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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겁쟁이 Jul 19. 2022

[인터뷰/개발자/메딜리티] 2년차 개발자 김소리님

좌충우돌 인터뷰 프로젝트

인터뷰 프로젝트 4번째 게스트는 현재 메딜리티 팀원인 프론트엔드 개발자 '김소리'님이다. 유쾌한 성격인 소리님은 내가 하지 못한 인생 경험들을 직접 하신 멋진 분이다. 맨 처음 내가 팀 전체 챗으로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을 때, 같이 마셔주신 분이기도 하고 둘 다 가볍게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는 맥주를 마시면서 진행했다.


최더디: 아까 맥주 사러 갈 때 얘기했던 내용들이 인터뷰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괜히 밖에서 얘기했네요.

김소리: 아까 그런 참신한 질문 너무 좋았어요. 그때 딱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질문! "인생의 신념이 뭔가요?" 이런 거는 너무 식상해요!

최더디: 아이~ 요즘 누가 인터뷰에서 그런 식상한 질문을 해요! 저는 그런 뻔하고 식상하고 재미없는 인터뷰는 하기도 싫어요.(질문 13번 삭제)

김소리: 근데 뻔한 질문해도 돼요~ 왜냐하면 우리한테는 뻔한 질문일 수도 있어도 다른 사람한테 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잖아요!(질문 13번 삭제 취소) 대신 식상한 질문했다고 조금 놀릴 수는 있어요ㅎㅎㅎㅎ

최더디: 저 보면서 비웃는 것만 하지 않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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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소리: 저는 김소리라고 하구요. 음.. 근데 누구한테 소개를 하는 거죠? (수빈님이랑 같은 전략을 사용하시는데, 두 번은 안 통하지)

최더디: 음.. 처음 보는 사람한테 소개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쉬울까요? 친구랑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친구의 친구가 와서 인사하고 어떤 일하시냐고 하신다면!

김소리: 간단하게 말할 거 같아요! 스타트업에서 개발하고 있다. 굳이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하진 않을 것 같아요ㅎㅎㅎ


(그냥 내가 소개함) 현재 내가 인터뷰하시는 분은 메딜리티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고 있는 김소리님이다.


간단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소리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조금 부담스러워하셨던 것 같은데 혹시 어떤 이유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음... 부담스러운 마음이 든 게 사실이긴 해요. 글이라는 게 어쨌든 박제가 되는 그런 영역이잖아요? "박.제"가 된다는 게 저에게는 약간 부담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나한테도 필요한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친한 사람들과는 깊은 얘기를 잘 안 하잖아요? 근데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으면 저에 대해 스스로 정리해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처음으로 메딜리티를 알게 되셨나요?

저도 더디님과 똑같이 영O님 때문에 알게 됐어요! 사실 저는 영O님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었는데, 갑자기 영O님께서 잘 지내시냐고 연락이 왔어요. 연락을 보고 왠지 모르게 무언가 제안을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 예상이 맞았죠ㅎㅎㅎ 그래서 '이건 빨리 만나서 얘기해야겠다' 생각하고 연락 온 다음 날 바로 영O님을 만났어요. 만나서 얘기를 더 한 후에 메딜리티는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팀인지 알게 되었죠!


영O님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었다가 갑자기 연락이 오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언제 처음으로 영O님을 알게 되신 거예요?

영O님께서 예전에 다니시던 직장에 지원을 했던 적이 있어요.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가 흥미가 많은 편이였는데, 예전 영O님께서 다니신 회사 서비스가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저 회사에 이력서를 안 보내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했었죠. 


채용 공고는 5년차 이상의 시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채용하는 공고였는데 어떻게 하면 내 이력서를 한 번이라도 봐줄까 고민을 하다가 회사 메인 이메일로 메일을 보냈어요. 당연히 답장이 안 올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답장이 온 거죠. 포지션은 오픈 되어 있지만 채용을 하고 있지는 않은데 한 번 만나보자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 영O님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때 보낸 메일이 없었다면 제가 메딜리티에 합류하게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최더디: 이 스토리를 간단하게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들으니 소리님 더 멋지신 분이군요?!


