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준비했던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중간에 주제를 바꾸기도 했고, 안팎의 여러 사정 탓에 차이콥스키 탄생 180주년이던 2020년을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거나 편집자와 소통 부족으로 드러난 오류를 이 지면을 통해 정정합니다. 아울러 최종본까지 있었지만 제작비 절감을 위해 빠진 본문과, 처음부터 들어가지 못한 일부 도판도 덧붙입니다.
30대에 처음 책을 낼 때 편집하시던 분과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등단 시인이던 그분은 제 원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지적을 하셨습니다. 도움이 된 점도 있지만 정작 클래식 음악은 잘 모르시던 분이라 의견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비제가 오페라 <카르멘>을 초연하던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작곡가는 성악가와 극장의 요구에 맞게 작품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어쨌거나 <카르멘>은 역사상 가장 성공을 거둔 오페라가 되었지만, 비제는 초연 얼마 뒤 과로사했습니다. 저는 비제가 불쌍했다는 뜻으로 이 고사를 편집자에게 얘기했는데, 그분은 저와 달리 그런 수정 덕분에 작품이 성공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시더군요. 여하 간에 여러 사람의 치열한 노력 끝에 빛을 본 차이콥스키 책이니 부디 관대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정오표:
가장 러시아적이면서도 최초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변방의 위대한 별’ 차이콥스키의 길을 따라가다
책날개에 적힌 이 요약은 제가 쓴 것은 아닙니다. 딱히 흠잡을 것 없이 보이기도 하지만, ‘가장 러시아적’이라는 말은 지레짐작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을 붙잡고 “차이콥스키가 가장 러시아적인 작곡가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대신 “림스키코르사코프나 다른 5인조 작곡가”를 들 것입니다. 이 말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차이콥스키의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차이콥스키를 “러시아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거나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하는 것은 틀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라고 해도 되겠지요. 하지만 “짜장면은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다”라고 하면 누구나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일 차이콥스키가 가장 러시아적인 작곡가였다면 러시아 5인조는 6인조가 되었을 것입니다.
편집자는 차이콥스키가 가장 러시아적이라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인용을 들었습니다.
“차이콥스키야말로 우리 중 가장 러시아적인 사람이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따지려면 제가 쓴 스트라빈스키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은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이라고 곧이곧대로 들을 것이 아니라는 서론으로 시작합니다. 스트라빈스키 또한 러시아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그가 한 말은 짧게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일종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시작부터 머리 아프지만, 그런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입니다.
이쯤 하고, 다음의 저자 약력도 제가 출판사에 보낸 것은 아닙니다.
...현재 음악 칼럼니스트와 음악 관련 강연자로 활동하면서 대중과 활발하게 만나고 있다.
저는 대중과 활발하게 만난 적도 없고, 성격상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SNS도 하지 않는 제가 대중과 활발히 만난다고 한다면, 독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쓰지 않은 이런 약력이 온라인 서점의 저자 소개를 대체하고 말았습니다. 최소한 양해라도 구했어야 할 일입니다.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시리즈를 위해 특별히 쓴 약력을 이 지면에 소개합니다.
1972년생. 음악 칼럼니스트. 지금껏 고전의 언저리, 곧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살았다. 당연히 약삭빠른 세상 물정에 어둡지만, 길게 보아 그것으로 먹고사니 꽤 성공한 편이다. 음악잡지를 만들다가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 『이젠하임 가는 길』, 『스트라빈스키』 따위 책을 썼고, 10여 년 라디오도 진행했다. 지금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세상 아름다움의 끝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13쪽 열세 번째 줄
차이콥스키의 음악도 모차르트나 베토벤 못지않게 사랑받는데 그에 대한 읽을거리는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 '왜'와 '그에'가 빠져 어색한 비문입니다. 제가 쓴 초고는 아래와 같습니다.
왜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모차르트나 베토벤 못지않게 사랑받는데 읽을거리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26쪽 아래서 네 번째 줄
조아치노 로시니
-> 피오치오가 아니듯이, 조아키노Gioacchino가 맞습니다.
44쪽 아래서 여덟째 쪽
오늘날 러시아 문화사에서 이름난 쪽은 세로프보다는 그의 아들인 화가 발렌틴다.
