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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Feb 09. 2023

허물어진 민속과 예술의 경계

카라바조의 <일곱 가지 선행>이 걸린 나폴리 미제리코르디아 교회

ALPHA880 바흐, 코다이,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작품과 민요

작곡은 독일이 하고 음반은 프랑스가 만들어야..

시라노시안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악장 사이에 어릴 때부터 익숙한 조국 아르메니아의

민요를 삽입해 직접 불렀다. 자연에 순응해 살던 사람들의 소박한 읊조림이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첼로와 공명한다. 뒤프레나 로스트로포비치를 동경한 시라노시안은 특히 야노시 스타커를

통해 코다이의 소나타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헝가리의 코다이 또한 그녀의 조상이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과 똑같이 작곡했다고 확신한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이 일어난 1915년에 소나타가

작곡되었기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코다이의 제자 리게티의 독주 소나타가 민속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연주: 아스트리그 시라노시안 (노래, 첼로) Alpha

음반 제목처럼 솔로인데 두오이다

ALPHA784 페르골레시: 스타바트 마테르 (1769년 파리 판본) / 하이든: 수난 교향곡

18세기 전반 나폴리악파가 낳은 천재 페르골레시가 26세 요절하던 해에 쓴 걸작 <스타바트

마테르>는 아버지뻘 바흐에서 모차르트의 제자 아이블러까지 수많은 음악가가 편곡했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깊은 영향을 미쳤다. 쥘리앙 쇼뱅은 파리 국립 도서관이 소장한 1769년 판본 대로 두

여성 독창자와 어린이 합창단을 기용해 녹음했다. 알파 레이블의 간판인 데보스와 샤르베의

표현력 충만한 음성이 날 선 기악 앙상블을 뚫고 폐부에 스며든다. 페르골레시와 같은 F단조인

하이든의 <수난 교향곡>은 나폴리악파가 멀리 독일의 ‘질풍노도 양식’에 미친 파장을 가늠하게

한다.

연주: 조디 데보스 (소프라노), 아델 샤르베 (메조소프라노), 메트리스 드 라디오 프랑스 합창단, 르

콩세르 드 라 로주, 쥘리앙 쇼뱅 (지휘)

Alpha 오페라지 다이아몬드

https://youtu.be/H5A05KcGifI


ALPHA825 바흐, 헤르텔,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눈을 뜨라 부르는 소리"가 안 들리나 봄

1994년생으로 2019년 뮌헨 ARD 콩쿠르에서 2위와 청중상을 수상한 바순 연주자 마티스

슈티어의 알파 데뷔 앨범. 바로크의 바흐와 감상주의/질풍노도 시기의 요한 빌헬름 헤르텔,

고전주의의 모차르트는 각기 아버지와 아들, 손자 세대를 대표한다. 슈티어가 가장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협주곡이나, 오보에 다모레를 위한 원곡을 편곡한 바흐보다 헤르텔에 특히 애착을

두었음은 앨범 제목 <감정 Sentiment>을 통해 직감할 수 있다. 바흐와 같은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나 바흐의 둘째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을 본보기로 삼았던 헤르텔이 그들의 감수성을

모차르트와 이어준다.

연주: 마티스 슈티어 (바순), 앙상블 레플렉토어 Alpha

등 돌린 바순은 생소하네... 

ALPHA793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 전곡

브리튼의 <나사의 회전>으로 알파에 데뷔한 영국 신성 벤 글래스버그(1994년생)가 또 하나의

눈부신 성과로 오페라팬을 들뜨게 한다. 최고 주가의 테너 니키 스펜스가 든든한 타이틀롤로 그의

우군이 되었다. <티토 황제의 자비>는 프리메이슨 징슈필 <마술피리>에 진가가 가렸지만,

계몽주의 이상에 충실한 메타스타시오 대본을 수명 연장시킨 음악은 갈수록 재평가 되고 있다.

황제에 품은 원한을 복수하려는 측근, 그들을 막으려는 친구, 그를 사랑하는 황제의 누이, 발각된

음모를 용서하는 황제의 자비. 숨 쉴 틈 없는 성악의 전율로 변방 루앙에 모차르트의 만년을 각인한

앨범.

연주: 니키 스펜스 (티토), 시노마 샤투로바 (비텔리아), 안나 스테파니 (세스토), 키아라 스케라트

(세르빌리아), 오트 노르망디 루앙 오페라, 악센투스 합창단, 벤 글래스버그 (지휘)

Alpha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CVS055 륄리, 라모, 글루크, 모차르트의 발레 음악

‘<서민귀족>에서 <오르페오>까지 춤곡의 양태’라는 부제가 음반의 내용을 요약한다. 절대왕정의

상징 루이 14세는 궁정 양식 전체를 유럽에 수출했다. 그 정점에 바로 춤이 있었고, 륄리와 국왕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르벨은 드라마에서 춤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라모는 양식화된 춤을

오페라 발레로 되돌렸다. 글루크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파리 공연 때 춤곡을 더욱

가다듬었고, 프랑스 접경 만하임과 파리에서 직접 그 진수를 맛본 모차르트는 만하임 공이 옮겨간

뮌헨에서 자리를 얻기 위해 <이도메네오>의 발레를 썼다. 괴벨은 춤의 백과사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연주: 라인하르트 괴벨 (지휘), 베르사유 궁전 오페라 오케스트라

루이 콰토즈가 보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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