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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Jun 10. 2022

아담아, 어디 있느냐?

2022년 6월 음반 리뷰

ALPHA826 보논치니: 첼로 소나타 Alpha

무화과는 맛이 없음

보논치니 형제, 조반니 바티스타와 안토니오 마리아는 바로크 후기 최고의 첼리스트였다(형제의 아버지 조반니 마리아 또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로마, 빈, 런던, 나폴리로 옮겨 다니며 독주 악기로서 첼로가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두 사람이지만, 그보다는 오페라와 칸타타 따위로 아는 사람도 많을 만큼 첼로 작품을 알릴 여지가 아직 크다. 마르코 체카토와 아카데미아 오토보니는 이미 <추기경의 첼로>(Alpha)로 그 운을 떼었다. 치열한 명인기와 유려한 갈랑 양식을 오가는 체카토의 활 끝에서 형제의 친숙한 성악곡들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연주: 아카데미아 오토보니 앙상블, 마르코 체카토 (첼로; 지휘), 시모네 발레로톤다 (테오르보), 안나 폰타나 (하프시코드), 레베카 페리 (첼로)

ALPHA824 라이벌- 상드린 피오와 베로니크 장이 부르는 아리아와 이중창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텔레라마 만점, 오페라 이달의 음반

베로니크와 상드린

미국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와 이력을 시작한 두 히로인은 이제 ‘바로크 부족baroqueux’ 여왕이 되었다.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 센터의 브누아 드라비츠키와 지휘자 쥘리앙 쇼뱅이 만든 프로그램은 두 사람을 고전주의 ‘라이벌’로 둔갑시킨다. 마담 생튀베르티와 마담 뒤가종은 당대 음악가의 창작의 원천임과 동시에 그들이 창조한 인물의 전형이었다. 몽시니, 에델만, JC 바흐, 글루크, 그레트리, 케루비니, 사치니에 이르는 오페라 프랑스(정가극)와 오페라 코미크 프랑세(희가극)의 정수를 발굴하며 두 친구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 나오는 어릴 적 마들렌 맛과 같은 향수에 젖는다.

연주: 상드린 피오; 베로니크 장 (소프라노), 쥘리앙 쇼뱅 (지휘), 르 콩세르 드 라 로주

ALPHA627 살로넨: 첼로 협주곡, 라벨: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Alpha

피치카토 수퍼소닉

호아킨, 네가 왜 여기에?

뚜렷한 개성의 두 중견 연주자가 내놓은 특별한 협업의 결실. 니콜라스 알트슈테트와 페카 쿠시스토는 에사 페카 살로넨의 독주곡을 한 무대에서 연주한 인연으로 라벨의 <두오 소나타>를 녹음하게 되었다. 라벨이 ‘기계 토끼처럼’ 또는 ‘광대와 같은 즉흥’을 주문한 만큼 흥미진진한 도발을 들려준다. 알트슈테트는 살로넨 <첼로 협주곡>의 런던 초연에서 헌정자인 요요 마에게 조언을 들었고,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핀란드 초연을 맡았다. 살로넨은 직접 쓴 내지에서 ‘자라투스트라’와 ‘돈 키호테’의 세계를 내비친다. 낡은 문법을 벗어나려면 모험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연주: 니콜라스 알트슈테트 (첼로) 페카 쿠시스토 (바이올린) 디마 슬로보데뉴크 (지휘), 로테르담 필하모닉

CKD682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피아노 변주곡 Linn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아수라 발발타!

마케도니아의 비르투오소 트릅체스키가 린 레이블의 투명한 사운드, 벡스타인 피아노의 고풍스러운 음색과 만나 최상의 변주곡집을 만들었다. 모차르트의 두 곡은 당시 빈에 유행하던 사르티와 파이시엘로의 오페라 아리아에서 주제를 취했다. 첫 피아노 소나타집을 내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베토벤은 동료 브라니츠키의 발레에서 가져온 주제로 <러시아 춤곡에 붙인 12 변주곡>을 썼다. <에로이카 교향곡>, <열정 소나타>와 나란히 나온 <자작 주제에 붙인 30개 변주>도 비장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브람스는 슈만의 <색색의 단풍> 주제로 빈 피아니즘의 전통을 이어간다.

연주: 시몬 트릅체스키 (피아노)

CKD675 헨델: 오라토리오 <부활> 전곡 Linn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Recording of the Month)

‘Impossibility’ by Francisco Andriani (b. 1989),

1708년 갓 23세의 헨델은 루스폴리 후작이 위촉한 오라토리오 <부활>를 로마에서 초연했다.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 마르게리타 두라스칸티가 마리아 막달레나를 불렀고, 아르칸젤로 코렐리가 악단을 이끌었다. <아그리피나>, <로델린다>와 같은 후속작에 다시 인용될 만큼 <부활>은 헨델에게 하나의 척도가 되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부활까지 사흘 동안 주변인이 겪은 슬픔, 공포, 믿음, 희망, 사랑을 녹인 전무후무한 기획이었다. 이 녹음 또한 기적의 결실이다. 코로나에 걸린 배역이 이탈하는 바람에 원래 헨델의 <타메를라노>를 녹음할 예정이던 성악가를 재편해 완성한 것이다.

연주: 해리 비켓 (지휘, 하프시코드), 잉글리시 콘서트, 루시 크로 (천사), 소피 비번 (막달라 마리아), 아이아스틴 데이비스 (클로파스의 아내), 휴고 하이마스 (사도 요한), 애슐리 리치스 (루시퍼)

I. Aria. Disserratevi, o porte d'Averno (Angel) 열려라, 아베르누스의 문아!
저, 여기 있어요!
없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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