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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May 08. 2022

음악을 아는 이만이...

2022년 5월의 음반 리뷰

ALPHA768 C.P.E. 바흐: 플루트와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lpha  

내 코는 석자

알프레드 워트켄이 아들 바흐의 작품을 정리한 것이 1905년의 일이었지만, 본격적인 발굴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14년 탄생 300주년 전후이다. 라자레비치와 테일러의 앨범은 그간의 성과를 집약한다. 각자의 독주곡에서 두 사람은 전환기 C. P. E. 바흐의 업적을 보여준다. 플루트 소나타는 아버지의 대위법 음악과 한 맥락인 반면, 판타지아는 거의 조성을 초월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프리드리히 대왕 궁정의 산물인 트리오 소나타들은 주군 또는 자신보다 일곱 배 가량 많은 급여를 받는 플루티스트들을 위한 곡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작곡가가 맡았던 건반 또한 그와 대등한 역할을 한다.

연주: 프랑수아 라자레비치 (플루트), 저스틴 테일러 (포르테피아노)

Abbatiale Saint-Ouen


ALPHA796 라흐마니노프: 가곡집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아수라발발타

유럽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와 축제 무대에서 앞다퉈 초대하는 대형 소프라노가 알파에 안착했다. 옛 소련을 대표하던 테너 게감 그리고리안과 소프라노 이레나 밀케비치우테 슬하에 태어난 아스미크 그리고리안이니 만큼 첫 녹음도 오페라풍의 라흐마니노프 로망스로 택했다. 코로나 초기 안토니오 파파노의 원격 반주로 ‘봄의 샘물’을 유튜브에 소개해 프로젝트를 예고한 그녀. 음반 재킷에서 보듯 동향 피아니스트 루카스 게뉴샤스의 당당한 존재감도 그녀와 비등하다. 그리고리안과 게뉴샤스는 작곡가와 연주자의 내적인 ‘불협화음’을 조화로 풀어가는 소통의 예술에 진심 어린 초대장을 보낸다.

연주: 아스미크 그리고리안 (소프라노), 루카스 게뉴샤스 (피아노)

파파노 피아노 실력 인정!


ALPHA854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Alpha  

쇼크 드 클라시카

따라하기는..
하산하니?

레겐스부르크 성가대 출신 벤야민 아플은 2012년 작고한 거장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이다. 헬무트 도이치, 브리기테 파스벤더, 토머스 햄슨, 페터 슈라이어의 마스터클래스를 거치며 또래를 대표하는 리트 가수로 성장한 아플이 알파 첫 앨범을 <겨울 나그네>로 정한 대담함은 어쩌면 준비된 것이었다. 시종일관 비교할 데 없는 미성과 빼어난 표현력, 과감한 템포 설정으로 이 곡의 오랜 팬을 사로잡는 그는, 직접 쓴 내지 해설에서 ‘나그네Gesell’가 끝 곡에 이르러서야 처음 사람을 만난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아플의 다음 행선지는 ‘인간 사회, 곧 게젤샤프트’이다.

연주: 벤야민 아플 (바리톤), 제임스 베일류 (피아노)


A499 헨델: 건반악기를 위한 8개의 모음곡과 서곡 ARCANA  

디아파종 황금상

이것은 올해의 음반!

38세까지 루브르의 음악가들, 제피로 앙상블, 바흐 콜레기움 재팬, 레 탈랑 리리크, 레 콩세르 드 나시옹의 건반주자를 역임했다면 프란체스코 코르티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스콜라 칸토룸 바실리엔시스의 교수이며 지휘로까지 발판을 넓히는 중인 코르티가 건반의 명인 헨델이 자신의 나이에 작곡한 모음곡집을 녹음했다. 여덟 모음곡 하나하나가 헨델이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식한 오페라의 밑그림임을 보여주는 서곡들과 교차한다. ‘날개 달린 두 손’이 <로델린다>, <충실한 양치기>, <리날도>, <라다미스토>, <테세오>를 빚어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연주: 프란체스코 코르티 (하프시코드)


A497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번~7번 (시대악기연주) ARCANA  

디아파종 데쿠베르트

베르나르도 벨로토가 그린 1744년 무렵의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

2016년 창단한 베네토 앙상블은 네 멤버의 출신지인 베네토 지방과 그리스어 ‘에토스’(성품, 관습)를 결합해 이름을 지었다. 첫 앨범을 소년 모차르트가 이탈리아를 몸소 겪으며 쓴 현악 사중주집으로 채운 것은 매우 적합하다. 이른바 이탈리아 ‘그랜드투어’를 거쳐 모차르트는 유럽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접했고 직접 여러 곡을 썼다. 곡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짬을 내 쓴 것이 6개의 밀라노 사중주이다. 만일 밀라노가 모차르트를 놓지 않고 품었다면, 그가 뒷날 빈에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음악의 수도’가 결정된 순간에 탄생한 절품을 시대악기의 명인들이 소중하게 반짝반짝 어루만진다.

연주: 베네토스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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