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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Sep 26. 2022

르네상스의 르네상스

2022년 10월 음반 리뷰

A528 델 친퀘: 3대의 첼로를 위한 소나타

Giovanni Panini, The Lottery in Piazza di Montecitorio, 1743-4 © The National Gallery, London

귀족, 사제이자, 시인, 화가이기도 했던 에르메네질도 델 친퀘(1700-1773)는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소나타 1백 곡 이상, 석 대의 첼로를 위한 소나타 열여덟 곡을 썼지만 오늘날 거의 잊혔다. 21세에 아르카디아 아카데미 회원이 된 그는 ‘포밀도 제라니아노’라는 아르카디아식 예명을 사용한 당대의 풍류가였다. 풍족한 가문임에도 검소한 삶을 살았던 델 친퀘이니만큼 그의 음악도 과장없이 담백한, 그러나 품위 있는 일상 대화 같은 짜임새로 18세기 로마를 조명한다. 일 포모도로의 수석 첼리스트 미나시와 그의 동료들이 작곡가가 실연했던 알템프스 궁전에서 첼로 레퍼토리의 신기원을 열었다.

연주: 루도비코 미나시 (첼로), 크리스티나 비도니 (첼로), 테오도로 바우 (첼로), 시모네 발레로톤다 (류트), 안드레아 바카렐라 (하프시코드)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일탈리아, 이탈리아, 삼탈리아!

ALPHA829 알베니스: 이베리아

아르헤리치와 바렌보임에 이어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넬손 괴르네르가 스페인 인상주의의 정수를 한 장에 담았다. 48세에 세상을 떠난 알베니스가 만년에 3년 동안 공들인 네 권의 모음곡을 평론가 얀켈레비치는 “말 그대로 전례 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드뷔시의 <영상>에 자극을 받았지만, 알베니스는 카디스의 건축, 세비아의 성체 축일, 알메리아의 플라멩코, 마드리드의 거리, 안달루시아의 가창 따위를 독창적 미학으로 승화하는 데 성공했다. 괴르네르는 시인, 무용수, 화가, 산책자가 되어 이베리아의 풍광을 주유하는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연주: 넬손 괴르네르 (피아노)

쇼크 드 클라시카

목소리는 별로지만 피아노는 잘 친다. 푸틴 아님!

ALPHA863 에스토니아 작곡가들의 관현악 작품집

파보 예르비의 애국적인 앤솔러지 앨범으로 에스토니아 현대 음악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쾨르비츠는 몽환적인 블루스풍 야상곡으로 달빛을 예찬한다. 크리굴은 <현>과 <활>을 역동적으로 표현했으며, 후자는 김기덕의 동명 영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그레고리오 성가와 동양음악, 프랑스 음향음악의 영향을 받은 툴베는 <그대 뒤의 그림자>로 일본 속담의 의미를 탐구한다. 발레 음악 전문가 아인츠의 <에스토니아 서곡>은 어린이를 위한 축제 서곡이며, 작고한 수메라의 <올림픽 음악 I>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개막한 요트 경기를 기념한 것이다.

연주: 파보 예르비 (지휘), 에스토니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FUG777 스트라빈스키: 피아노 독주와 편곡 작품 전곡집

‘현대음악의 차르’라 해도 과하지 않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전통적인 방식대로 피아노 앞에서 작곡했다. 수록곡 가운데 <불새>, <나이팅게일의 노래>, <요정의 입맞춤>, <카드게임>은 대편성 관현악, <뮤즈를 거느린 아폴로>는 현악 합주, <병사 이야기>는 실내악이 원곡이다. 알렉세이 추예프는 1982년 당시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저명한 알렉세이 루비모프와 엘리소 비르살라제에게 배운 탄탄한 실력의 피아니스트이며, 현재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의 교수이다. 추예프는 모스크바, 바젤, 베네치아로 직접 발품을 팔며 악보를 연구해 상당수 세계 첫 녹음인 다섯 장 전집을 완성했다. 

연주: 알렉세이 추예프 (피아노)

크레셴도 조커

RIC436 조스캥 데프레: 사랑의 노래 (세속 가곡집)

당대에 ‘음악의 공자’라고 불렸던 거장 조스캥 데프레는 오늘날 ‘르네상스의 베토벤’이라는 짐짓 거꾸로인 평가를 들어왔지만, 그 베일에 싸였던 삶과 예술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알려졌던 것보다 그는 이탈리아에 머문 시간이 짧았고(45년이 아닌 9년가량), 생애 대부분을 태어난 캉브레 지방(오늘날 프랑스와 벨기에 접경)에서 보냈다. 1989년 둘스 메무아르를 창단해 30년 이상 그 시대를 탐구해온 다드르가 최근의 발굴 성과를 한 데 묶었다. 잊혔던 가사를 찾아내고, 당대 기악과 세속곡이 모테트와 미사에 미친 영향을 짜맞추는 일로 ‘조스캥 르네상스’의 핵심에 한발 다가간다.

연주: 둘스 메무아르, 드니 레쟁 다드르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디아파종 도르

다음 음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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