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2021년 2월 음반 리뷰

by 정준호

RIC418 하머슈미트: 종교 작품집 RICERCAR

안드레아스 하머슈미트(1611/12-1675)는 하인리히 쉬츠(1585-1672)보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나 거의 같은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중부 독일과 보헤미아의 접경 치타우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치타우의 오르페오’로 불렸지만, 30년 전쟁과 다음 세기 7년 전쟁으로 도시가 파괴되면서 그에 대한 많은 자료가 유실되었다. 부당하게 묻혔던 하머슈미트의 업적은 이 음반에서 보듯이 쉬츠가 이탈리아에서 배워온 성과에 물을 주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교회음악의 꽃을 피게 한 것이다. 쉬츠와 바흐의 장례 음악을 녹음한 복스 루미니스가 둘을 잇는 하머슈트미트의 수난과 부활 음악으로 독일 근대 음악의 퍼즐을 한 줄 더 완성했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Recording of the Month)


RIC406 콜론나: 모테트 작품집 RICERCAR

조반니 파올로 콜론나(1637-1695)는 볼로냐 성 베드로 대성당의 합창장이자 오르가니스트였다. 일찍이 볼로냐는 교황령에서 로마 다음으로 큰 도시였고, 대서양으로 무역의 중심이 옮겨가기 전까지 비단 무역으로 활기를 띄었다. 첫 대학이 세워졌을 뿐만 아니라 볼로냐 아카데미아 필라르모니카라는 음악학교가 설립되었으니, 그 창립 회원 가운데 하나가 콜론나였다. 다음 세기 아카데미아에서 가르친 마르티니 신부의 문하에서 그레트리, 미슬리베체크, JC 바흐 그리고 어린 모차르트가 배출되었다. 음반에 실린 모테트는 콜론나가 카리시미의 교회 칸타타 전통을 헨델에게 잇는 가교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A906 페레스: 망자를 위한 아침기도 ARCANA 재발매

다비데 페레스(1711-1778)는 또래 페르골레시, 욤멜리와 더불어 나폴리가 배출한 가장 뛰어난 음악가였다. 그는 1752년 포르투갈로 건너가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활동했다. 처음에는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뒤로 종교음악에 매진했다. 1770년에 쓴 <망자를 위한 아침기도>는 대서양을 면한 에스피셸 곶(브런치 표지)의 성모 수도원을 위한 곡이다. 포르투갈 왕실은 이곳까지 왔다가 죽은 순례자들을 위로할 곡을 페레스에게 위촉했다. <망자를 위한 아침기도>는 19세기까지 욤멜리,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더불어 가장 많이 연주된 장례 음악이다. 줄리오 프란디는 리스본 대지진에 가린 포르투갈의 보물, 페레스의 걸작에 불을 붙인다.


A480 바흐: 리틀 북 (하프시코드 작품집) ARCANA

바젤 스콜라 칸토룸의 교수 프란체스코 코르티의 아르카나 데뷔 앨범. 일명 ‘안드레아스 바흐 책’과 ‘묄러 원고’라고 불리는 편집 악보집(바흐의 형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가 바흐 가계에 영향을 미친 선대와 동시대 작곡가들과 동생의 초기작을 묶어 편집한 것이다)과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악보집>, <빌헬름 프리데만을 위한 클라비어 연습곡집> 등에서 가져온 곡이다. 북독일 오르간의 거장 게오르크 뵘, 바흐의 라이프치히 전임 칸토르 쿠나우, 둘째 아들의 대부 텔레만, 당대 오페라의 거장 하세의 곡을 골랐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4번>과, 또 다른 형 요한 야코프를 떠나보내며 작곡한 <카프리치오>까지, 이보다 매력적인 하프시코드 선집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디아파종 황금상


ALPHA635 <디어 마드무아젤> 나디아 불랑제 헌정 앨범

아르메니아 유대계 프랑스 첼리스트 아스트리지 시라노샹은 펜데레츠키 콩쿠르 우승자이고, 다니엘 바렌보임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발탁했다. 직접 쓴 해설은 미국이 프랑스 퐁텐블로에 음악원을 세웠고, 젊어서 부임한 불랑제가 평생 배출한 제자가 20세기 음악사의 주축임을 잘 보여준다. <디어 마드무아젤>은 미국 제자들이 스승 나디아 불랑제를 부른 호칭. 친구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과 불랑제 자신의 <세 소품>이 전반부를 이루고, 제자 엘리엇 카터, 필립 글래스, 미셸 르그랑, 퀸시 존스의 후반부는 불랑제가 강조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바렌보임이 직접 스승의 곡을 피아노 반주했다. 앨범을 여는 피아솔라도 물론 퐁텐블로 학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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