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의 놀라운 음반들
바로크로부터 현대음악까지 뜨거운 이슈가 있는 곳이라면 최전선을 마다하지 않는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가 비발디 너머를 탐구한다. 음반 재킷은 아르침볼도가 그린 루돌프 2세의 초상화 <베르툼누스>를 연상케 한다.
학창 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이던 조반니 안토니니와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가 그녀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녀는 단순히 도서관에서 먼지 덮인 비발디의 악보를 발굴하는 것에는 관심 없다. 비발디를 시간 여행에 초대한 그녀는 다섯 사람의 이탈리아 젊은 작곡가와 한 배를 태운다. 배 안에는 비단과 향신료, 화약과 이야깃거리 따위가 실렸다. 다섯 개 비발디 협주곡과 다섯 개 단편 신작이 만나 터너가 그린 눈보라의 폭풍(표지 그림이다)을 뚫고 니체가 말한 ‘저 너머’에 도착한 이들은 버르토크의 민속 선율에 맞춰 춤을 춘다.
폴란드 태생의 젊은 지휘자 크쥐스토프 우르반스키는 북독일 라디오 엘베 필하모닉이 이름을 바꾸고 새 콘서트홀로 옮기고 음악감독을 교체하는 등 안팎의 어수선한 변동기에 수석 객원지휘자로 중심을 잡아왔다. 특히 레코딩으로는 오히려 음악감독의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음반을 꾸준히 발매해 악단의 옛 명성을 잇고 있다. 알파의 다섯 번째 음반은 낭만주의 관현악의 종착역이랄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이다. 눈부신 금관과 조잘대는 목관의 정교함, 유려한 현악의 짜임새는 오케스트라의 옛 영광을 이뤘던 지휘자 귄터 반트나 크리스토프 도흐나니 팬들이 기대하던 바로 그 수준이다.
토머스 롤스턴은 캐나다가 자랑하는 밴프 실내악 축제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이다. 그의 이름으로 창단한 롤스턴 4중주단은 2016년 밴프 현악 4중주 경연과 2018년 클리블랜드 4중주 경연에서 우승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이루리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태생의 네 멤버가 차이콥스키 실내악의 금자탑으로 레코딩 데뷔했다. 사중주 1번은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두 그와 같은 빈도로 듣게 만들며, 6중주 <피렌체의 추억>은 명연주자 미겔 다 실바와 게리 호프만이 왜 녹음에 기꺼이 힘을 보탰는지 알게 한다. 일찍이 보로딘 4중주가 편곡해 연주한 <어린이 앨범>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보석이다.
연주: 롤스턴 4중주단, 미겔 다 실바 (비올라), 게리 호프만 (첼로)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싱어송라이터 갈리나 베날리는 1968년 브뤼셀에서 태어나 튀니지에서 자랐다. 아랍과 인도 음악에 심취한 어머니와 클래식 애호가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베날리는 여러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월드뮤직계의 가장 중요한 음악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로미나 리슈카는 바젤에서 파올로 판돌포에게 비올을 배운 뒤 벨기에를 대표하는 고음악 연주자로 활동해왔다. 두 사람은 ‘기도’라는 매개를 통해 단절된 시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을 잇고자 한다. 생트 콜롱브와 마레, 포르크레의 기악과 베날리 자작의 아랍어 성악이 교차하며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이룬다. 단순한 반주와 협주가 아니라, 동시에 다른 말로 대화하는 놀라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