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음반 리뷰
A549 비올라 다 감바의 가을 - 바흐, 텔레만, 아벨
바로크의 황혼에서 갈랑 양식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달콤하게 묘사한 앨범. 평론가 샤이베는 당대 바흐의 과장되고 혼란스러운 기교가 음악의 자연스러움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신 텔레만을 새로운 갈랑 양식을 대변하는 본보기로 추켜세웠다. 리슬레반과 던컴 형제는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바흐와 텔레만에, 바흐의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과 제자 카를 프리드리히 아벨의 음악을 더해 샤이베의 비판을 조명한다. 특히 진품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의견이 분분했던 모음곡(BWV1025)은 바흐가 샤이베의 비판에 충분히 답했음을 증명한다. 그가 깃털 같은 갈랑 양식에 무심하지 않았음을!
연주: 앙드레 리슬레반 (비올라 다 감바), 에밀 던컴 (포르테피아노), 야드란 던컴 (류트, 테오르보)
ALPHA1000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 해니건 - 끝없는 여정
1999년에 창립한 알파 레이블은 1천 번째 앨범으로 에머슨 사중주단과 바버라 해니건의 <끝없는 여정>을 택했다. 말 그대로 이들의 진지하고 모험심 넘치는 기획이 그침 없으리라는 선언이다. 특히 에머슨 사중주단은 이 녹음을 끝으로 2023년 10월, 47년 간의 활동을 마치고 해단할 것이라 더욱 뜻깊다. 해니건과 에머슨은 2015년 쇤베르크의 현악 사중주 2번을 처음 협연했고(‘나는 다른 행성의 대기를 느낀다’는 슈테판 게오르게의 시를 소프라노가 노래한다), 벼르던 녹음을 마쳤다. 해니건은 앨범을 위해 힌데미트의 초기 가곡집 <멜랑콜리>와 쇼송의 <끝없는 노래>를 추천해 직접 불렀다.
연주: 에머슨 사중주단, 바버라 해니건 (소프라노), 베르트랑 샤마유 (피아노)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ALPHA985 바흐 미니멀리스트
베스티옹 형제와 라 탕페트 앙상블은 몬테베르디이거나 라흐마니노프이거나 자신들이 연주하는 모든 작곡가가 아직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대 작곡가임을 증명하는 작업에 매진한다. 이번에 이들은 바흐를 미니멀리스트로 조명한다. D단조의 건반을 위한 협주곡을 중심에 두고, 헨리크 구레츠키, 크누트 니스테트, 제앙 알랭, 존 애덤스와 같은 20-21세기 작곡가의 음악을 충돌시킨다. 모두 미니멀한 파편을 가지고 작업했지만, 충돌에서 나온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다. 건반을 맡은 루이 노엘은 니스테트의 합창곡 두 곡 그리고 알랭과 바흐의 오르간 곡을 관현악 편곡하고 협연했다.
연주: 루이 노엘 베스티옹 드 캉불라 (하프시코드), 라 탕페트, 시몽 피에르 베스티옹 (지휘)
Alpha
KD730 바흐: 파르티타 (소편성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
말러와 브루크너의 소편성 연주로 시작한 피노크와 왕립 음악원 학생들의 녹음이 바흐 건반 음악의 관현악 연주로 이어졌다. 음악원장 조너선 프리먼 애트우드와 피노크는 전작인 요제프 코플러 편곡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에 이어 이번에는 스위스 태생으로 왕립 음악원에서 가르치는 토마스 욀러에게 <파르티타>의 편곡을 의뢰했다. 욀러는 전곡 가운데 1, 2, 5번과 6번 모음곡의 ‘쿠랑트’ 악장을 선택했고,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자작곡 <빛의 시냇물>을 더했다. ‘재창조 Re-imagined’이긴 하지만 결코 잡념을 더하지 않고 오로지 바흐 당대의 음악 재료만으로 빚은 듯 청량한 편곡이다.
연주: 트레버 피노크 (지휘), 왕립 음악원 솔로이스트 앙상블, 글렌 굴드 학교 객원 단원
CKD684 슈타미츠: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6개의 트리오
카를 필리프 슈타미츠는 만하임악파의 창시자인 요한 슈타미츠의 아들이다. 슈타미츠 일가가 소나타와 교향곡 양식에서 마련한 토대는 청년 모차르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모차르트보다 열한 살 위의 카를 필리프는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에 두루 능했던 비르투오소였다. 카를 필리프는 모차르트의 만하임 체류와 비슷한 시기에 유럽 여러 수도를 여행했으며, 특히 런던에서 바흐의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과 함께 공연했다. 1777년에 출판한 여섯 트리오는 그때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스페인의 젊은 고악기 앙상블 라포테오세는 군더더기 없는 해석으로 린 레이블에 안착했다.
연주: 라포테오세
Linn BBC뮤직매거진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