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따라가면 더 멀리 가버림

2021년 6월 CD 리뷰

by 정준호

LPH035 바흐: 칸타타와 모테트

바흐가 1726년에 쓴 <너희에게 말씀하시길, 선이란, BWV45>는 비발디풍의 협주곡이 베이스 아리오소와 결합해 예수를 오페라 인물처럼 그렸다. 이듬해 쓴 <여왕이시여, 한 번만 더 비추소서, BWV198>은 작센 선제후 비이자 폴란드 왕비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고 루터교로 남았던 크리스티아네 에버하르디네를 위한 장례 칸타타이다. 나란한 두 곡이 같은 무렵에 쓴 <마태 수난곡>을 예고한다. 1736년의 단악장 모테트(과거 칸타타로 분류) <오 예수 그리스도님, 제 삶의 빛, BWV118>은 바흐의 원숙미를 꾸밈없이 보여주는 걸작이다. 필리프 헤레베헤와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의 정체성과 사명감에 꼭 어울리는 앨범이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CKD657 비올 콘소트로 연주하는 바흐 평균율 2집

1년 만에 나온 판타즘의 바흐 평균율 후속 앨범. 앞선 1집이 다양한 대위법 음악과 합창음악을 편곡한 것인데 비해, 2집은 건반을 위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의 두 권에서 뽑은 곡들로만 채웠다. 리더인 로런스 드레퓨스는 비올 합주 편곡이 바흐의 원뜻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바흐가 건반 악보로 적기 전 그의 머릿속에서 존재했던 다양한 울림이 현악 앙상블에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협주곡과 칸타타, 수난곡의 주요 부분을 연상케 하는 수록 음악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브람스가 대부분의 음악을 피아노를 위해 편곡했듯이, 바흐의 건반 음악도 거꾸로 기악이나 성악 합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다. 3집도 가능할까?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CKD658 헨델: 오페라 <로델린다>

바흐가 <요한 수난곡>을, 비발디가 <사계>를 쓴 1725년 헨델은 영국에서 최고의 오페라 <로델린다>를 썼다. 헨델과 대본작가 하임은 프랑스 작가 코르네유의 비극을 토대로 8세기 롬바르디아의 왕을 불러냈다. 정적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처자를 볼모로 잡힌 왕이 결국 복권한다는 내용이다. 볼모가 된 왕비 로델린다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남편에 대한 지조를 꿋꿋하게 지켜낸다. 메트 오페라에서 르네 플레밍, 안드레아스 숄과 공연했던 해리 비켓이 코로나로 카네기홀 공연이 무산된 어려움 속에 전곡을 녹음했다. 타이틀롤 루시 크로우와 아내에게 작품 제목을 양보한 베르타리도 왕 역의 예스틴 데이비스도 이름값 이상의 최고 배역이다.


FUG766 모차르트: 더블 콘체르토

1937년 콩쿠르와 더불어 문을 연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채플은 발굴한 인재를 세계적인 악단이나 축제 무대에 서도록 지원하는 ‘현대판 메디치’이다. 피아니스트 루이 로르티와 다른 객원 교수진이, 재단 후원을 받는 스위스 빌 졸로투른 악단과 녹음한 모차르트 이중 협주곡. 이중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이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두 곡의 의미도 각별하다. 1985년 필립 윌비는 모차르트의 단편 협주곡 유고가 바이올린 소나타 K.306의 개작이라 생각하고, 이중 협주곡, K.Anh.56으로 다시 썼다. 콘서트 아리아 K.505는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의 수산나였던 낸시 스토라체를 위해 쓴 연가로 추정된다. 성악과 기악을 위한 협주곡의 드문 예이다.


AVI-MUSIC 8553485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헝가리 지휘자 피셔는 말러 2번에 대해 누구도 갖지 못한 개인적인 애정을 얘기한다. 먼저 첫 악장을 쓸 때 말러는 부다페스트 오페라 음악감독이었다. 피셔 또한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을 만큼 신경이 곤두섰다고 한다. 둘째, 일찍이 한스 폰 뷜로는 말러 2번에 비하면 하이든 교향곡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해당한다고 혹평했다. 피셔는 이를 말러가 하이든만큼 빈 고전주의에 충실하다는 말로 이해한다. 끝으로 말러가 교향곡에 인용한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성 안토니오’에서처럼, 피셔 또한 청중이 곡을 듣고 변한 것 없음을 답답해한다. 다만 그들이 물고기처럼 듣기는 좋아한다는 사실이 다행일 뿐이다. 이제 6번만 남았다.


ALPHA722 쇤베르크: 달에 홀린 피에로

P.K. 또는 ‘팻콥’이라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는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는 타고난 광대이다. 옛 소련 변방 몰도바 태생인 그녀는 악사인 부모의 극단을 따라 방방곡곡을 떠돌았다. 철의 장벽 너머의 소녀가 13세 때 빈으로 이민 왔을 때 들은 쇤베르크와 제2 빈 악파의 음악은 신선한 공기와 같았다. 그녀는 무조음악을 몰도바 흡혈귀처럼 빨아들였고, 언젠가는 <달에 홀린 피에로>의 성악 ‘슈프레히스티메’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5년 뜻하지 않은 팔 부상으로 쉬던 차에 ‘피에로의 꿈’이 이뤄졌고, 팬데믹 직전 녹음이 완성되었다. <피에로> 외에 실내악과 왈츠 편곡까지 신 빈 악파 음악으로 만든 최고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 음반이다.


LWC1215 프로코피예프 6번 / 먀스콥스키 27번

바실리 페트렌코와 오슬로 필하모닉의 프로코피예프/먀스콥스키 교향곡집 2탄. 1집의 폭발적인 매력을 이어간다. 1집의 교향곡 5번이 전쟁 중에 작곡되었음에도 낙관적인 승리의 희망을 담았다면, 함께 작업하다가 1947년에 완성한 교향곡 6번은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타까워하는 프로코피예프의 심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보다 열 살 많은 친구 먀스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은 2년 뒤 1949년에 완성되었다. 치열했던 자신과 후배의 지난 이력을 돌아보는 듯한 신랄한 음악이 페트렌코와 오슬로 필하모닉의 성공적이었던 만남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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