이직 제안을 받으신 후 며칠 뒤에 메딜리티 합류를 결정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메딜리티 합류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사용자가 이미 많이 확보되어 있고, 계속해서 사용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 끌렸고, 두 번째는 뾰족한 문제를 풀고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세 번째는 약 2년 전에 만났던 기억이지만 영O님하고 대화를 했을 때 느낌이 좋았던 점 때문이에요! 이 분이 모은 멤버라면 좋은 팀이겠다 생각했죠ㅎㅎㅎ


아!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이직 제안을 받은 후, 다음 날 영O님을 만났다고 했잖아요? 만나러 가는 길에 '약을 왜 세는 거지? 약을 세서 뭐 하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나도 이 생각을 했지..!) 그러다 약사인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나 지금 약 세는 앱을 만드는 회사를 만나러 간다. 혹시 Pilleye라는 앱 알고 있어?"라고 물어봤는데, 친구가 바로 "이거 알지! 이거 모르는 약사 없어!" 이러는 거예요! 친구 대답을 듣고 '뭐야 나 지금 엄청난 회사 CTO를 만나러 가는 거였네?!' 했었죠ㅎㅎㅎ


팀 메딜리티에 합류하신지 3개월이 넘으셨는데, 소리님께서 느끼신 메딜리티의 최고 장점이 있을까요?

저번 더디님 글, '오히려 더 재밌는 여행이 될 것 같아:)'를 보고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메딜리티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이름을 쓰고, '님'을 붙여서 말한다고 해서 수평적인 조직이 아니더라구요. 또한, C 레벨분들끼리 얘기하시는 내용이 따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메딜리티 와서 '모든 정보들은 공유가 될 수 있는 정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서로 허들이나 미팅을 할 때 궁금하면 정말 자연스럽게 참가해도 된다는 점이 수평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아! 또 있어요!(소리님 그만. 누가 보면 홍보 인터뷰인 줄 알겠어요..) '컬처 세션'을 우리가 들어온 후, 거의 바로 시작했잖아요. 그게 진짜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처음이다 보니 우리가 같이 합을 맞춰본 적이 없었다 보니까 서로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모르잖아요. 근데 어떠한 주제로 컬처 세션을 진행하면, 그 주제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결국 컬처 세션에서 얘기했던 내용들이 지금 팀 메딜리티에게 도움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더디: 맞아요. 컬처 세션 최고죠~ 근데 지금 생각이 드는 건 지금의 팀 메딜리티 인원이라서 컬처 세션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소리: 그것도 맞아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팀원이 늘어날 때는 컬처 세션을 먼저 진행했던 우리가 자연스럽게 문화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 문화에 잘 어울리는 팀원을 채용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문화가 유지될 것 같아요!


현재 프론트엔드 팀은 재택근무를 할 때, 3시에 슬랙 허들을 통해 소통을 하는 걸로 아는데, 주로 어떤 얘기를 하시나요?

빠르게 서로 컨디션 체크를 먼저 해요.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오늘 컨디션 너무 좋다"라든지, "어떠한 이유 때문에 집중이 안 됐다" 등 가벼운 얘기를 해요. 만약에 같이 얘기해 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서로 얘기하구요. 그래서 재택근무를 할 때 '오늘 허들에서는 이런 얘기를 해봐야겠다'라는 걸 미리 적어놓기도 해요. 안 그러면 3시 허들 시간이 그냥 지나가 버리게 되는 거니까~ 가끔 자랑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자랑하는 시간도 있고, 제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는 시간도 있구요ㅎㅎㅎ 재택근무를 할 때 3시 허들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3시가 뭔가 나는 나른해지는 시간인데, 허들을 통해서 리프레시 되는 느낌이라 좋아요!


최더디: 저희 백엔드 팀도 지난주부터 재택근무할 때 3시 허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저도 소리님과 같은 장점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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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리: 근데 이거 핸드폰 녹음기 계속 이렇게 켜놓으면 안 뜨거워져요?

최더디: 소리님. 인터뷰에 집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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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1년 넘게 워홀(워킹 홀리데이)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워홀을 가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생 때부터의 스토리를 말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대학에서 아동 가족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했는데,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심리상담사였어요.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일을 좋아해서 상담을 업으로 하고 싶었죠. 근데 제가 공부를 그렇게 잘하진 못해서 서울에 있는 심리학과를 못 가게 되면서 차선책으로 선택했던 전공이 아동 가족학과였어요. 왜냐면 아동 가족학 전공에서도 상담에 관련된 과목들을 배울 수 있거든요.(공부를 잘하지 못했는데, K대라.. 같은 K 다른 느낌)


아동 놀이치료, 가족 상담, 부부 상담 등에 대한 수업 들을 정말 재밌게 들었어요. 근데 '내가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대학원을 심리학으로 진학해서 좀 늦게라도 상담사를 해볼까?'라는 여러 생각도 해봤지만 금전적인 부분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대학생 때,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만족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으려고 졸업하고서 직장도 많이 옮겼어요. NGO에서 인턴도 해보고, 청소년 진로 체험 프로그램 만드는 교육 회사에서도 일을 해보고, 구청 아동 청소년과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도 일을 해보고 했었죠.


