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음반 리뷰
ALPHA872 바바라 해니건 - 베르크 가곡과 말러 교향곡 4번
베르크로 전반부를, 말러로 후반부를 장식한 이 앨범은 팬데믹 기간 로테르담에서 연 무관중 공연의 실황이다. 피아노 반주(베르크)와 대편성 관현악(말러)을 실내악으로 편곡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단원 11인이 연주했다. 해니건은 ‘Sehnsucht’라는 제목이 세기말 빈을 대변하지만 정확한 번역은 어렵다고 말한다. 흔히 ‘갈망’, ‘동경’이라고 옮기는 ‘Sehnsucht’는 멀리 떨어진 사물, 사람을 향한 그리움, 간절함을 응축한 말이다.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악가로 또 지휘자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 해니건이 네덜란드 젊은 바리톤과 지휘자의 멘토로 신 빈 악파에 말러가 보여준 것과 같은 영향력을 전한다.
연주: 바버라 해니건 (소프라노), 라울 스테파니 (바리톤), 카메라타 RCO, 롤프 페르베크 (지휘)
오페라 다이아몬드
ALPHA891 라모: 조로아스트르 (1749년 초판본)
라모가 66세 원숙기에 쓴 <조로아스트르>는 당시 유럽에 널리 퍼진 프리메이슨 사상을 녹인 대작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후배 몽동빌의 가벼운 작품에 밀려나자 라모는 7년 뒤 줄거리를 간소화하고 음악을 감상적으로 다듬은 개작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연주되던 것은 이 1756년의 개정판이었지만 지휘자 알렉시스 코센코는 초판의 혁신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조로아스트르>는 프롤로그를 없애고 서곡의 역할을 강화했으며, 악기를 다면적으로 배치했다. 4막의 지옥 장면은 글루크를 예고하며, 조로아스트르는 장차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현자(자라스트로)가 될 풍모를 여기서 다듬는다.
연주: 조디 드보, 베로니크 장, 레이나우드 판 메헬런, 타시스 크리스토야니스, 알렉시스 코센코 (지휘), 나뮈르 실내 합창단, 레 장바사되르; 라 그랑드 에퀴리 앙상블
디아파종 도르, BBC뮤직매거진 만점
RIC440 코렐리: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벨기에 브뤼헤의 무지카 안티콰(MA) 페스티벌 경연은 톤 코프만, 스즈키 마사아키, 크리스토프 루세, 장 롱도, 쥐스탱 테일러 등을 배출했다. 2021년 우승자 테오도로 바우는 부상으로 이 음반을 녹음했다. 반주는 2018년 수상자 안드레아 부카렐라. 잘 알려진 원곡은 바이올린을 위한 것이지만, 1700년 출판된 이 계몽주의의 전령은 세기 내내 수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며 편곡되었다. 바우는 파리 도서관 판본 가운데 여섯 곡(2, 5, 6, 9, 11, 12번)을 골랐다. J. 솅크, K. 회플러, G. 핑거 또는 당대의 감바 명인 아벨과 같은 독일 음악가의 영향으로 보이는 이 판본이 준비된 신예의 거침없는 연주로 빛을 발한다.
연주: 테오도로 바우 (비올라 다 감바), 안드레아 부카렐라 (하프시코드)
디아파종 도르
RIC442 헨델: 살베 레지나
아비뇽에서 난 놀라운 신예 소프라노 쥘리 로제의 독집 음반은 해설에서 해묵은 한국 음악 교과서의 엉뚱한 언급을 소환한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함부르크에서 출발한 헨델의 유장한 음악 여정이 이탈리아(피렌체, 로마, 나폴리, 베네치아 순)를 거쳐 영국에 뿌리내리기까지 과정을 요약한 음반은 많지만, 종교음악이 세속음악에게 받은 수혈을 새 연구 성과(스웨덴에서 발견된 5도의 협주곡)를 더해 보여주는 이 앨범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바흐의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부성(父性)이라 한다면, 헨델의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은 모성(母性)과 같다는 점을 음반은 강조한다.
연주: 쥘리 로제 (소프라노),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
AVI8553518 하이든: 십자가 위 일곱 말씀, 산체스 베르두 셰바(일곱)
하이든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 일곱 말씀>은 1786년 스페인 카디스, 산타 쿠에바 오라토리오회의 위촉으로 작곡되었다. 관현악 원곡은 현악 사중주에 이어, 가사를 더한 오라토리오로 편곡되어 전 유럽에 걸쳐 성공을 거두었다. 안드레아스 슈페링은 현지답사를 거쳐 자신이 연주할 브륄 궁정 음악회에 적합한 편성을 확정했고, 함께 연주할 신작도 위촉했다. 호세 마리아 산체스 베르두(1968년생)가 바로 카디스가 있는 안달루시아 태생이고, 그는 하이든의 원곡에서 따온 모티프로 짧은 간주곡을 썼다. 슈페링과 산체스 베르두의 역사적인 탐구로 하이든의 현대성을 일깨운 빛나는 성과이다.
연주: 카펠라 아우구스티나, 안드레아스 슈페링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