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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겁쟁이 Oct 29. 2024

혹시 결혼식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

올해 1월이었던가, 친한 형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결혼 소식과 함께 연애 6년 차 커플이 결혼 1년 차 부부로 바뀌는 날짜를 알려주셨다. 그러다 형이 허허허 웃으면서 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근데,, 인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혹시 결혼하는 날,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


술기운도 올랐겠다, "당연하죠 형님"이라는 답을 고민도 하지 않고 뱉었다. 당연히 찍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잘 찍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메인으로 하기엔 부담스러워 뒤에 말을 덧붙였다. "형님 근데 메인은 아니죠..? 메인은 못해요. 서브로 찍어드릴게요"


시간이 지나 많은 일들이 지나가고 조금은 잠잠해질 때쯤, 어느새 10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형에게서 다시 한번 연락이 왔다.


"혹시 지난번에 말했던 예식 때 스냅 해줄 수 있어?"


다시 한번 당연하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진행할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사진 찍을 때 조심해 줬으면 하는 부분 등등 사진 관련 얘기가 오갔다. 결혼식 당일까지 시간이 남아 틈틈이 어떻게 찍을지 생각도 하고 시안들도 모았다.


준비를 하다 보니까 걱정이 많이 됐다. 결혼식 사진을 처음 찍어본다. 여유로운 상황에서만 찍어봤지, 시간이 촉박한 환경에서 촬영을 해보지 않았다. 형님이 결과물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괜히 찍어준다고 했나..


일단 저지르고 뒤에 수습하는 행동 좀 줄여야 하는데,,,,, 수습을 기깔나게 해 버리면 그만큼 도파민 터지는 것도 없다. 끝내주는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근자감과 함께 속으로 계속 이 말을 외쳤던 것 같다. '진짜 어쩌지..? 뭘 어째 할 건 해야지.. 안 움직이고 뭐 해?'


결혼식 당일, 처음 촬영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형이 찍고 싶어 하는 장소와 사진 찍기 괜찮은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생각보다 도착 시간이 늦어 생각했던 곳은 찍지 못했다. 아쉽지 않다. 인생이 원래 맘처럼 되는 게 별로 없다. 그래도 일찍 와서 답사한 덕분에 최대한 원하시던 시안 느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드리고 싶었다. 결혼식 당일 서로 보지 못한 모습들도 최대한 담고 싶었고, 가족들의 모습들도 최대한 담고 싶었다. 신랑, 신부의 결혼식이지만 가족의 축제이기도 하니까.


결혼식이 끝나고 빨리 사진을 드리고 싶어, 후다닥 작업하고 신혼여행을 하고 있는 형에게 결과물을 공유했다. 연락이 오기까지 정말 떨렸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는 연락을 받았다. 역시 잘될 거였어! 하하하;


이번 촬영을 하고, 많은 사람을 찍어주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정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주고 싶단 생각에 에너지를 많이 쓴다. 물론 그 수가 많진 않다. 그래도 사진을 찍어준다는 말은 조심해서 해야겠다. 이번에는 결과물이 나도 마음에 들고, 형님과 신부님도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만약 결과물이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거다.


내가 왜 이 형을 애정하는지도 남겨두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남자로서 멋진 형이다. 막 재밌는 형은 아닌데(ㅋㅋ), 닮고 싶은 점이 많은 형이랄까. 그리고 사랑이라는 거 아직 잘 모르는데, 이 형을 보고 조금은 알게 됐달까. 멋진 말로 설명을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느낀 그대로 말해보자면, "사랑은 서로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가 사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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