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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겁쟁이 Jan 26. 2024

ep.34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

전시를 하고 난 후, 12월부터 직업이 생겼다.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

전시를 준비하면서 중간중간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다행히 전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나의 첫 어시스턴트 여행이 시작됐다. 광고/패션/엔터 사진을 주로 찍는 스튜디오였는데 일을 시작하고 3주 만에 그만뒀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힘들지만 사진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축복받은 거라 생각했고 일을 시작하기 전, 스튜디오에 들어오고 싶어 간절했던 나를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일을 오래 하지 못하겠단 결론이 나왔고, 3주 만에 퇴사하겠단 말을 꺼냈다.

3주, 21일 만에 내가 선택했던 일을 포기한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해서였을까. 며칠 동안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나는 끈기가 부족한 사람인가’, ‘나는 성실하지 못한 사람인가’. 계속 이러한 생각들을 하다 보니 내가 참 형편없다고 생각되더라.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3주 만에 나와 맞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게 돼서 운이 좋았다.’, ‘오래 있었으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기 더 힘들었을거다.’, ‘죄송하지만 나만 생각하자.’

자책에 빠지기 전, 퇴사하자마자 바로 스타벅스로 달려가 웨딩 스튜디오에 지원할 이력서를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다시 백수로 돌아가긴 싫었고 하루빨리 다른 곳에서 일을 해봐야 했다. 내 선택이 정말 틀린 건지 빠르게 확인해야 했다. ‘광고/패션/엔터 사진들이 나에게 맞지 않는 걸 거야, 나는 웨딩/커플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 걸 거야.’라는 생각에 포토그래퍼라는 목표는 같지만, 웨딩이라는 방향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다행히 가장 가고 싶었던 스튜디오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현재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을 취미로 시작해, 사이드 프로젝트(비일상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게 됐고 지금은 사진을 업으로 하려는 포토그래퍼 길을 걷고 있다. 취미가 너무 빠르게 업으로 바뀌였고, 이로 인해 취미까지 사라지게 될까 봐 두렵다. 하지만 취미가 사라지는 두려움보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나중에 후회를 하는 내 모습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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