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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Mar 10. 2023

봄은 프리마베라

2023년 3월 음반 리뷰

ALPHA885야나체크, 브람스, 버르토크: 바이올린 소나타

이 시대 최고의 탐험가 코파친스카야가 오랜 실내악 단짝 파줄 사이와 알파에서 내놓는 첫 두오 앨범. ‘팻코’는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사이를 처음 보고, 리스트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연주가가 악보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창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두 사람은 비교할 수 없이 독창적인 야나체크로 음반을 연다. 모라비아 민속 선율을 토대로, 전통을 돌아보지 않고 현대로 내달은 천재의 작품이다. 브람스 만년의 걸작에서도 인상주의와 20세기 음악의 단편을 엿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추상 민속화의 효시인 버르토크의 숨은 걸작은 기교의 한계를 시험한다.

연주: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바이올린), 파줄 사이 (피아노)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사이가 리스트면, 팻코는 엘리 다라니(Jelly d'Arányi)쯤 되는 건가?

ALPHA897라흐마니노프: 저녁 기도, 비잔틴 성가

독보적인 고전을 민속과 연결하는 작업을 해온 시몽 피에르 베스티옹이 러시아 정교회 음악에 도전한다. 피아노 음악에 한정되기 일쑤인 라흐마니노프의 본질은 ‘종교적인’ 작곡가라는 것에 착안해 <저녁 기도>를 비잔틴 성가들과 대비시킨다. 그는 라흐마니노프가 합창단을 하나의 발성 기관처럼 다루는 동시에 오케스트라와 같은 화성을 사용하도록 곡을 쓴 천재성을 간파한다. 저녁 기도부터 새벽 기도까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동방정교  예배가 점차 슬라브화 되고, 거기에 서양 음악이 도입되면서, 최종적으로 라흐마니노프가 이룬 예술적 교차수정의 경이로운 성과를 기록했다.

연주: 라 탕페트 합창단, 시몽 피에르 베스티옹 (지휘) Alpha

첨 듣고 두통약 먹었는데, 다시 들으니 비잔틴 문명에 끌린다

A534그랜드 투어 베네치아 - 베라치니, 피젠델, 첼렌카, 비발디 외

뒷날 작센 선제후이자 폴란드 왕이 될 젊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투스 2세가 1716년 6개월 동안 베네치아에 머문 것이 음악사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탁월한 앨범. 왕자는 보헤미아 명인 피젠델과 첼렌카 같은 작센 궁정 음악가를 대동하고 베네치아에 와 비발디, 로티와 만나게 했다. 하이니헨은 이미 5년 전부터 그곳에서 존경받는 음악가였다. 왕자의 귀국 뒤에는 거꾸로 베라치니가 드레스덴에 초대받았고, 비발디도 드레스덴 악단에 포함된 다양한 독주악기를 보고 협주곡의 외연을 확대했다. 각각의 존재감이 미친 긍정적 도약의 산물이자 교류와 통합의 소중한 증거이다.

연주: 체피로 앙상블,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 (지휘, 오보에)ARCANA

정말 좋은 기획과 선

CKD655 모차르트와 J.C. 바흐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내가 니 애비다?

신표현주의 화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네 손>으로 장식한 커버는 이 음반의 다양한 색조와 양태를 요약해 보여주는 듯하다. 모차르트는 1764년 첼시에서, 1778년 파리에서 바흐의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을 만났다. 두오 피아노곡에 대한 상류 사회의 수요에 부응한 두 사람은 당대 피아노의 한계를 보완하는 양식을 탄생시켰다. 리처드 이가는 직접 적은 내지에서 이런 곡들이 ‘스무고개’나 ‘술래잡기’처럼 흥미진진하다고 표현한다. 기스 빌더롬이 복원한 안톤 발터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한 두 사람의 판박이 프로필 가운데 한 가지 다른 점은 <스타트랙>에 대한 호불호이다. 누가 팬일까?

연주: 두오 플레옐 (리처드 이가; 알렉산드라 네폼냐시차야, 포르테피아노) Linn

BBC뮤직매거진 초이스

RAM2108프랑스 초기 낭만파 음악가들의 오보에 음악

베를리오즈는 안 나온다

크리스토퍼 말라메타는 여러 바로크 앙상블에서 활동 중인 중견 오보이스트이다. 그는 상식과 달리 19세기 중반 프랑스가 그랜드 오페라에 취해, 앞서 오보에가 성취한 많은 것을 잃을 위험에 처했었다고 주장한다. 베를리오즈의 활동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말라메타는 열 개 키를 가진 귀욤 아들러의 프랑스 오보에와 에라르의 포르테 피아노로 베를리오즈 당대 오보에 명인들이 만들어낸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음색의 정수를 탐험한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묻혀 한 번도 녹음된 적 없는 음률을 통해 악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했던 베를리오즈가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주: 크리스토퍼 팔라메타 (오보에), 올리비아 샴 (포르테피아노)RA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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