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2020년 3월의 음반 리뷰

by 정준호

ALPHA559 모차르트,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5번

프랑스 중견 실내악단 콰투오르 보체는 ‘목소리 사중주단’이니 곧 사중창단이다. 한 시즌에 엇비슷한 프로그램 세 개만 무대에 올리는 완벽주의자들이다. 새 앨범에서도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사중주 15번을 하나로 녹였다. 모차르트의 K.421은 빈에 도착한 직후 하이든에게 헌정한 여섯 사중주 가운데 두 번째 곡이며, 시리즈 중 유일하게 단조(돈 조반니, 레퀴엠과 같은 D단조)이다. 길이가 50분에 이르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사중주 15번은 죽기 2년 전에 작곡되었다. 현악 5중주(D.956)나 교향곡 9번과 비견되는 ‘천국의 길이’인 셈이다. 푸아티에 극장 강당(TAP)을 울리는 사중창은 ‘초월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연주: 콰투오르 보체

이건 베르사유 궁전 지을 터를 보러 가던 루이 14세의 나들이인데?


ALPHA546 스카를라티, 슈베르트, 몸포우, 알베니스: 피아노 작품집

1985년 미국에서 태어난 앤드루 타이슨은 2015년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BBC 라디오 3가 ‘진정한 피아노의 시인’이라 격찬한 까닭은 앞선 두 앨범에서 증명해 보였다. 스크랴빈과 라벨을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던 타이슨의 새 앨범 주제는 ‘풍경Landscapes’. 몸포우의 <파이사헤스Paisajes>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타이슨은 앨범 중심의 슈베르트의 소나타(D.664)를 통해 오스트리아의 정겨운 전원을 보여준다. 앞뒤는 몸포우와 알베니스(이베리아)의 이국적인 스페인 정경이며, 스카를라티의 앳지 있는 소나타들이 풍경화들을 연결한다. 매우 고급스러운 갤러리이다.

♬연주: 앤드루 타이슨 (피아노)


A470 베르나르디: 죽은 자를 위한 미사 (잘츠부르크 레퀴엠)

베로나에서 태어난 스테파노 베르나르디는 몬테베르디와 동년배였다. 고향을 떠나 독일을 떠돌던 그는 잘츠부르크에 자리 잡고 새로 지은 대성당의 악장이 된다. 1628년 돔 축성식 때 연주한 <테 데움>은 유실되었지만, 이듬해 쓴 <죽은 자를 위한 미사>와 그 앞뒤에 쓴 단품들은 베네치아에서 비롯된 ‘콘체르타토’(기악과 성악의 교차 또는 병행 연주)가 알프스 북쪽까지 만개했음을 증명한다. 성악 중심의 보체스 수아베스와 금관 색벗을 주로 한 콘체르토 시로코가, 전작 조반니 크로체(베네치아)에 이어 스테파노 베르나르디(잘츠부르크)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음악사의 시공간을 동시에 여행하는 경험이다.

♬연주: 보체스 수아베스, 콘체르토 시로코

음반 표지에 이그나치오 솔라리가 그린 <그리스도의 매장>은 바로 곡이 연주된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재단 왼쪽에 그린 것이다.


A464 그란디: 천상의 꽃 - 모테트 작품집

알레산드로 그란디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대성당의 악장 조반니 가브리엘리와 조반니 크로체에게 ‘콘체르타토’, 곧 공간과 음향의 활용법을 배웠고, 스승들의 뒤를 이은 몬테베르디를 보좌하며 그에 버금가는 화성음악의 대가가 되었다. 특히 모란디는 베르가모로 근거를 옮긴 뒤 몬테베르디의 관심 밖이던 모테트에 특히 공을 들였으니, 바로 이 앨범의 수록곡들이다. 그란디의 도시 베르가모 음악원 동급생들이 2013년 창단한 금관 앙상블 우트파솔과 알레산드라 로시 뤼리히가 이끄는 아카데미아 아르카디아의 성악가들이 세속의 선율로 교회의 가사를 물들인다.

♬연주: 우트파솔 앙상블, 아카데미아 아르카디아, 알레산드라 로시 뤼리히 (지휘)

그란디 좋구먼!


SOMMCD 0162 하이든: 소나타와 변주곡

솜 레이블에서 꾸준하게 자기 레퍼토리를 녹음해 온 영국 중견 피아니스트 리언 매컬리가 하이든 소나타 시리즈에 도전한다. 하이든은 베토벤 같은 명연주자는 아니었다고 알려졌지만 매컬리의 연주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그의 곡이 소박하게 들리는 건 건반 악기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시대였기 때문이지, 하이든이 성긴 작곡가였기 때문은 아니다. 한때 하이든이 모차르트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것이라 알려졌던 <피콜로 디베르티멘토>는 하이든이 마리아 안나 폰 겐칭거의 죽음을 애도한 곡으로 추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녀는 진정 하이든의 ‘여자 (사람) 친구’였을까?

♬연주: 리언 매컬리 (피아노)

카디건 어디서 사셨어요?


SOMMCD 0605 비르투오소 피아노 편곡집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알레산드로 타베르나는 하노버에서 윤디 리, 손열음 등을 가르친 아르에 바르디에게 배웠고, 스크랴빈 콩쿠르 1위, 런던 콩쿠르 2위, 리즈 콩쿠르 3위를 한 재원이다.

음반의 프로그램은 실로 다양하다.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바흐는 원곡이 바이올린 독주곡인가 하면, 리스트는 슈베르트의 가곡과 모차르트, 베르디의 오페라와 같은 성악곡을 편곡했다. 도흐나니 편곡의 슈트라우스 <연인 왈츠>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는 관현악의 스펙트럼을 뽐내야 한다. 마지막에 쏟아지는 박수 소리를 들으면 연주 당일 청중도 음반 청취자와 같은 짜릿함을 느꼈음에 분명하다.

♬연주: 알레산드로 타베르나 (피아노)

애썼네


SOMMCD 5007 뉴욕의 캐슬린 페리어

캐슬린 페리어는 1947년 에든버러 축제에서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처음 불렀다. 말러의 제자이자 곡의 초연자였던 브루노 발터는 자신이 음악 고문으로 있던 뉴욕 필로 페리어를 부른다. 페리어는 1948년 1월 카네기홀에서 세 차례 이 곡을 노래한다. 이때는 말러의 미망인 알마가 객석에 앉았다. 이듬해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다시 발터와 이 곡을 노래했고, 1952년 전설적인 데카 녹음으로 이어진다. 솜의 이 음반은 카네기홀의 둘째 날 실황을 담았다. 1500~2000만 라디오 청취자가 세기말의 절경으로 안내하는 페리어와 세트 스반홀름의 노래에 넋을 잃었다. 바흐의 아리아와 발터의 인터뷰는 덤이다.

♬연주: 캐슬린 페리어 (콘트랄토), 브루노 발터 (지휘), 뉴욕 필하모닉 등

언제 들어도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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