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

by 정준호

ALPHA637 베버: 클라리넷 콘체르티노, 클라리넷 오중주,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테 외

독일의 중견 작곡가이자 클라리네티스트 외르크 비트만의 알파 데뷔 음반. 비트만은 베버의 진가를 알아본 두 선배 작곡가 베를리오즈와 스트라빈스키의 찬사를 이어간다. 베를리오즈는 <무도회의 권유>를 관현악 편곡했을 만큼 베버에 열광했고, 스트라빈스키는 베버의 <오이리안테>를 최고로 쳤다. 아찔한 명인기와 마성의 관현악법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초대된 피아니스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데니스 코주힌이다. 오케스트라 없는 이중 협주곡은 곡을 헌정받은 클라리넷의 명인 하인리히 요제프 베어만이 베버와 직접 협주했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클라리넷 오중주 또한 실내악단과 더불어 협주곡 버전으로 거듭났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즐거워


ALPHA626 카페 침머만과 다미엥 귀용의 라멘토 (비가)

카페 침머만 앙상블과 오랜 파트너인 카운터테너 다미엥 귀용이 알프스 이북에서 전개된, 르네상스의 가을이자 바로크의 봄이기도 한 음악을 담은 앨범. ‘라멘토’, 곧 비가는 이 시기 기악과 성악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혔다. 사제지간이던 슈멜처와 비버의 음악으로 시작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삼촌 요한 미하엘과 요한 크리스토프 형제의 음악을 이어간다. 바흐는 요한 미하엘의 딸 마리아 바르바라와 결혼한다. 슈멜처의 <페르디난트 3세를 추모하는 비가>와 비버의 <묵주 소나타> 가운데 ‘파사칼리아’가 음반의 핵심이다. 카페 침머만이 장차 ‘비가’의 전통을 바흐의 장례 칸타타(Actus Tragicus)로 어어갈 것을 예고한다. 성과 속의 완전한 합일이다.

이 음악이 바흐의 장례 칸타타(아래로 이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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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HA553 오펜바흐: 라퐁텐의 우화

17세기 륄리, 18세기 글루크에 이어, 19세기 오펜바흐는 프랑스에서 온 외국 음악가 가운데 누구보다 성공했다. <저승의 오르페오>부터 <호프만의 이야기>까지 재미와 깊이 모두 얻은 결과이다. 오펜바흐는 몰리에르와 더불어 루이 14세가 아꼈던 라퐁텐의 우화 240편 가운데 여섯을 골라 가곡집 <라퐁텐 우화>로 묶었다. ‘양치기와 바다’, ‘까마귀와 여우’, ‘메뚜기와 개미’, ‘젖 짜는 소녀와 우유 단지’, ‘도시 쥐와 시골 쥐’, ‘신기료장수와 은행가’처럼 줄거리를 들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 소프라노 카린 드예와 지휘자 장 피에르 에크가 우화 속 동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역시 드물게 듣는 다섯 오페레타 서곡과 <학생 폴카>가 편집의 완성도를 높였다.

우화면 대충 이솝이라고 해버리는데, 그 중엔 라퐁텐 것인 경우가 많다


RIC425 다울런드: 환상곡 - 류트 솔로를 위한 작품집

표지에 쓴 루벤스의 그림 속 주인공이 9현 겹줄 악기를 쓴 것과 달리 보르 쥴얀은 목을 꺾은 8현 겹줄 류트를 연주했다. 벤델리오 베네레가 1582년에 만든 악기를 복원해 엘리자베스 여왕 존 다울런드가 쓰던 것에 가장 가깝게 만들었다. 요즘 일반적인 류트보다 크기가 크며 ‘테노르’ 음색이다. 덕분에 소리가 더 크고 또렷하며 공명도 풍부하다. 가사 한 줄 없이 18개 트랙을 연주하지만 어느 한 곡 절절한 심경이 녹지 않은 것이 없다. ‘라크리메’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멜랑콜리의 상징이던 다울런드 음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고스란히 옮긴 것이다. 1987년 크로아티아 태생 보르 줄얀의 존재감은 차고 넘친다.

※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디아파종 황금상

대단히 아름다운 음반. 라멘토와 함께 내년 음반상 후보작
이렇게 생긴 친구

RIC411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 전곡

1975년생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은 같은 아르헨티나의 스승 가브리엘 가리도에게 지휘를 배웠고, 둘은 프랑스 앙브로네 고음악 축제를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다. 알라르콘은 새롭게 벨기에 왈룬의 나뮈르 고음악 축제에 공을 들였다.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은 나뮈르 실내 합창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한 2018년 실황 녹음이다. <삼손>은 <메시아>와 동시에 작곡된 최고 걸작이지만, 20세기 후반 이래 전곡 녹음은 10년에 하나 꼴이다. 곡이 시작되고 20분쯤 지나서 유명한 삼손의 아리아 ‘Total eclipse’가 나온다. 누구나 기다리는 ‘Let the bright seraphim’은 끝에서 두 번째지만, 그 2시간 사이 지루할 틈이 없다. 헨델 팬이 아니라도 10년에 한 번 보는 일식(eclipse)은 놓칠 수 없다.

토털 이클립스, 파리넬리, 랭보까지 토털 리콜되네..


CKD622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번 & 27번

2017년, 모차르트 협주곡 25번과 26번을 녹음해 격찬을 들었던 드림팀의 두 번째 앨범. 최고의 모차르트 해석자로 부상한 스위스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와 고음악의 장인 앤드루 맨지가 그린 그림이 모차르트를 또 한 번 빛나게 한다. 작고한 명예지휘자 찰스 매케라스가 최고의 모차르트 앙상블로 빚었던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도 오랜만에 제 몫을 했다. 각기 모차르트의 창작력이 절정에 이르렀던 1784년과 그가 세상을 떠나던 1791년에 작곡된 협주곡 외에, 앨범은 또 하나의 걸작 A장조 론도를 추가했다. 1980년에야 쪼개진 악보가 모두 발견되어 본모습을 찾은 이 곡을 모차르트는 1782년 빈에 자리 잡자마자 썼다. 절정의 청량감을 준다.

피에몬테의 아들, 잘 했어!
2015년 25번

CKD625 파야: 삼각 모자, 스페인 정원의 밤 외

‘오케스트라 오브 아메리카’는 말 그대로 남북미 대륙 음악가의 결합이다. 린 레이블 데뷔 전작에서 코플런드와 차베스 두 북중미 작곡가를 다룬 데 이어, 만년에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를 녹음했으니, 이름값을 다했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원을 받는 멕시코 중견 지휘자 카를로스 미겔 프리에토가 파야의 대표작인 발레 <삼각모자>와 피아노 협주곡 <스페인 정원의 밤>을 묶었다. 젊은 메조소프라노 알레한드라 고메스 오르다스와 노장 피아니스트 호르헤 페데리코 오소리오까지 모두 멕시코 태생이다. 이베리아의 뜨거운 태양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정열과 환상이 아메리카 음악가들의 상상력으로 거듭났다.

다 좋은데 음반 커버는 왜 망친 거냐?
7eb7c9f844bf4f90bde8fe79e30b2b48.jpg Playing guitar on the balcony by Ignacio Zuloaga y Zabal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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