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을 가리기 힘든 걸작

이달에 들은 음반들

by 정준호

LPH036 제수알도: 마드리갈 5권 - 내 인생의 가장 감미로운 삶, 그대여 PHI

BBC뮤직매거진 만점

카를로 제수알도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도스토옙스키의 마성(魔性)과 톨스토이의 영성(靈性)을 모두 들려주었다. 앞서 성가곡집과 마드리갈 6권으로 양극단을 경험케 했던 헤레베헤와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가 세 번째 제수알도 앨범으로 마드리갈 5권을 녹음했다. 6권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611년에 출판된 5성부 세속 가요이다. ‘달콤한 내 인생’, ‘오 고통스러운 기쁨’, ‘내 고통이 그대를 아프게 한다면’, ‘나를 죽이는 잔인한 이여’와 같은 노랫말이 절묘한 반음계를 오가며 시공을 압축한 감수성을 전한다. 여섯 성악가와 류트 반주가 헤레베헤의 머릿속에서 조화롭게 직조된다.

바르샤바 2021 쇼팽과 그의 유럽 축제 실황

연주: 필리프 헤레베헤 (지휘),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


CVS032 륄리: 진노의 날, 라크리메, 깊은 절망 속에서 Chateau de Versailles

2022 ICMA 노미네이션

장 바티스트 륄리의 음악이야말로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지은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었으니, 바로 ‘그랑데’(장엄함)이다. ‘레 제포페’(서사시)라는 악단의 이름도 바로 그런 점을 지향한 데서 온 것이다. 이들의 베르사유 륄리 모테트 시리즈 첫 탄은 2020년 7월 실황이다. 고음악 앙상블로는 초대형인 35인의 기악과 21인의 합창이 장엄한 가상의 시공을 창조한다. 수록곡 가운데 ‘진노의 날’과 ‘심연으로부터’는 1683년 왕비 마리 테레즈 도트리슈의 장례를 위한 곡이며, ‘충실한 눈물’은 태양왕의 이상인 ‘춤의 극장’을 실현한 무용 합창곡으로 바로크 오페라를 예고한다.

연주: 스테판 퓌제 (지휘), 레 제포페 앙상블

https://youtu.be/hEgoqtLzHEI (외부링크 불가)


RIC422 스카를라티: 4성 소나타 (최초의 현악사중주) RICERCAR

디아파종 황금상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1660-1725)는 당대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였다. 로마와 나폴리, 피렌체 등 이탈리아 문화의 중심지를 다니며 칸타타와 오페라 양식을 완성했다. 이 음반은 그런 업적에 또 하나를 더해야 함을 증명한다. 바로 현악 4중주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건반이 반주하지 않고 네 현악기만으로 작곡한 소나타는 ‘고전주의’를 예고한다. 2010년에 창단해 팔레스트리나의 4성 성가부터 바흐의 <푸가의 기법>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자신들의 편성으로 연주해온 레 크레아시옹이 네 악기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는 완벽한 하모니로 스카를라티의 탁월한 업적을 조명한다.

연주: 레 레크레아시옹 (마티유 카밀레리, 클라라 뮐레탈러 바이올린/비올라; 상드린 뒤페 바이올린; 게이코 고미 첼로; 에티엔 갈레티에 테오르보/류트)


ALPHA759 C.P.E. 바흐: 사중주와 소나타 Alpha

BBC뮤직매거진 만점

플루트, 비올라, 비올라 다 감바, 하프시코드 4중주라는 독특한 조합의 앙상블 ‘네버마인드’는 세 번째 음반에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최만년 세 곡을 담았다. 전작인 텔레만의 <파리 사중주집>과 더불어 악단의 존재 근거인 음악이다. 아들 바흐는 대부 텔레만의 뒤를 이어 함부르크의 음악감독이 되었고, 이때부터 엄격한 바로크와 가벼운 갈랑 양식을 넘어서는 ‘감상주의Empfindsamkeit’ 양식을 완성했다. 네버마인드는 여기에 30년 전 상수시 궁전에서 쓴 소나타 가운데 두 악장을 편곡 수록해 이미 모차르트가 태어나기 전 싹튼 고전주의의 전조를 보여준다. 너무 오래 묻혔던 업적이다.

텔레만의 유산이자 모차르트의 뿌리
이것은 마술피리? 대.다.나.다.

ALPHA752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전곡 Alpha

피치카토 수퍼소닉, 2021 레코드 아카데미상

2018년 마르크 밍코프스키가 지휘하고 필리프 베지아와 플로랑 시오가 연출한 보르도 오페라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선풍을 불러왔다. 2020년 11월 재연 무대가 코로나 사태로 취소되자 오페라단은 바로 녹음을 진행했다. 신성 지휘자 피에르 뒤무소는 앞서 대성공을 이끌었던 또래 출연진을 물려받아 진일보를 일궜다. 드뷔시가 바그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달하고자 한 것은 중단 없는 ‘영화’와 같은 무대였다. 1780년에 지어졌지만 화재를 입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재 골조를 갖춘 보르도 오페라 극장이 그런 ‘스릴러 멜로 영화’에 완벽한 음향을 제공한다.

연주: 보르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피에르 뒤무소 (지휘), 스타니슬라스 드 바르베라크 (펠레아스, 테너), 키아라 스케라트 (멜리상드, 소프라노), 알렉상드르 뒤아멜 (골로, 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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