-> 그의 아들인 화가 발렌틴이다.
편집 과정에서 삭제될 뻔한 것을 겨우 살린 부분입니다. 이 문단에서 소개하는 그림을 표지 그림 후보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발렌틴 세로프가 그린 <복숭아를 든 소녀>는 아래와 같습니다.
68쪽 세 번째 줄
첫 발레 <백조의 호수>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초고부터 있던 오류입니다. <백조의 호수>를
72쪽 아래서 일곱 번째 줄
당대 최고의 명사 슈트라우스는 1865년 파블롭스크궁전에서 차이콥스키의 <성격 춤곡>을 지휘했다.
-> 물론 궁전이나 숲 속에서도 매년 슈트라우스의 무도회가 열렸겠지만, 이 곡은 궁전이 아닌 역사(驛舍)에서 초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아래와 같은 건물입니다.
78쪽 아홉 번째 줄
옥사나는 황후의 신발을 신고 싶다고 답한다.
-> 우리말로야 왕비나 여왕, 여제나 황후가 차이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모두 퀸Queen이나 차리차Tsaritsa로 부릅니다. 차이콥스키의 <대장장이 바쿨라>에 나오는 차리차는 그저 황후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실존 인물 예카테리나 여제이기에 모두 수정했는데, 하나를 빠트렸습니다.
86쪽 일곱 번째 줄
차이콥스키 당대의 톨스토, 푸시킨, 레핀 같은 예술가가 중요한 이유다.
-> 톨스토이, 편집 과정에서 탈락했습니다.
96쪽 열두 번째 줄
초연 때는 마녀였던 계모가 3막에서 로트바르트 남작으로 대체되지만, 수정판에서는 처음부터 사악한 계부가 사악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 초고는 아래와 같은데, 편집 과정에서 두 번 사악해졌습니다. 나쁜 사람인 것은 맞지만 그 또한 제 딸을 사랑하는 아비이므로 용서하겠습니다.
초연 때는 마녀였던 계모를 3막에서 계부 로트바르트로 바꾸지만, 수정판에서는 처음부터 아버지인 점이 다르다.
132쪽 아래서 다섯 번째 줄
그것은 제가 경험만 열정과 신비한 느낌의 회상입니다
-> 경험한. 초고부터 있던 오류입니다.
136쪽 네 번째 줄
결혼할 즈음에 대해 그가 직접 적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 시기의 그가 극도로 복잡한 연애 관계에 사로잡혔음을 보았다.
-> 편집 과정에서 지시대명사를 겹쳐 썼습니다. 앞의 그는 ‘차이콥스키’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148쪽 넷째 줄부터: 최종 원고에 있던 부분인데 제작비를 아끼려고 뺐습니다. 인용한 영화에서 가장 흐뭇한 부분이라 여기서 다시 소개합니다.
영화 <차이콥스키>는 <예브게니 오네긴> 작곡 장면을 매우 인상적으로 그렸다. 떠들썩한 술집에서 편지 장면을 쓰며 만족하는 차이콥스키는 자작나무 숲을 지나며 같은 멜로디가 훗날 오네긴을 통해 불릴 것을 예감한다. 집에서 피아노로 편지를 노래하던 차이콥스키는 둘도 없이 친한 하인 알료샤에게 어느 부분이 좋은지 묻는다. 알료샤의 수줍은 의견은 작곡가를 크게 만족시킨다. “이 부분이 좋습니다. ‘당신은 수호천사이신가요? 아니면 교활한 유혹자인가요?”
알료샤는 밀류코바라는 여인에게 온 편지를 주인에게 전한다. 차이콥스키는 곧바로 자신이 오네긴이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니 그는 오네긴과 달리 행동해야 했다. 밀류코바의 집 앞에서 그녀가 추녀인지 미인인지 훔쳐보던 주인과 하인은 불순분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힌다. 연행한 사람이 저명한 모스크바음악원 교수인 ‘차이콥스키’임을 확인하고서야 경찰서장은 두 사람을 풀어준다. 결혼식을 마친 차이콥스키의 머릿속에는 폰 메크 부인에게 헌정할 <교향곡 제4번>의 울림이 가득하다.
