... 그렇게 어제 샀다고 생각한 사과는 서걱서걱해지도록 집에서 뒹군다.


 어쩌다 과일 하나가 먹고 싶을 땐, 예전처럼 한 봉지 가득 사서 가족과 나눠먹는 게 아니라 지금 먹을 만큼, 한두 개만 사서 그때그때 먹어치워야 한다. 바나나나 사과는 편의점에서 해결하거나, 집에 있는 것도 들고나가 쓰레기까지 처리해버린다. 이것이 출근을 하는 이유라면 이유 중에 하나이다. 돈도 벌고, 집에서 먹기 힘든 아침도 먹고, 핸드폰도 충전하고, 쓰레기도 쉽게 해치우고.. 결국 내가 과일을 못 먹게 되는건 맛이 없어서, 질려서라기보단 쓰레기 처리가 힘들어서인 것이다.


혼자 살다 보면 쓰레기통을 비우는 주기는 의외로 짧지 않다. 특히 분리수거를 엄격하게 하면 더 길어진다. 그러다보니 사과나 바나나 껍질을 버리면 초조해진다. 쓰레기 봉지가 다 차서 버리는 게 아니라, 벌레가 생길까 봐 버리게 된다. 과일을 예시로 들었지만, 집에서 못 먹는 음식 들이 몇 가지 있다. 내가 사는 집은 제법 주방처럼 갖춰져 있음에 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먹지 않는 음식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수없이 많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년에 한두 번 먹고 냉장고나 상온으로 보관하기 애매한 것들을 더하다 보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몇 남지 않는다. 일반적인 가정엔 평범하게 있지만 우리 집엔 없는 것들 몇 개를 소개할까 한다. 사먹어도 맛있지만, 다 같이 앉아서 먹을 때 더 맛있는 음식들이다. 부지런하지 못한 나와 먹고난 후의 상황을 고려해서 회사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먹거나 외식으로 때우게 되는 것들이다.


1. 장으로 만드는 요리. 


김치찌개 vs 된장찌개를 물으면 나는 당연히 김치찌개였다. 엄마가 끓인 맛없는 된장찌개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돼지고기를 가득 넣어 김치와 푹푹 익혀 먹는 김치찌개를 좋아했다. 김치를 안 먹지만 거의 유일하게 김치를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혼자 살고 나서부터 감자와 호박이 가득 들어있는 된장찌개가 왜 이렇게 당기는지! 하지만 김치찌개에 비해 부대 재료가 양은 적게, 가짓수는 많이 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집에서 해먹기 힘든 음식이다. 호박 두부 감자... 하나씩 넣으면 혼자 먹으면서 거의 3인분이 나오고 조금씩 나눠서 먹으면 남은 야채를 먹다가 질린다. 또 된장찌개는 사먹자니, 내가 원하는 재료가 들어있지 않을 경우가 더 많아서 해 먹는게 최고지만 쉽지 않다. 누가 뭘 먹고 싶냐고 물으면 거의 고깃집에 가는 편인데 그러면 나는 어린 아들 키우는 부모마냥 일단 밥과 찌개부터 시킨다. 고기보다 내 입맛을 채워줄 뜨끈한 찌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 구워먹는 고기 


구워먹는 고기는 세팅부터 큰일이다. 요즘 워낙 일인 가구용으로 작게 잘 나오지만, 맛있게, 많이 먹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주 먹지 않으면 쌈장은 말라 버리고 상추는 다 못 먹어서 버린다. 마늘, 김치, 제대로 갖춰 먹는 건 언감생심이다. 시켜 먹는 방법도 있지만, 느낌이 살지 않는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 모여 같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 감정은 아무리 맛있는 고기라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다같이 앉아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하하호호 이야기하는 것, 그게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3. 생선구이 

원룸에서 생활을 하면서 생선을 구워 먹는다? 그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손질, 냄새, 쓰레기 모든 것을 극복하고 먹는 것이니까. 요즘은 에어 프라이어가 있어서 비교적 생선 구워 먹기가 쉬워졌다지만, 에어프라이어에 밴 냄새가 모두 빠질까에 대한 의문점이 해결되지 못해서 시도해 보지 못했다. (아, 생선을 굽고 난 뒤에 오렌지나 귤 껍질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면 싹 빠진다! 냄새는 이것으로 최근에 해결을 했다.)

게다가 본가에 살 적에는 언제나 통통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먹었던 것 같다. 기억이 애매한 건 생선구이를 돈을 내고 사 먹었던가? 에 대한 의문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어조림이나 작은 가자미 구이 정도는 밑반찬 으로 거의 모든 밥집에서 나왔다.그러다가 구운 생선을 사 먹으려고 하니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구천 원짜리 고등어구이를 사 먹지만 그나마도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서 멈췄다. 당장 양치를 할 수 없으니 나는 나의 입에서 나는 비린내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혹시나 저를 밖에서 만날 일이 있으면 해당 음식을 고려하여 함께 먹어 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특별한 음식도 좋아하고, 떡볶이나 치킨을 먹는 것도 좋지만, 둘 이상이 만나 외식을 할 때 당신들은 지겨워하는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음식을 밖에서 먹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01화 내 머리카락이 이렇게나 많이 빠진다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