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호 Jul 10. 2022

한 번만 불어보자! 안 돼!

2022년 7월 음반 리뷰

ALPHA797 코파친스카야 - 베토벤과 앤타일 바이올린 소나타 

똘끼 만땅 채우고 이륙!

“조지 앤타일이 본 세상”은 20세기 초 ‘미래파’ 탐구이다. 미국 작곡가 앤타일(1900-1059)은 유럽 아방가르드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비행기, 자동차, 기관총과 같은 신문물의 속도, 굉음, 기계적인 움직임 따위 특성을 음악에 접목했다. 전위 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바이올리니스트 올가 러지와 연인이었다. 앤타일은 파운드의 소개로 그녀에게 바이올린 소나타를 헌정했고 함께 연주할 때마다 큰 찬사를 들었다. 앤타일은 존경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에 나타난 작곡가와 귀부인의 은밀한 관계를 ‘고양이 싸움’ 같다고 요약했다. 코파친스카야는 꼭 짚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을 이번에도 손쉽게 해냈다.

연주: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바이올린), 요나스 아호넨 (피아노)


ALPHA745 안나 프로하스카 - 죽은 자를 위한 음악

매드 맥스 속편인가? (왼쪽) 프로하스카 덕분에 구입한 명저 (오른쪽)

프로하스카는 팬데믹 이후 발표한 두 번째 음반 <죽은 자를 위한 음악>에서도 탁월한 선곡과 편집 능력을 발휘한다. 죽음 속에 새 생명이 피어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유럽 음악사 전체를 관통한다. 프로하스카가 질병과 그에 따른 인류의 대응에 관심을 가진 것은 코로나 유행 이전이며, 때문에 이 음반에서 다루는 전염병도 흑사병, 매독에서 현대의 에이즈까지 다양하다. 천벌에 속수무책이던 시대에서 전염병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시대로 이행하면서 음악도 공포, 자포자기, 음란, 냉소, 위로 등의 양상을 띤다. 이런 맥락으로 기욤 마쇼가 폴 메카트니나 레너드 코엔과 함께 묶인다.

연주: 안나 프로하스카 (소프라노), 로빈 페터 뮐러 (지휘), 라 폴리아 바로크 오케스트라

레너드 코엔으로 위로받으시길

RIC437 헨델: <세멜레> 전곡

<크레셴도> 조커, <오페라> 다이아몬드

귀스타브 도레의 <세멜레>를 표지로 썼다. 인도 스타일의 주피터를 보고 재로 변함.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입지가 확고한 아르헨티나 지휘자 알라르콘이 젊은 성악진과 제대로 일을 벌었다. <메시아>와 <삼손>을 잇는 헨델의 걸작 <세멜레>는 오라토리오이지만 오페라로 상연하기 알맞을 만큼 극적이다. 세멜레는 주피터의 내연녀에 그치지 않고 정실이 될 욕심을 품는다. 질투의 화신 주노가 잠의 신의 도움으로 세멜레를 충동질한다. 세멜레는 주피터에게 사람의 모습 말고 진짜 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간청한다. 그 결과는 비참했으니, 그녀는 한 줌 재로 변하고 만다. 주피터는 그 재로부터 바쿠스를 탄생케 한다. 어제 만든 신화에 오늘 곡을 붙인 듯 생생한 축제 실황이다.

연주: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 (지휘), 나무르 샹브르 합창단,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등

놀라운 음악의 피날레

RIC428 뷔파르댕: 플루트 소나타와 협주곡 

오빤 작센 스타일

바로크 말기 음악가 피에르 가브리엘 뷔파르댕(1693-1768)은 프랑스에서 나고 죽었지만 생애 대부분을 작센 궁정의 플루티스트로 지냈다. 그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형 요한 야코프와 바흐의 맏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프리드리히 대왕의 음악가가 될 크반츠를 가르치기도 했다. 2019년 전까지 E단조 협주곡과 A장조 소나타 단 두 곡만으로 알려졌던 뷔파르댕이지만, 그 가문의 이름을 딴 합주단도 있었을 만큼 존재감은 확고했다. 

적절하게 프라고나르를 표지로 쓴 무지카 안티콰 쾰른의 선구적인 앨범

무지카 안티콰 쾰른의 40년 전 녹음에 영감을 받은 올리비에 릴은 꾸준한 발굴과 녹음으로 뷔파르댕의 플루트 음악이 바로크와 고전주의의 가교였음을 탁월하게 증명했다.

연주: 올리비에 릴 (플루트), 르 프티 트리아농 앙상블

위 곡의 3악장, 훨씬 또렷하고 선명해졌다

CVS046 마랭 마레: 이국풍의 모음곡

장 시메옹 샤르댕. 비눗방울. 메트 뮤지엄

마렝 마레의 비올 모음곡은 쿠프랭의 건반 모음곡과 더불어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화수분이다. 마레는 다섯 권의 모음집을 냈고, 그 가운데 제4권에 <이국풍 모음곡>이 들어 있다. 제목과 같이 로뱅 파로의 비올과 세 통주저음 앙상블은 청자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타타르나 미국 같은 마레 당대의 오지(奧地)로부터 아리아드네가 페르세우스를 돕는 신화 속 미로까지 종횡무진이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하이라이트이자 마레 음악의 정수인 ‘르 바디나주’(희롱)의 속 깊은 농현에 이르면 이 음악이 그저 낯선 취향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화합과 공유, 관용의 손길임을 알 수 있다.

연주: 로뱅 파로 (비올), 앙상블 프레 드 보트르 오레이유

제라르 드 파르디유보다 멋지다. 영화를 다시 찍어야 할 듯


매거진의 이전글 트레비 분수를 샀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