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일을 비밀로 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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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다가오자,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내 생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어떻게 확인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았다. 바로 "카카오톡 생일 알림 OFF 하기".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은 없지 않을까? 요즘은 누군가의 생일을 카카오톡 알림을 통해 아는 경우가 많다. 캘린더를 열어 생일을 적어두고 1년 주기로 반복을 설정해 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방법을 찾자마자 바로 네이버에 "카카오톡 생일 알림 끄는 법"을 검색해 설정을 완료했다.
대망의 D-DAY, 확실히 작년보다 생일 축하 연락이 줄은 걸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반대로 마음이 편안했고, 가벼워졌다. 25년을 기준으로 이 설정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왜냐구?
적당히 아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
사실 반대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알게 되면 왠지 챙겨줘야 할 것 같다. 그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는 건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적당히 아는 사람을 챙기는 건 누구보다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가 알림을 끈다고 다른 사람들이 끄진 않겠지만, 나도 축하를 받지 않았으니 그 사람의 생일 알림이 뜰 때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질 거다.
챙기는 사람을 줄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가상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 챙기는 걸 좋아한다. 반대로 내가 울타리 안 사람들에게 무언갈 받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울타리 안에 많은 사람을 넣고 싶진 않다. 한 가지 밖에 집중 못 하는 내가, 챙기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나는 항상 피곤한 얼굴로 살아갈 것 같다.
울타리 안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걸로 충분하다.
축하를 받으면 물론 좋지만, 부끄럽기도 하다. 근데 울타리 안 사람들에게 받으면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해벌래 웃으면서 고맙다 말할 수 있고, 생일이라 좋은 기분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것만으로도 생일을 충분히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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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받은 축하 메시지는 왠지 모르게 더 크게 느껴진다.
(쿠키 있음)
비밀스러운 생일 선물을 받았다.
올해 서른의 아들을 갖게 된 우리 엄마의 생일 선물.
엄마가 방에 꽁꽁 숨겨 두고, 조심스럽게 박스를 가지고 나오는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는 모습이었고, 나보다 더 설레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얼굴 잘 보이게 하려고 돈을 접고 접고, 배치도 저렇게 했다고 한다.
계란 한판과 함께 있던 쪽지를 보고, 바로 눈물을 흘릴 뻔했다. 말을 하면 울 것 같아서 꾹 참았는데, 그 모습이 무뚝뚝 x100 반응의 모습이었다. 미안하다, 더 반응을 해줄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진짜 우리 엄마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