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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Nov 22. 2021

이것은 감동입니다

2021년 11월 CD 리뷰

ALPHA725    에를바흐: 가곡과 소나타

BBC뮤직매거진 만점

북독일 태생 필리프 하인리히 에를레바흐(1657-1714)는 생애 대부분을 튀링겐의 궁정악장으로 일했다. 텔레만, 바흐, 헨델보다 한 세대 선배인 그는 사후 1천 곡에 가까운 작품 대부분이 화재로 불탄 탓에 오랫동안 간과되었다. 남은 70여 곡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앨범에 발췌된 소나타와 아리아집 <음악 친구들의 조화로운 기쁨Harmonische Freude Musicalischer Freunde>이다. 매혹적인 성악과 오블리가토 기악이 어우러지는 다 카포 아리아는 바흐 칸타타의 확고한 뿌리이며, 바이올린과 비올라 다 감바의 두오 소나타는 최상급 이탈리아 감성이다. 드물게 만나는 감동적인 앨범이다.

연주: 다미엥 기용 (카운터테너 / 지휘), 르 방케 셀리스트 앙상블

Harmonische Freude Musicalischer Freunde: Wer sich dem Himmel übergeben, Wird endlich Ruh’

A488    푹스: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 전곡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대위법 교본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의 저자 요한 요제프 푹스(1660-1741)는 19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독일 극음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1714년 황제 카를 6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는 이탈리아 음악가들에 의해 여름궁전에서 초연되었다.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는 유실된 초연 기록을 추정해 독창진에게 합창과 춤도 맡겼다. 아폴로에 쫓기던 다프네가 월계수가 되며 부르는 애가는 푹스가 로마에서 본 베르니니의 조각을 노래로 옮긴 갈랑트 양식의 백미인 동시에 바흐가 쓸 <요한 수난곡>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와 맞닿은 곡이다. 2019년 푹스의 고향 슈티리아 실황 녹음.

연주: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 (지휘), 제피로 앙상블, 아리안나 벤디텔리 (다프네), 라파엘레 페 (아폴로) 등

https://youtu.be/YkgL_ft56s4


ALPHA748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 현악오중주 D956

쇼크 드 클라시카

명테너 크리스토프 프레가르디엥의 아들 율리안이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집 <백조의 노래>를 녹음했다. 사후 출판 과정에서 임의로 묶인 곡들이기에 이번 앨범의 수록 순서도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다. 렐슈타프(7곡)와 하이네(6곡)가 쓴 13곡 외에 앙코르로 추가된 ‘비둘기 우편’도 뺀 대신, 요한 젠의 시에 붙인 ‘백조의 노래’와 멘델스존 남매의 ‘무언가’와 ‘백조의 노래’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슈베르트의 진정한 ‘백조의 노래’ 현악 5중주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누이동생 타냐 부부, 가곡 반주자 헴헨의 아내 등이 이루는 ‘슈베르티아데’의 본보기이다.

연주: 율리안 프레가르디엥 (테너), 마르틴 헴헨 (피아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바이올린) 등

FUG774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외

디아파종 만점

아르메니아계 프랑스 지휘자 알랭 알티노글루는 브뤼셀을 터전으로 확고한 위상을 쌓았다. 여기에는 2013년부터 그의 악장을 맡고 있는 사테니크 후르도얀의 공이 크다. 역시 아르메니아계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로 예레반 하차투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르도얀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발레 <백조의 호수> 가운데 세 장면, 그리고 <우울한 왈츠>를 알티노글루의 반주로 녹음했다. 협주곡과 발레 장면 모두 차이콥스키가 레오폴트 아우에르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이다. 지휘자와 동료들의 지원을 받은 악장은 작곡가가 요구한 명인기와 서정미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연주: 사테니크 후르도얀 (바이올린), 알랭 알티노글루 (지휘, 피아노), 모네 교향악단

FUG769    쇼스타코비치: 실내 교향곡 Op.73a & Op.83a (바르샤이 편곡)

2013년부터 로잔 실내악단을 이끄는 유대계 지휘자 조슈아 웨일러스틴은 부모가 각각 클리블랜드 사중주단 창단 멤버이자 피아니스트이며, 누이는 저명한 첼리스트 엘리사 웨일러스틴이다. 보로딘 사중주단의 비올리스트였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4번의 초연을 지휘한 루돌프 바르샤이가 그의 두 현악 사중주를 실내악 편곡한 의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만하다. 웨일러스틴은 쇼스타코비치가 위험을 무릅쓰고 두 현악 사중주에 동유럽 유대 민요를 인용해 스탈린의 반유대주의에 항거했음을 상기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신랄하고 치열한 웅변을 만들어 낸다.

연주: 조슈아 웨일러스틴 (지휘), 로잔 실내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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