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어 그게 뭔가요?
"캄보디아에서는 무슨 언어를 쓰냐"는 질문도 참 많이 받았다. 캄보디아는 크메르어(Khmer)라는 고유의 언어를 사용한다. 현지 발음으로는 크마에라고 하지만 이 글에서는 크메르어라고 기술하겠다.
크메르어는 오스트로아시아어족에 속하며, 베트남어와 유사한 계통의 언어다. 총 33개의 자음, 27개의 모음 기호, 그리고 10개의 독립 자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베트남어는 라틴 문자를 기반으로 한 '쯔 꾸옥 응으(Chữ Quốc Ngữ)'라는 체계로 표기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진다. 반면, 크메르어는 남인도계 아부기다 문자를 사용하여,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형태다. 우리 눈에는 태국어처럼 ‘꼬부랑글씨’처럼 보이기 쉽다.
익숙하지 않은 문자에 낯선 폰트까지 더해지면, 도무지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크메르어는 갤럭시 번역기에는 없는 언어라, 번역이 필요할 때는 주로 구글 번역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프놈펜의 식당, 카페, 슈퍼마켓 등에서는 영어가 비교적 잘 통하는 편이라, 기본적인 영어 회화만 가능하다면 번역기를 쓸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예의상 기본적인 크메르어 회화는 익혀야 할 것 같아, 인사말이나 숫자 세기 같은 표현들을 공부해보았다. 나름 열심히 연습했지만, 발음 방식이 달라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숫자 3은 ‘버이’라고 발음하는데, 한국식으로 또박또박 말하면 상대는 이를 ‘파이브(five)’로 오해하곤 했다. 약간 숨을 들이마시듯 내뱉는 발음 특성이 있고, 외국인이 크메르어를 쓸 거라는 기대 자체가 없어서 생기는 오해도 있는 듯하다. 그렇게 나름의 호의를 담아 크메르어로 주문했다가 몇 번 굴욕을 당한 이후로는, 결국 주문은 영어로만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지내며 지켜본 바로는, 고등교육을 받을수록 영어 실력이 좋고, 영어 능력에 따라 직업도 나뉘는 것 같다. 집을 보러 렌트 사무실에 가면 대부분의 직원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나보다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툭툭 기사, 경비원, 수리 기사, 재래시장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이럴 땐 재빨리 번역기를 꺼내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