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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브티 Apr 04. 2024

봄비 내린 아침

-봄비 내린 아침-

                                      허브티


눈 뜬 아침에

우리는 보게 되지     


막 세수한 민낯의 나뭇잎과

도톰하게 벌어진

입술 같은 꽃잎     

촉촉한 대지에

뾰루지처럼 돋아 난

기억 없는 새싹     

빗줄기를 비질 삼아

구석구석 청소한

우렁각시 솜씨를       


눈 뜬 아침에

우리는 알게 되지     


들리던 빗소리는

날 새기 전 달려온

봄의 말발굽소리     

오늘의 태양은

밤사이 출두한

봄이 내민 마패라는 걸     


하룻밤 자는 동안

며칠을 건너 띈 듯

도무지 꿈같은

봄비 내린 아침.

 

                                        사진ㅡ우섯농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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