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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Aug 08. 2022

트레비 분수를 샀나?

2022년 8월의 음반 리뷰

트레비 분수를 샀나?

ALPHA857 슈만: 노벨레텐, 새벽의 노래 외 Alpha

쇼크 드 클라시카

원래는 헬름헨인데, 헴헨이라고 영어식으로 불린다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부부의 곡을 엮은 전기적인 앨범. <노벨레텐>은 1838년 38세 슈만이 <어린이 정경>, <크라이슬레리아나> 같은 대표작과 나란히 쓴 만큼, 그의 이중 자아(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나 무언가(가곡의 반주)의 성격이 압축되어 있다. ‘노벨레텐’은 영국 성악가 ‘클라라’ 노벨로의 성을 복수로 옮긴 것이다. <새벽의 노래>는 <유령 변주곡> 직전에 쓴 최만년 곡으로 역시 정신병으로 삶을 마친 천재 시인 횔덜린의 <히페리온>에 착안한 시상을 전개한다. 헴헨은 간과된 두 곡에 더해 클라라의 <음악 야회>로 슈만의 삶을 관통하는 구심점이 누구였는지 새삼 보여준다.

연주: 마르틴 헴헨 (피아노)

사육제 느낌 아니까!


ALPHA828 브리튼: 오페라 <나사의 회전> Alpha

솔직히 선호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불쑥불쑥 나타난다...

심리소설의 대가 헨리 제임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나사의 회전>은 <피터 그라임스>와 함께 브리튼의 대표작이다. 젊은 가정교사가 장원의 두 남매를 가르치도록 고용된다. 가정부는 그녀에게 전임자 재슬 양과 관리인 피터 퀸스가 교재 중 의문사했음을 알려 준다. 가정교사는 아이들의 기행 역시 이따금 출몰하는 퀸스와 재슬 양의 악령에 홀린 탓이라고 확신한다. 강박에 사로잡혀 소년을 구하려던 그녀는 도리어 그를 질식해 죽게 만든다. ‘회전하는 나사의 방향은 틀 수 없다’는 은유이다. 영국의 기대주 벤 글래스버그는 열세 악기의 투명한 짜임새로 고딕풍 스릴러를 탁월하게 해석했다. 

연주: 샐리 매튜스 (소프라노), 라 모네 체임버 오케스트라, 벤 글래스버그 (지휘)

벨기에 공연 실황. 영상물이 나와야겠다

ALPHA830 안젤리카 디아볼리카 - 바로크 아리아집 Alpha

다섯 권 모두 절판되어 고가에 팔리는 무협지

잘츠부르크와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 빈, 런던, 마드리드의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고, 여러 레이블을 거치며 실력과 개성을 증명한 이탈리아 성악가 줄리아 세멘차토. 그녀의 알파 데뷔 앨범은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에 나오는 팜-파탈을 다룬다. 기독교와 이교도 용사들은 안젤리카, 마르피사, 지네브라, 알치나, 멜리사 등을 두고 질투와 우정, 용맹과 회한의 장면을 펼친다. 루이지 로시, 아고스티노 스테파니, 베르나르도 사바디니 등을 거쳐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과 니콜라 포르포라가 경쟁하던 바로크 황금기를 비추는 특별한 하이라이트이다.

연주: 줄리아 세멘차토 (메조소프라노), 바젤 실내악단

이것은 이미 <왕궁의 불꽃놀이> 아닌가!

A496 류트로 연주하는 프랑스 바로크의 사계절 ARCANA

트레비 분수를 샀나?

류트 연주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발레로톤다는 두 번째 아르카나 독집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기획으로 프랑스 17세기를 해부한다. 자연의 순환을 이루는 네 계절 겨울-여름-가을-봄에, 인간의 성정을 조율하는 4체액 흑담즙-담즙-점액-피, 그리고 네 조성 C단조-G단조-D단조-A장조, 또한 4원소 흙-불-물-공기 따위를 대응한 모음곡을 만든 것이다. 샤를 무통, 자크 갈로, 로베르 드 비세 등의 선집에서 가려 뽑은 22개 ‘류트의 사계절’ 모음곡은 B플랫장조의 ‘정신건강 또는 네 기질의 균형’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장 필리프 라모의 유명한 ‘신비한 바리케이드’가 바로 그 균형점이다.

연주: 시모네 발레로톤다 (류트)

심오한 여정의 적절한 마무리, 신비로운 바리케이드

A493 스트라델라: 오페라 <사랑과 기만> ARCANA

나오기만 해

이탈리아 바로크의 풍운아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를 발굴하는 앙상블 마레 노스트룸의 일곱 번째 결실은 오페라 <사랑과 기만>이다. 17세기 교황의 성악가 불피오는 2백여 권의 애장 악보집을 남겼는데, 이중 50편 이상이 스트라델라의 작품이다. 특히 키지 가문을 위해 쓴 오페라는 위촉자의 수준을 보여주는 걸작들이다. 납치된 누이를 찾아 떠난 페르시아 왕자가 뜻밖에 아랍 여왕의 시녀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왕자의 친구(이집트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 연적이 되어 결투까지 간 두 친구는 시녀가 사실 왕자가 찾던 여동생임을 알고 화해한다. 이국 탐험과 드러난 정체는 다가올 ‘근대’의 단골 소재이다.

연주: 앙상블 마레 노스트룸,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휘)

꼭 필요한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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