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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Jan 29. 2022

나는 만족하나이다

2021년 12월의 CD 리뷰

연말에 올리는 걸 잊었다.

ALPHA767 콘 브리오 - 베토벤 교향곡 7번 외 Alpha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집에 이은 외르크 비트만과 아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ICO)의 두 번째 알파 음반. 비트만은 전작에서 클라리넷 주자임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의 면모를 십분 보여준다. 연주회용 서곡 <콘 브리오>는 2008년 마리스 얀손스가 위촉 초연한 비트만의 대표작이다. 메인 선곡인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영향을 입체적인 음향으로 녹여낸다. 슈트라우스는 최만년에 쓴 <이중 협주곡>을 통해 자신의 오페라는 물론, 고전음악 전체를 회상한다. 비트만과 ICO는 베토벤과 그의 시대를 집약한 교향곡 7번에서 돌아갈 연료를 아끼지 않는다.

연주: 외르트 비트만 (지휘, 클라리넷), 디에고 첸나 (바순), 아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다른 악단을 지휘한 베토벤 7번

ALPHA747 베로니크 장이 부르는 륄리, 샤르팡티에, 데마레 Alpha 

쇼크 드 클라시카, 텔레라마 만점

라모의 작품에서 이름을 가져온 신생 바로크 앙상블 레 쉬르프리스가 베테랑 소프라노 베로니크 장과의 만남으로 단숨에 정상에 도달했다. 루이 14세의 음악가 륄리와 그의 후배 작곡가 샤르팡티에, 데마레의 오페라에서 가져온 음악으로 ‘상상 오페라’를 꾸민 것이다.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파스티시’를 뿌리로 하는 이런 작업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 생태계가 21세기에 완벽히 부활했음을 뜻한다. ‘열정’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는 ‘지옥의 소환’, ‘슬픈 어머니’, ‘잔인한 사랑’, ‘조용히 잠들라, 축복받은 죽음이여’, ‘분노의 메데아’의 총 5막으로 베르사유 왕립 극장 예술의 정수를 끌어낸다.

연주: 베로니크 장 (소프라노), 루이 노엘 베스티옹 드 캉불라 (지휘), 앙상블 레 쉬르프리스,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 센터 합창단

ALPHA753 라모의 테너 - 젤리오트를 위한 아리아 Alpha 

디아파종 황금상 

테너 라이나우트 판 메헬런이 삼부작으로 예고한 ‘오트 콩트르’ 시리즈의 두 번째 음반. ‘오트 콩트르’란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주역을 맡던 하이 테너를 말한다. 륄리의 주역이던 뒤메니를 위한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라모 오페라의 주역이던 피에르 젤리오트를 위한 노래를 엮었다. 젤리오트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150개 역을 소화했던 성악가이자, 작곡과 건반, 기타, 바이올린, 첼로에 능한 음악가였다. <이폴리트와 아리시>, <다르다뉘스>, <플라테>, <카스토르와 폴뤼크스>, <북풍의 신>과 같은 라모의 대표작에, 르벨, 르클레르, 몽동비유 등의 음악을 곁들인 성악가 연대기이다.

연주: 라이나우트 판 메헬런 (테너), 아 노크테 템포리스

노래하면서 지휘하는 건 홍혜경 이후로 처음 본다

CKD672 바흐: 나는 만족하나이다 (칸타타 BWV32, 82 & 106) Linn BBC

뮤직매거진 초이스 

바흐와 헨델의 가장 신뢰할 만한 해석자 존 벗과 더니든 앙상블이 바흐의 주요 칸타타 세 편으로 돌아왔다. 베이스 성악가의 종착점인 <나는 만족하나이다>는 아기 예수를 본 노인 시므온의 감사 찬송이다. 이어지는 <사랑의 예수, 나의 소망>은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잃어버렸던 부모의 일화를 암시한다. 신약성서 루가 복음에서 온 이 두 칸타타가 라이프치히 원숙기의 작품이라면, 일명 ‘장례 칸타타’로 부르는 마지막 <주님의 시대는 최선의 시대>는 약관의 바흐가 뮐하우젠에서 쓴 곡이다. 늘 그렇듯이 존 벗은 이 각기 다른 시기 곡들을 작곡 당시의 음정과 악기 고증으로 투명하게 되살린다.

연주: 존 벗 (지휘), 더니든 앙상블

이달의 음반

RIC426 요한 고틀리프 골트베르크: 트리오 소나타 전곡 RICERCAR 

디아파종 만점 

201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창단한 6인조 앙상블 루두스 인스트루멘탈리스는 2015년 베를린 바흐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 받았고, 현재 쾰른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리체르카르의 데뷔 앨범은 바흐의 제자 요한 고틀리프 골트베르크의 트리오 소나타 전곡을 담았다.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을 달래기 위해 바흐가 쓴 변주곡을 연주했던 바로 그 젊은 음악가이다. 수록된 트리오 소나타 가운데 바흐의 곡으로 오인되어 온 음악도 있었을 정도로 골트베르크 실내악의 짜임새는 유려하다. 29세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드레스덴의 음악 풍경이 또 달랐을 것임을 보여준다.

연주: 루두스 인스트루멘탈리스

그 골트베르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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