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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Sep 07. 2022

달나라 여행

2022년 9월 음반 리뷰

ALPHA832 바흐: 관현악 모음곡 BWV 1066-1069

캐나다 고음악 연주를 선도하는 올리비에 포르탱과 앙상블 마스크가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집에 이어서 또 하나의 수작을 내놓았다. 바흐가 전 생애에 걸쳐 꾸준히 연구해온 프랑스 모음곡 양식의 결정체를 세심한 고증을 거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후대 필사본만 전하는 곡들의 뿌리를 파고든 고증은, 모음곡 2번이 다른 악기를 위해 편곡되면서 변조했을 것이라는 확신 아래 플루트가 아닌 오보에 중심의 B단조(그간은 A단조)로 되돌려 연주한 데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유럽 최고의 녹음 장소로 떠오른 푸아티에 테아트르 오디토리움의 음향은 춤곡의 향연을 위한 완벽한 그릇이다.

악테온이냐?

ALPHA833 프랑스 바로크 아리아와 브뤼네트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giorgio domenico dupra (1689-1770) : maria barbara de braganza, 1711-1758. © museo del prado

‘오 나의 아름다운 브뤼네트’는 노래 가사에서 따온 듯하지만, 음반의 성격 자체를 이르는 제목이다. 브뤼네트는 갈색 머리 아가씨를 뜻함과 동시에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유행했던 음악 형식이기도 하다. 궁정 가요에서 유래한 이런 노래들은 연애감정이나 자연예찬의 주제를 기악 반주로 소화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독일에서 유행한 트라베르소 플루트와 가장 단짝을 이뤘다. 테너 메헐런과 안 베송(플루트)을 비롯한 아 녹테 템포리스의 기악 연주자들이 크리스토프 발라르의 선집을 중심으로, 코셰로, 마레, 쿠프랭, 당드리외 등 당대 대표 작곡가들의 속마음을 엿보았다.

갈색 머린 없음

CKD677 젠킨스: 4성부 콘소트 - 환상곡과 파반느

BBC뮤직매거진 만점

존 젠킨스(1592-1678)는 청교도 혁명 전후와 왕정복고 시기 비올 합주 음악, 콘소트의 대가였다. 영국 내전 당시 왕당파 귀족 가문의 악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찰스 2세 복권 뒤에 그의 음악가가 되었다. 다성합창을 기악에 적용한 콘소트는 솔깃한 화성음악이 지배하던 바로크 시대에, 고립된 섬나라 영국에서 특히 번성했다. 그러나 악기 간 상호 교감과 평등한 역할 수행은 이미 신분 이동이 활발하던 새로운 시대 기운을 대변한다. 앞서 린 레이블에서 5성부와 6성부 콘소트를 녹음한 로런스 드레이퓨스와 판타즘 앙상블이 또 하나의 완성도 높은 음반으로 젠킨스의 진가를 재확인해준다.

Cover Image© ‘Flying Robert’ (2014) by Alexander Polzin (b. 1973)

CKD680 모차르트의 바순 - 협주곡, 소나타, 세레나데

아일랜드 태생으로 아이리시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마르시아스를 이끌며 바로크 음악에 매진해온 피터 웰런이 모차르트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목관 협주곡 가운데 가장 앞선 바순 협주곡은 잘츠부르크 시대 초기의 경이로운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웰런은 이에 더해 흔히 첼로와 이중주로 연주되던 바순 소나타에 베주이던하우트의 하프시코드를 초대했다. 백미는 빈 시대 초기에 쓴 세레나데 12번 C단조이다. 목관 앙상블 하르모니무지크가 완벽한 교향악 짜임새에 협주곡을 더한 상차림으로, 이미 웰런이 지휘자로 소화 중인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를 예고한다. 

BZ1048 오펜바흐: 오페라 <달나라 여행> (하드커버 BOOK+ 전곡 2CD) 

독일음반비평가협회상,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는 오펜바흐의 <달나라 여행>과 조르주 멜리에스의 동명 영화를 거쳐 인류를 달에 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카프리스 왕자 일행은 큰 대포알을 타고 달에 도착한다. 달 사람들은 지구에 사람이 없다고 알았는데, 이들이 지구에서 왔다고 하자 무례하다며 감옥에 가둔다. 불쌍해하는 공주 덕에 풀려난 왕자는 공주를 보고 사랑하는데, 달에는 사랑이 없다. 지구의 사과를 먹고 공주도 왕자를 사랑하지만, 달에선 여성을 거래한다. 왕자는 사과로 술을 만들어 달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거래시장에서 공주를 얻는다. 온갖 난관을 뚫은 이들 눈앞에 찬란한 지구가 보인다.

연주: 국립 몽펠리에 옥시타니 오케스트라, 피에르 뒤무소 (지휘)Bru Zane

브뤼 잔 에디션의 값진 만듦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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