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지키는 삶>
오늘도 제발 무사히..!
근무를 시작하기 전 팀원들은 무기고 앞에 도열했다. 무기고 안에 있던 막내 순경이 각자에게 지정된 총기를 차례차례 건네주었다. 총기를 받으면 고리에 피탈방지끈을 연결해 허리춤에 붙은 권총집에 넣었다. 팀장님은 막내가 무기고 철문에 열쇠를 꽂아 돌려 여는 순간부터 총기 출고를 끝내고 문을 도로 잠글 때까지 옆에 서서 지켜보았다.
순찰 근무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조장이 테이저건Taser Gun이나 가스총을 차고 조원이 38권총을 차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우리끼리는 “권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져서 맞추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했다. 권총을 발사하려면 다섯 가지 정도의 수칙을 지켜야 하는데, 말이야 쉽지. 과잉 대응으로 평가될 경우 감당해야 할 법적 책임과 사회적 비난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38권총은 꽤 무거워서 요통의 원인이 되었고, 권총집은 외근혁대나 외근조끼의 어느 위치에 달아도 순찰차에 앉으면 몹시 배겼다. 사용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짐스러운 권총을 고참이 아니라 신임에게 맡기는 것은 오히려 온정적이고도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우리 팀은 팀장님까지 포함해 전부 일곱 명이었다. 내 서열은 계급순이면 위에서부터, 나이순이면 아래에서부터 세는 것이 빨랐다. 팀장님이나 부팀장님과 한 조가 될 때는 38권총이, 그 외의 팀원들과만 짝이 되는 날에는 테이저건이나 가스총이 내 몫이었다. 정례 사격에서 내 권총 완사 사격 점수는 백 점 만점에 구십 점 언저리를 맴돌았고, 사람 하반신 그림인 속사 사격지에서는 총알이 대퇴부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적법하고 적절하며 적정하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테이저건이나 가스총이라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16년 10월 19일,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故김창호 경감이 순직했다.
그 후로 나는 38권총이 배정된 날이면 총탄을 장전하기 전에 오른손에 그러모아 주먹을 한 번 힘주어 꽉 쥐었다. 그리고 장전을 마친 총의 실린더를 다시 열어 공포탄 한 발과 실탄 세 발이 제자리에 들어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방아쇠 뒤에 끼워 놓은 격발방지고무도 제대로 고정되어 있는지 만져 보고, 필요할 때 어떻게 빨리 제거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그려본 다음에야 총을 권총집에 넣었다.
나는 총기 외에도 삼단봉을 출고했다.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그것밖에 없을 것 같았다. 삼단봉을 건네받으면 외근조끼의 오른쪽 허리춤에 꽂아 넣기 전에 문제없이 잘 작동하는지 꼭 한 번 확인했다. 삼단봉은 손잡이를 잡고 바닥으로 내리뻗으면 금속성의 마찰음을 내며 펼쳐져 고정되는데, 다시 접을라치면 사무실 시멘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몇 번을 쿵쿵 찍어야 했다. 직원 중에는 내가 유난스럽다는 이도 있었으나 나로서는 매번 확인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했다.
주머니가 일곱 개 달린 외근조끼는 전에 함께 근무하던 여직원이 물려준 것인데, 주머니 위치나 개수나 여미는 형식을 봐서는 싸제)였다. 왼쪽 가슴께에 있는 무전기 주머니에는 무전기를, 가로로 긴 주머니에는 호루라기와 안경닦이 천과 입술 보습제와 현금 삼천 원 그리고 수갑 열쇠를 넣어 두었다. 옆구리 쪽에는 권총집이 붙어 있었고, 앞쪽의 큰 주머니에는 손바닥만한 외근수첩과 방검장갑을 넣었다. 투명 PVC로 엄지손톱만한 창을 낸 오른쪽 가슴 앞주머니에는 볼펜 두 개와 마스크, 각종 신고처리 매뉴얼 책자들과 그날의 근무일지를 접어 넣었다. 그 아래 주머니에는 방한장갑을 넣었고, 삼단봉을 고정하는 찍찍이 옆 수갑 주머니에는 당연히 수갑을 (넣기 전에 날을 세게 눌러서 한 바퀴 튕겨 잘 잠기는지 확인한 후) 넣었다.
추운 날에는 핫팩을 여덟 개 뜯어 신발 양쪽에 하나씩, 바지 양쪽 주머니에 하나씩, 근무복 점퍼 주머니에 하나씩 넣고 남은 두 개는 막내에게 주었다.
그리고 무전기의 채널이 우리 경찰서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하고 다이얼을 돌려 볼륨을 8까지 높이는 것으로 근무 준비가 끝났다.
이 일련의 행동이 매 근무 날 안전을 기원하는 나의 주술이었다.
어느 하나 잊지 않고 꼼꼼히 해내면
나와 우리 팀 사람들 모두 어느 한 군데 다치지 않고
무사히 퇴근해 집으로 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지난 2016년 10월. 서울 번동 오패산 터널 부근에서 직접 제작한 사제 총기로 이웃을 살해하려가 실패한 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창호 경감을 총으로 쏴 살해한 일명 '오패산 터널 총격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 했죠. 실제로 경찰관이 공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는데요. 최근 발표된 뉴스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강원지방경찰청에서만 총 1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는 1주일에 1명씩 공무 수행 중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나타내는데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매일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관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기에 매일 무사하기를 바라며 주문을 외운다고 합니다. 새삼 다시 한 번 시민을 위해 고생하시는 경찰관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