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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Nov 09. 2022

자니콜로의 소나무

2022년 11월 음반 리뷰

ALPHA856슈만 & 비트만: 가곡집

피아니스트도 한곡 같이 노래한다

외르크 비트만(1973생)이 2013년에 쓴 가곡집 ‘타오르는 마음’은 수록된 클라분트의 동명 시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정상급 베이스 바리톤 크리스티안 히믈러는 오늘날에도 성악가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작곡가가 있음에 감사하며, 세심한 악상 표현을 언급한다. ‘재즈처럼’, ‘가성으로’, ‘지저귀듯’,‘유령처럼 창백하게’, ‘울부짖듯이’, ‘잇새로 노래하기’ 따위의 지시어는 슈만이 쓴 괴테와 레나우의 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념이다. 뿐만 아니라 비트만은 슈만의 가곡 멜로디나 반주를 자유롭게 인용하며, 낭만주의자들이 민요집 <어린이의 마술 뿔피리> 가곡집을 대한 방식을 계승한다.

연주: 크리스티안 히믈러 (베이스 바리톤), 안드레아스 프레제 (피아노)

디아파종 도르, 쇼크 드 클라시카

<레나우 시에 붙인 여섯 가곡과 레퀴엠> 가운데 제3곡 ‘만나자 이별Kommen und Scheiden’

CCS44022파가니니 & 롤라: 현과 바순을 위한 실내악 작품집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이라 채널 레이블이구나!

내로라하는 악단을 거친 안드레아 브레산은 현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수석이다. 그는 바이올린에 쏠린 파가니니에 대한 관심을 바순을 위한 소중한 실내악으로 돌렸다. 파가니니의 유일한 제자 카밀로 시보리의 악보 더미에서 발견한 <바이올린과 바순을 위한 협주곡 이중주>, 스웨덴 아마추어 연주자를 위해 쓴 <카니발 디베르티멘토>, 파가니니 당대의 팔방미인 알레산드로 롤라의 <콘체르티노>를 하나로 엮은 것이다. 희가극의 조역, 가령 <돈 조반니>의 레포렐로나 <세비야의 이발사>의 돈 바질리오 등이 내놓는 듯한 디저트를 맛보려면 진한 커피는 필수이다. 

연주: 안드레아 브레산 (바순), 조반니 구초; 가브리엘레 셰크 (바이올린), 다나 쳄초프 (비올라), 파오 코디나 (첼로)

CKD673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2번 "콰르텟자츠" & 15번

내지 해설은 앨런 조지가 썼고, 겉표지 사진은 제1바이올린 루시 러셀이 찍었다

쇼스타코비치 생전에 맺은 인연으로 50년 이상 그에 대한 독보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피츠윌리엄 사중주단은 창단 멤버인 비올리스트 앨런 조지가 아직 후배들과 화음을 이루고 있다. 다작은 아니지만 내놓는 음반마다 적잖은 반향을 불러모으는 이유는 선곡부터 녹음까지 치열한 장인 정신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45분에 이르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사중주는 같은 시기 베토벤의 형이상학과 경쟁하는 약동하는 생명력을 담고 있다. 단악장의 ‘콰르텟자츠’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슈베르트 권위자 브라이언 뉴볼드가 작곡가의 유고를 바탕으로 완성한 두 번째 악장을 더했다.

연주: 피츠윌리엄 사중주단

디아파종 만점

사이먼 월피시와 피츠윌리엄 사중주단. 음반과 무관

CKD692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브라질의 인상, 시바의 여왕 벨키스

레코딩 배경이 궁금한 앨범이다. 스폰서가 있나?

‘이탈리아의 브람스’라 불린 주세페 마르투치와 ‘러시아 5인조’의 좌장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인 레스피기는 도도한 이탈리아 음악가로 남기보다 밖으로 눈을 돌린 작곡가였다. 몇몇 관현악으로만 알던 그가 십여 편의 오페라를 썼다는 사실도 꾸준히 밝혀졌다. 볼로냐 태생인 그가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교수가 되어 쓴 <로마의 소나무>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단호히 거부하는 순수한 로마 찬양이다. 남미 여행의 추억을 담은 <브라질 인상>과 발레모음곡 <시바의 여왕 벨키스>가 청량하고 이국적인 레스피기 관현악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중견 이탈리아 지휘자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 호연이다.

연주: 알레산드로 크루델레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독일음반비평가협회상

자니콜로의 소나무

AVI8553494프로코피에프 & 체레프닌: 피아노 작품집

체레프닌은 손자도 있다!

2021 쇼팽 콩쿠르 2등상과 지메르만상(최고 소나타 연주)을 받은 신예의 Avi 데뷔 앨범. 드미트리 바슈키로프의 제자인 엘다르 네볼신에게 배워 러시아 악파를 계승한 가지예프는 러시아 모더니즘의 황금기를 조명한다. 프로코피예프는 니콜라이 체레프닌에게 관현악을 배웠고, 그의 아들 알렉산데르에게 영향을 미쳤다. 세 작곡가의 40곡 가까운 소품이 빚어내는 스펙트럼을 가지예프는 ‘여정’에 비유한다. 갈망과 향수, 광기와 빈정거림, 프랑스와 조지아를 오가는 모험은 중국 아내를 둔 아들 체레프닌의 끝 곡에서 푸시킨 동화에 이른다. 자신을 붙잡은 어부의 소원을 들어주던 물고기는 바다의 여왕이 되고 싶어하는 어부 아내의 청을 거절한다.

연주: 알렉산데르 가지예프 (피아노)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에 한해 앞서 러시아 발레단이 파리에 소개한 니콜라이 체레프닌의 <아르미드의 정자>. 음반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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