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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Apr 05. 2023

밤은 낮으로, 낮은 밤으로...

2023년 4월 음반 리뷰

RIC446 밤의 음악 - 16세기 류트 가곡집

표지 그림의 일부이다. Adam Elsheimer (1578-1610), Flight into Egypt

바리톤과 류트 두오 앙상블 ‘달콤한 유물Dulces Exuviae’은 베르길리우스의 <에네이드>에서 이름을 따왔다. 트로이의 에네아스에게 버림받은 디도 여왕이 자결하기 전에 읊은 노래의 첫 두 단어이다. 2019년 조스캥 데프레 이후 내놓은 두 번째 앨범에서 이들은 르네상스의 야상곡을 탐구한다. 마키아벨리의 희곡 <만드라골라>에 나오는 칸초네인 첫 곡 ‘달콤한 밤’은 단순히 시간을 밤으로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듣는 이를 500년 전으로 데려간다. ‘황혼’에서 시작해, ‘고독’, ‘꿈’, ‘달빛’, ‘새벽’으로 이어지는 야경(夜警)이 끝 곡 비틀스의 ‘블랙 버드’에 이르면 이내 현대로 돌아온다.

연주: 둘스 엑수비에 앙상블: 로맹 보클러 (바리톤); 보르 쥘얀 (류트)

RICERCAR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이달의 음반)

첫 곡은 <만드라골라>에서 다뤘고, 맘에 안 들지만 여기까지 본 보답으로 비틀스

ALPHA899 풀랑크: 인간의 목소리; 신포니에타

그녀는 통화 중...

천재 문인 장 콕토의 희곡에 붙인 풀랑크의 모놀로그 오페라 <인간의 목소리>는 1959년 소프라노 드니스 뒤발이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로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녹음이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40여 분 동안 성악가는 목소리 자체가 되어 언어의 한계를 초월해야 한다. 며칠 전 실연한 여인이 상대와 다시 통화한다. 애써 잘 지내는 체하다 하다가도 혼선으로 전화가 끊기자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다. 사실 앞서 한 말은 모두 허세였고,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려다 실패한 것.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소통 부재와 인간 본성의 유약함이 부딪히는 곳에서 베로니크 장의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

연주: 베로니크 장 (소프라노), 릴 국립 오케스트라, 알렉상드르 블로슈 (지휘)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쇼크 드 클라시카, 텔레라마 만점

바버라 해니건이 북 치고 장구 치는 공연..

ALPHA892 모차르트, 하이든, 살리에리 - 마술오페라

부르크 극장과 테아터 안 데어 비덴의 경쟁에 대한 흥미진진한 음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에서 맹활약 중인 콘스탄틴 크리멜의 야심 찬 프로젝트. 18세기 독일 문예학자 크리스토프 마르틴 빌란트는 셰익스피어 소개에 앞장섰다. 프리메이슨 단원 빌란트가 대본을 쓴 <요정의 왕, 오베론>과 모차르트도 작곡에 참여한 <현자의 돌>은 뒷날 <마술피리>의 토대가 되었다. 세 작품의 제작자 에마누엘 시카네더는 모차르트 사후 <마술피리 2부>를 페터 폰 빈터에게 맡겼고, 하이든의 이탈리아어 오페라 <오를란도 팔라디노>도 상연했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에게 영향을 준 살리에리의 <프로포니오의 동굴>까지, 오페라를 지배한 ‘마성’을 되살렸다.

연주: 콘스탄틴 크리멜 (바리톤), 뮌헨 호프 카펠레, 뤼디거 로터 (지휘)

<마술피리 2부>는 첨 들어 본다

FUG794 쇤베르크: 실내 교향곡 1번, 베베른: 교향곡 외  

Cover Photography by Christopher de Béthune

스위스 태생의 오보이스트이자 작곡가이도 한 하인츠 홀리거와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팬대믹 중 무관중 녹음. 20세기 초 신 빈 악파를 연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그의 가장 충실한 제자였던 안톤 베베른의 작품으로 꾸민 공들인 프로그램은 2013년에 1집이 나왔다. 직후 하피스트이자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 우어줄라를 잃은 홀리거가 다시 연작에 착수한 것. 쇤베르크가 맞은 선배 말러의 죽음, 베베른에게 닥친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수록곡에 미친 영향 또한 홀리거의 상실과 맞물린다. 그는 두 작곡가의 치밀한 대비를 위해 직접 쇤베르크의 피아노 소품을 관현악 편곡했다.

연주: 하인츠 홀리거 (지휘),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

Fuga Libera 쇼크 드 클라시카, 크레센도 조커

진짜 음악임

RIC449 헨델: <솔로몬> 전곡

<삼손>과 <세멜레>에 이은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의 세 번째 헨델 녹음으로, 역시 벨기에 나뮈르 축제 실황이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고음악 지휘자 알라르콘이 젊은 성악가들을 기용해 구약 성서의 논란 많은 인물과 그 주변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괴팅겐 헨델 페스티벌에서 기량을 다진 미국 카운터테너 크리스토퍼 로리 외에 앞서 알라르콘의 세멜레였던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라빈 등이 그들이다. 성전을 완성하고 파라오의 딸과 사랑을 나누는 1부, 그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을 집행하는 2부, 아름다운 시바의 여왕을 맞이하고 정분을 나누는 3부가 숨쉴틈 없이 휘몰아친다.  

연주: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나뮈르 실내 합창단,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 (지휘)

RICERCAR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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