어디에서든 일들이 주어지면 잘 해내긴 하는데,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 다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을 계속하는 10년 후의 내 모습이 궁금하지 않더라구요. 그때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호주 워홀을 떠나게 되었습니다ㅎㅎㅎ


최더디: 정말 멋져요! 워홀을 1년 넘게 간다는 게 정말 큰 용기인데, 소리님 진짜 멋지네요..


김소리: 그때도 진짜 사람들이 "야 너 나이면 한창 경력 쌓아야 될 텐데, 너 갔다 오면 친구들 다 대리되어 있고 이럴 건데, 지금 갈 거냐" 이런 말들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근데 제가 대학생 때부터 해외 생활을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교환 학생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정해진 틀이 있는 교환 학생으로 가는 건 싫었어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직접 개척해 나가는 워홀로 해외를 가보고 싶었어요. 진짜 지금 아니면 못 간다는 생각으로, 정말 많이 망설이다 가게 되었죠.


호주에서의 시간은 망설였던 게 무색할 만큼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아동 가족학이 전공이시면 비전공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개발의 세계로 들어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최더디: 너무 예상 질문이었나요?

김소리: 그쵸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이 질문은 제가 할머니 될 때까지 개발을 해도 꼭 물어볼 것 같아요~ 저에 대해 소개를 하거나 면접을 볼 때 꼭 따라오는 질문인데, 뭐랄까 그만큼 꼭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최더디: 졸업을 하고 나서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으로 취업을 한다는 행동이 너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용기를 갖고 계신 분들은 어떤 마인드를 갖고 계신지 너무 궁금해요.


호주 워홀을 떠나게 된 이유에서 설명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호주 워홀을 갔다 와서도 전문성이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중에 마침 주변에 개발을 먼저 시작한 1,2년 차 개발자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 용기를 북돋아주는 척하면서 물귀신으로 이제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해서 처음 시작은 "음... 개발자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죠.ㅎㅎㅎ


최더디: "해볼까?!"라는 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느낌인데, 맞나요? ㅎㅎㅎ

김소리: 호주 워홀을 갔다 왔던 시점부터 어차피 내 인생은 약간 망했다는 마음이었어요(농담)ㅎㅎㅎ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진지한 마음으로 개발자로서 전직을 하겠다 마음을 먹은 제 자신이 보이더라구요. 마음먹은 시점부터는 매일 개발 생각만 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 공부를 한다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부트 캠프, 국비지원을 알아봤어요. 처음에는 부트 캠프보다 비용이 저렴한 국비 지원을 알아봤는데, 친구들이 잘 안된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다고 말리는 거예요. 근데 저는 제가 직접 경험해 봐야 되는 성향이 있더라구요. 불이 뜨거운 걸 만져봐야 아는 성향이랄까요ㅎㅎㅎ


국비지원으로 공부하고 '내가 더 열심히 하고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난 의지는 진짜 투철한데?!'라는 마음으로 국비 지원을 알아보고, 잘 가르쳐 주신다는 강사분의 개인 강의를 한번 들으러 가봤어요. 근데 도대체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강의를 듣자마자 '국비 지원으로 하면 안 되겠다. 이건 내가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부트 캠프로 빨리 취업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부트 캠프를 통해 개발을 배웠어요.


그러면 국비 지원, 부트 캠프 중에서는 부트 캠프를 추천하시는 걸까요?

음.. 만약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둘 다 아니고, '독학'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부트 캠프가 금액이 높은 게 사실이고 꼭 부트 캠프를 나와야지만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의지가 있다면 사실 독학을 제일 추천드리고 싶어요.


예전에 독학으로 개발 공부하는 걸 추천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OKKY 커뮤니티에 누군가가 자기가 취업을 했던 여정을 글로 남겨 놨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자기가 실패했던 얘기, 어디 떨어졌다는 얘기들을 다 솔직하게 적어놨어요.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서 바로 그분에게 연락을 했죠.(와 실행력 멋지다...)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왜 이렇게 용기가 많았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그분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독학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대신 좋은 콘텐츠를 걸러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된다"라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근데 저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고, '독학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의 시간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부트 캠프를 들어가게 되었죠.