160쪽 열두 번째 줄 이후: 역시 마지막까지 있다가 사라진 구절입니다.
나는 위고가 『레 미제라블』에서 파리를 묘사한 방식이 좋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연적인 사건이 필연적으로 반복된다. 차이콥스키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위고를 좋아하지 않았다. 1888년, 그는 위고의 『마리옹』을 오페라로 만들자는 프랑스 작가 레옹세 데트로야에게 보낸 편지에서 분명히 밝혔다.
"나는 위고 숭배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의 희곡 가운데 『마리옹』은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1888년 7월 2일 프롤롭스코예에서 보낸 편지
『마리옹』의 배경은 리슐리외 추기경이 루이 13세를 조종하던 시절 프랑스이다. 마리옹은 귀족을 상대하는 창녀, 곧 코르티잔이다. 마리옹을 사랑한 디디에는 그녀 때문에 결투까지 하지만 정작 그녀가 코르티잔이라는 사실은 모른다. 죽기 직전 그것을 알지만, 그녀의 사랑도 진실했음을 알고 용서한 뒤 숨을 거둔다. 차이콥스키는 디디에가 그토록 마리옹을 오래 사랑하면서 그녀가 코르티잔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설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만일 데트로야의 대본에 차이콥스키가 곡을 붙여 <코르티잔>이라는 오페라가 탄생했다면, 우리는 프랑스어로 된 그의 유일한 오페라를 즐길 터이고, 적어도 러시아말로 된 다른 작품보다 훨씬 공연 빈도가 높았을 것이다. 아쉽게도 차이콥스키는 위고를 너무 꼼꼼히 읽었다. 위고가 좋건 싫건 그렇게 읽고서 파리를 보면 정말 뭣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172쪽 아래서 열 째 줄
차르 암살과 함께 <오를레앙의 처녀>는 그렇게 완전히 잊혔다.
-> 불필요하고 어색하게 ‘그렇게’가 삽입되었습니다.
194쪽 일곱 번째 줄
여기서는 올림라장조, 첫 악장에서는 라장조
-> 내림라장조. 초고의 D플랫 장조를 수정하며 생긴 오류입니다.
201쪽 여덟 번째 줄
자유롭고 행복한 새처럼 여러분 영혼이 그곳으로 날아가고 싶을 것니다.
-> 것입니다.
245쪽 열 번째 줄
그러나 로베르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올란타가 아닌 보모 마틸드를 사랑한다.
-> 모르는 사이 엉뚱하게 삽입되었는데 로베르가 사랑한 마틸드는 보모가 아니라 이웃나라 공주입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은 이올란타의 보모 이름은 마르타입니다.
247쪽 첫 번째 줄
무인도에서 태어나 사람이라고는 아버지밖에 모르고 자란 미란다 말이다.
->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의 주인공 미란다는 밀라노에서 태어난 뒤 어릴 때 무인도로 건너와 아버지와 단둘이 지냅니다.
권말에 정리한 연표도 제가 의도한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대부분 본문에 나온 사항을 다시 요약했는데, 원래 저는 본문에 빠진 내용을 보충하고 세계사와 당대 풍경, 특히 철도의 발달 사항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제가 쓴 연표는 아래에 따로 엮습니다.
아울러 ‘참고 문헌’ 가운데 ‘음원과 영상’ 부분도 최종판에서 사라졌습니다. 저는 읽은 책 나열보다는 듣고 본 음악과 영상 자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래와 같이 애써 정리했는데, 아쉽게 단행본 자료만 남고 다 빠졌습니다. 덕분에 책은 300페이지가 넘지 않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상이 얼른 눈에 띈 오류와 아쉬운 점입니다. 그 밖에도 드러날 미숙함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와 제 유튜브를 통해서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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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발행 직후 올린 이 정오표는 출판사 요청으로 내렸는데, 이후 재판에서 어느 정도 바로잡아 다시 올립니다. 이젠 딱히 들춰볼 사람도 없으니....
처음부터 삭제된 부분까지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저로서는 여러 모로 아쉬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