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의 CD 리뷰
ALPHA644 헨델: 브로케스 수난곡 Alpha
바르톨트 하인리히 브로케스는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할레에서 법을 공부했고, 여러 나라를 여행한 뒤 24세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다섯 살 연하의 헨델은 고향 할레에서 그와 처음 만났고, 브로케스가 함부르크로 돌아가기 한 해 전 우연히도 그곳에 자리 잡았다. 짧지만 각별한 인연은 헨델이 영국으로 건너간 뒤에 드물게 독일어로 쓴 <브로케스 수난곡>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브로케스의 대본은 앞서 카이저와 텔레만도 곡을 붙일 만큼 검증된 것이며, <요한 수난곡>을 쓸 때 바흐가 직접 필사해 참고했을 만큼 음악 또한 눈부시다. 조너선 코언의 새 앨범은 여전히 목마른 이 곡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단연 최상의 위치를 차지할 만하다.
ALPHA662 로열 헨델 - 헨델 아리아집 Alpha
1719년 런던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이 창단해 1728년 문을 닫기까지 헨델의 첫 번째 전성기(두 번째는 오라토리오의 시대이다)를 요약한 앨범이다. 영국 귀족들을 이탈리아 오페라에 눈뜨게 한 헨델은 런던을 새로운 오페라의 수도로 만들었다. 10년 동안 34개 오페라를 작곡해 460번 이상 공연한 예는 전무후무하다. 이 음반에 처음 녹음된 아리오스티와 보논치니의 곡들이 반짝했지만, 독일 태생의 헨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에바 자이치크는 헨델이 마르게리타 두라스칸티를 염두에 두고 쓴 곡들을 가려 뽑았다. 바람을 부르고 파도를 잠재우는 숨 막히는 묘기에 도취했던 18세기 런던을 ‘지금 여기’로 만든다.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RAM1902 1726년 베네치아의 음악 - 비발디, 스카를라티, 포르포라 외 RAMEE
18세기 전반 바로크 황금기를 탐색하는 소프라노 페린 드빌레르와 그녀의 앙상블이 1726년 베네치아에 첫 번째 닻을 내렸다. 수세기 동안 유럽 문화의 중심이던 베네치아가 또 한 차례 격변을 맞이한 해이다. 비발디로 대표되던 이곳에 나폴리의 포르포라와 밀라노의 삼마르티니가 도착한 것이다. 목관의 대담한 사용으로 아리아는 하소연하거나 화를 쏟아낼 상대역을 갖게 되었고 덕분에 오페라는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베네치아에서 이를 본 독일의 피젠델과 크반츠, 하세, 헨델이 각지로 뻗어가 베네치아 스타일을 유럽의 스타일로 확장한다. 곤돌라에 승선하듯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1726년 베네치아를 여행하게 된다.
AVI8553032 모차르트 현악 4중주 제3집
독일 젊은 사중주단의 선두에 선 아르미다의 놓치지 말아야 할 세 번째 모차르트 앨범. 전작처럼 헨레 출판사의 새 편집 악보를 가지고 연주한 초기, 중기, 후기의 여섯 곡을 한 데 엮었다. 하이든에게 헌정한 중기의 걸작집 가운데 첫 곡인 ‘봄’으로 시작해 최후의 작품인 프로이센 사중주 23번으로 첫 음반을 마감한다. 청년 시절 밀라노에서 나온 사중주 2번으로 두 번째 음반을 연 아르미다는 첫 빈 체류 중에 쓴 12번, 끝으로 프로이센 세트 첫 곡인 21번으로 마감한다. 한 마디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현악 사중주 양식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살필 수 있는 공들인 짜임새이다.
RAM1903 베토벤, 쿨라우: 플루트를 위한 작품집 RAMEE
탄생 250주년을 기념했던 2020년, 평소 가려 있던 베토벤의 많은 관악곡이 녹음된 끝에 가장 주목할 만한 앨범이 대미를 장식했다. 플루트 대화의 쌍방은 베토벤과 플루트의 베토벤’이라 불렸던 후배 쿨라우이다. 음반의 백미는 베토벤의 <세레나데>라기보다 후반부 쿨라우의 <대 소나타>이다. 단순히 베토벤 아류가 아니라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과 베버의 <오베론>에 이어주는 낭만의 가교인 것이다. 이에 베토벤은 ‘B-A-C-H’라는 묵직한 주제를 변주해 쿨라우를 지지한다. ‘차갑게, 미지근하지 않게Kühl, nicht lau’는 후배의 이름을 빗댄 유머이다. 여성 두오의 속이 꽉 찬 앙상블에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
LPH034 브루크너: 미사 2번 & 테 데움 PHI
수년 동안 브루크너에 매진해 온 필리프 헤레베헤가 <테 데움>을 처음 녹음하며, 미사 2번을 30년 만에 다시 불러왔다. 종교음악이 빛을 읽어가던 막바지에 브루크너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교회 음악사를 집대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팔레스트리나로부터 베토벤과 슈베르트 시대까지 종교음악이 보여준 천국을 동경한다. 헤레베헤는 ‘실낙원’을 아쉬워하는 멜랑콜릭한 브루크너 음악을 통렬하고 냉정하게 읽어낸다. 목관과 금관만으로 반주하는 미사 2번에서 헤레베헤는 일동을 하나의 오르간처럼 장악한다. <테데움>의 압도적인 음량은 거의 낙원을 다시 쟁취할 태세이다.
독일음반비평가협회상
LWC1207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외.
바실리 페트렌코가 자신의 장기인 20세기 소비에트 음악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매한 지 5년 만에 나온 두 번째 프로코피예프 앨범은 교향곡 5번. 차이콥스키 이후 교향곡과 무대 음악 양 분야에서 모두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교향곡 5번. 한 배에 나와 각기 다른 운명으로 갈라진 듯한 음악이 페트렌코의 해석으로 군더더기 없는 감동으로 이끈다. 친구 먀스콥스키의 풍자적인 단악장 교향곡까지 더해, 페트렌코가 왜 2021년부터 러시아 “스베틀라노프 오케스트라”의 상임으로 부름 받았는지 알게 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