최더디: 저도 독학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것 같긴 한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개발자여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질문한 사람에게 '독학'을 하라고 말해줄 때는 요즘은 어떤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으니 공부하면 좋을 것 같고, 이런 강의들이 좋다더라라고 말을 해줘야 할 것 같네요.


김소리: 부트 캠프에서 공부하는 것의 목적은 사실 코드를 짜는 법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부트 캠프의 장점이 있어요! 부트 캠프는 돈을 내잖아요. '내가 이 돈을 냈는데, 나 무조건 잘 돼야지'라는 생각으로 정말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해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개발하니까 함께 하는 힘을 느끼면서 개발할 수 있어요. 그때 같이 팀 프로젝트를 했던 동기들은 지금도 연락하며 서로 도와주는 동료 관계가 되었어요. 독학을 했다면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부트 캠프에서 공부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다만 모두에게 해당하는 정답은 없으니 자신이 맞는 방식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 드리고 싶어요.


개발자가 된 후로, 어려웠던 점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혹시 개발자가 된 후로 가장 힘들었던 일 하나만 얘기해 주 실 수 있나요?

이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괜찮아요?(진짜 끝에 조금 움)


개발자로서의 좋은 경험이었지만 첫 번째 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먼저 오퍼가 온 케이스였는데, 신입인 저에게 먼저 연락을 준다는 자체가 너무 달콤했어요. '내가 필요하다고 먼저 연락을 주다니.. 나 잘하나? 나 진짜 귀한가 봐..!' 이런 생각을 했죠ㅎㅎㅎㅎ


초기 스타트업이었는데, 설립자 두 분 다음으로 제가 들어가게 된 상황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긴 했죠. 왜냐하면 완전 쌩신입인데 사수가 없는 환경에 들어간다는 게 사실 좀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CEO분에게 저를 어떻게 믿으시냐고 물어봤어요. "당연히 모든 개발을 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니어한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게 무리인지 안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서 시장성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단계다. 지금 소리님이 와서 먼저 작업을 시작하면 이후에 시니어 분을 채용해 단단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하지만 그 시니어는 1년 5개월을 다니는 내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ㅎㅎㅎㅎㅎ


그러면 시니어 또는 사수분이 없어서 힘들었던 걸까요?

음.. "사수"가 없어서 힘들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수가 아니더라도 같이 일하는 "팀원"은 꼭 필요한 것 같더라구요. 같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래서 CEO분에게 항상 "사수가 아니어도 된다. 엄청난 시니어 아니어도 되니까, 같이 일할 팀원 한 명만 데려와 달라"라고 많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ㅎㅎㅎ


혼자서 개발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경력이 많으신 분이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내가 더 잘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경험했던 도메인이 다르고, 경험했던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잘하는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하다 보니 "사수"라는 단어보다 "경험이 더 많은 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이 분 말 잘하신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음)


그리고 단어가 사람의 사고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사수"라고 칭하면 내가 모르거나 힘들어하는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가 생기게 되는데, 오히려 자신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데 생각해 보려는 노력도 안 할 수 있잖아요.


같은 팀원이 없어서 힘드셨군요..! 팀원이 없어서 힘들었던 점을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누군가의 피드백이 없으니까 자신감 없이 개발을 했던 것 같아요. 어떤 라이브러리 둘 중에 뭘 쓸지 고민을 엄청나게 하고 있는데, 저 말고 결정을 해줄 사람이 없는 거죠. 또, 내가 어떤 고민을 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구요. 좀 외로운 시간이 길었죠.


만약 프론트엔드 개발을 처음 시작하는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돌아간 소리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오~ 이 질문 꽤나 괜찮네요! (훗..)

잠시만 생각해 볼게요..


그냥 너무 쫄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다 잘 되게 되어 있다. 너와 꼭 맞는 회사가 나타날 거다. 그리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소리야. 프론트엔드 쉽지 않아.ㅎㅎㅎㅎㅎ


프론트엔드는 눈에 보이는 비주얼적인 것을 다루는 개발을 하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흥미를 빠르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프론트엔드 직군을 선택했는데, 현업에서 일을 해보니 눈에 보이는 일을 한다는 것 때문에 더 어려울 때도 많이 있더라구요ㅎㅎㅎㅎ 뭐가 하나 잘못되면 눈에 바로 보이기 때문에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입니다.


