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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Mar 16. 2022

코로나 꺼져!

2022년 3월 CD 리뷰

ALPHA765 상드린 피오가 부르는 헨델 아리아집 Alpha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오페라지 다이아몬드

불어에서 나와 영어로도 전해진 ‘인챈트리스’는 요부이자 유혹자, 마법사이다. 상대가 영웅이거나 필부이거나 그녀 앞에서는 무력하게 마련이다. 거꾸로 상대가 그런 그녀를 이겼을 때는 의기양양함과 패배감이 엇갈린다. 상드린 피오는 헨델이 이탈리아어로 쓴 수많은 오페라 가운데 여섯 작품에서 이러한 극한의 정수를 추렸다. 때로는 여왕이고, 때로는 마법사이며, 사이렌과 같은 요물이 되기로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앞에 두고는 그녀 또한 보통 여인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바로크 팜 파탈’ 피오가 거는 매혹적인 주문은 코로나에 갇힌 청자를 마법으로 끄집어낸다.

연주: 상드린 피오 (소프라노), 레 팔라댕 앙상블, 제롬 코레아 (지휘)


ALPHA781 에테르 - 사라 아리스티두 소프라노 아리아집 Alpha 

BBC뮤직매거진 만점 

키프로스 태생 프랑스 소프라노의 데뷔 앨범에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 에마뉘엘 파위(플루트), 크리스티안 리베트(기타)와 같은 대선배가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사라 아리스티두의 눈부신 존재감은 차고 넘친다. 나아가 그녀는 독일 여러 악단에서 초빙한 프로젝트 그룹 ‘변화의 오케스트라’ 선봉에 섰다. ‘에테르’는 고대에 대기권 밖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궁극의 물질이자, 제5원소이다. 음반에 수록된 헨델부터 외르크 비트만까지 300년의 스펙트럼을 채우는 ‘핵심 매질’인 것이다. 아리스티두와 악단은 친환경 탄소 미배출 소재로 음반을 제작했으며, 생태계 회복을 실천하는 다큐 영화를 개봉할 예정이다.

연주: 사라 아리스티두 (소프라노), 변화의 오케스트라, 토마스 구가이스 (지휘) 등

Varèse: Un grand sommeil noir


CKD631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6번, 슈베르트: 피아노 삼중주 2번  Linn  

네덜란드 신생 앙상블 마리 졸다트 트리오는 요제프 요아힘의 제자로 사상 처음 여성만으로 실내악단을 창단했던 마리 졸다트 뢰거에서 이름을 따왔다. 교향곡 5, 6번을 쓸 무렵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에 살며 Op 70 트리오 두 곡을 작곡했다. 2번은 함께 출판된 1번 ‘유령’ 트리오에 빛이 가렸지만, 슈베르트 만년의 걸작이자 이 장르의 금자탑과 함께 수록되어 그 가치가 돋보인다. 20년 차를 둔 두 곡의 공통점은 바로 E플랫 장조라는 훈풍의 조성이다. 슈베르트가 완성한 달콤 쌉쌀한 감수성의 뿌리가 베토벤이 조합한 빈의 향토색이었음을 보여주는 값진 앨범이다.

연주: 마리 졸다트 트리오 (게이코 시치조 포르테 피아노, 체칠리아 베르나르디니 바이올린, 마르쿠스 반 덴 문크호프 첼로)

슈베르트 두 악장과 베토벤 전 악장 실황


A489 조스키노 - 이탈리아의 조스캥 데프레 ARCANA 

디아파종 황금상 

형식과 내용, 기법 면에서 조스캥 데프레는 ‘르네상스의 베토벤’으로 평가된다. 베토벤이 대개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300년 전 조스캥은 유럽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오늘날 벨기에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로마, 페라라 등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고향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했다. ‘조스키노’는 바로 ‘이탈리아의 조스캥’을 조명한 선집이다. 파올로 다 콜은 오데카톤(15명)과 제수알도 식스(6명), 스물두 성악진을 이끌고 르네상스 음악의 절경을 탐험한다. 2021년 타계 500주년을 기렸던 조스캥, 그의 폴리포니 부흥을 알리는 반가운 앤솔러지 앨범이다.

연주: 파올로 다 콜 (지휘), 오데카톤과 제수알도 식스 중창단, 라 레베르디와 라 피파레스카 기악 앙상블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인 듯.. 이달의 음반..

A485 18세기 초 로마의 음악 - 코렐리, 칼다라, 스카를라티, 헨델 ARCANA

‘로마 워크숍’, ‘로마 공방’쯤으로 번역될 음반 제목은 18세기 초 로마의 음악 정경을 포착했다. 일찍이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이 만든 아르카나 아카데미아의 전통은 세속 음악을 통제했던 여러 교황에 의해 위축되었지만, 자유분방한 추기경들의 궁전에서 오롯이 만개했다. 지상 낙원에서 소생한 음악은 비발디와 헨델 그리고 바흐에 의해 완성될 바로크 양식의 절정을 예고한다. 레 자르 플로리상에서 건반을 맡았던 파올로 찬추(오토보니 추기경이 소유했던 크리스토포리의 악기를 연주)와 그의 악단 레 스타지오니는 칼다라와 스카를라티의 음악이 어떻게 헨델에게 전해졌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주: 레 스타지오니 앙상블, 파올로 찬추 (건반, 지휘), 카를로 비스톨디 (카운터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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