그리고 프론트엔드는 제품 개발의 가장 마지막 단에 위치해 있다 보니 일정 관리도 잘 할 수 있어야 하구요. 예상되는 이슈가 있다면 서버 개발자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의 다양한 직군과 의사소통을 잘 해서 사전에 대비를 잘 해두는 방법 등이 필요하더라구요.


아마도 과거의 저에게 무슨 말을 해도 저는 프론트엔드를 선택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너가 모르는 이런 고충들이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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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더디: 지금까지 인터뷰는 좀 어떠세요? 괜찮나요?

김소리: 재밌는데요? 약간 긴장을 했었는데, 왜 했나 싶네요ㅎㅎㅎ 역시 음주는 괜찮네요ㅎㅎㅎ

최더디: 맥주 다 마실 때까지만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김소리: 저는 5시간 해도 상관 없어요ㅎㅎㅎㅎ

최더디: 죄송합니다 그건 제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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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식상하다고 말씀하셨던 질문인데, 좌우명 또는 신념이 있을까요?

호주에 갔다 오고 느꼈던 건데, 인생이 생각보다 심플하더라구요. 전에는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 또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타이밍을 놓친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 대신 선택해 주길 바라면서 그 순간을 회피하려고 한 적도 많아요.


그런데 호주에 가보니 정말 혼자 선택해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절로 알게 된 게, "마음껏 선택하자. 그리고 책임질 게 있으면 그냥 책임을 지면 된다"는 거였어요. 만약 거기서 느낀 게 있으면 좋고 뭐 아님 말고의 마음가짐으로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직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ㅎㅎㅎㅎ


소리님은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세요?

오. 어렵다. 너무 어려워요. 음.. 저는 더디님 같은 사람이 부럽다고 생각해요!(갑자기 감동 주는 거 있음?)


최더디: 하이네켄 마시면서 인터뷰하는 사람이요?

김소리: 아뇨. 그건 별로 안 부럽고.


해맑다 해야 할까요? 모르는 것을 해맑게 물어보는 사람이 흡수를 잘한다고 어떤 글에서 봤는데, 그게 더디님이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거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 보통은 "나 정말 멋진 사람이야!"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숨기고 싶기 마련이잖아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드러내는 걸 꺼리지 않는 더디님의 모습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리고 일 때문에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인터뷰하시는 것도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술 마셨는데, 감동 주지 마시죠. 그러다 웁니다.)


소리님은 요즘 어떤 걸 할 때 가장 재밌고 행복하신가요?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이신 분의 고민 상담을 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전 그때 너무 재밌고 뿌듯했어요.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데,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고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얘기를 내가 해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멋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어요!


최더디: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싶었던 소리님은 개발자가 되어 있고, 상담사를 꿈꿨던 소리님이 상담을 해주셨네요! 두 마리에 토끼를 잡으셨군요!

김소리: 그러게요. 나중에 더 많은 경험이 쌓였을 때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멘토링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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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더디: 제가 준비한 질문은 끝났습니다! 혹시 제가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질문 보셨나요? 엄청나게 많은 질문이 들어왔는데, 시간이 촉박하니 1가지만 뽑아 봤어요!

김소리: 근데 그거 쓰면 누가 질문을 해요?

최더디: 인기폭발입니다.


Q: 개발자로 직업을 바꾸고 삶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A: 오.. 이거 질문하신 분 되게 나이스하신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분명히 바뀐 점이 있네요.


제가 예전에 하고 싶었던 것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이런 일을 하고 싶었는데, 심리 상담은 사실 무언가를 바꾼다기보다는 상황은 그대로 있고 "마음가짐을 바꿔보세요." 이런 식으로 접근해요. 그래서 한때 상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있었어요. 교육이나 사회복지 이런 쪽도 제가 관심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는 생각이 있어 되게 무력감이 많이 들었었어요.


근데 개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문제를 푸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제는 그런 부분에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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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더디: 인터뷰 너무 감사합니다 소리님!

김소리: 저도 너무 감사합니다! 근데, 인터뷰 재미없으면 어떡해요?

최더디: 인터뷰 글을 재미없게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밌게 읽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 글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쓰는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재미있으면 글을 쓰는 거죠! 저는 오늘 인터뷰 너무 재밌어요-!

김소리: 오~ 약간 재수 없는데, 멋지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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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기 질문]

최더디: 아까 맥주 사 올 때 얘기했던 내용, 처음 얘기하는 것처럼 하는 건...

김소리: 혹시 그런 작위적인 인터뷰를 이때까지 해오신 건가요 더디님?

최더디: 진짜 별로라고 말하려고 하던 참입니다 소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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