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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Jun 07. 2023

마리아와 마리아

2022년 10월 볼로냐에서 촬영

ALPHA945 바흐: 삼위일체 축일을 위한 칸타타 BWV78, BWV60, BWV47 

삼위일체 축일은 성령강림절(부활 50일 뒤) 다음 일요일이다. 이때부터 성탄절까지 27주 동안(거의 반 년) 축일이 없다. 원숙기의 바흐는 라이프치히에서 연중 칸타타를 써야 했다. 그에게 삼위일체 축일은 긴 안목에서 아이디어를 시험할 숨통을 열어주는 출발점이었다. 다미엥 기용은 바흐가 첫 3년 동안 쓴 삼위일체 축일 칸타타 셋을 택했다. 열한 명의 기악주자가 뽑아낸 직물에 네 성악가가 무지갯빛 수를 놓는 장관이다. 모드 그라통은 그 사이에 장남을 위한 오르간 트리오 소나타와 실험적 양식을 총동원한 오르간 전주곡을 끼어넣었다. 데생과 완성작을 한 데 모은 값진 앨범이다.

연주: 르 방케 셀레스트, 다미엥 기용 (지휘, 카운터테너)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이보다 좋긴 힘들다

ALPHA739 코파친스카야 & 프로하스카 - 마리아, 성모와 막달레나   

전위의 두 여전사가 뭉친 접점은 흔히 간과되는 20세기 스위스 작곡가 프랑크 마르탱의 <세 폭의 마리아 제단화>. 코파친스카야는 마르탱의 실내악을 녹음했고(<Time & Eternity> 앨범), 프로하스카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의 묘약>에 참여했다. 특히 그녀의 조부인 지휘자 펠릭스 프로하스카는 마르탱에게 <마리아 제단화>를 위촉한 슈나이더한/제프리트 부부와 절친했다. 이 뼈대에 두 사람은 H. 폰 빙겐, A. 칼다라, J. 하이든, G. 홀스트, G. 크럼, G. 쿠르타크 등을 살로 붙였다. 성모와 막달라 마리아의 공통분모를 음악으로 투사한 독창적인 콜라주이다.

연주: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바이올린), 안나 프로하스카 (소프라노), 카메라타 베른 Alpha

마르탱: <마리아 세 폭 제단화> - 2. 마니피카트

CKD708 비올 콘소트로 연주하는 바흐 평균율 3집 

판타즘의 평균율 콘소트 프로젝트 완결편. 바흐의 건반을 위한 촘촘한 대위법을 현악 합주로 해부하려는 시도는 모차르트도 수행했다. 모차르트도 그랬듯이 로런스 드레이퓨스도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전체를 맹목적으로 편곡하지는 않았다. 평균율 48곡 가운데 38개 푸가를 편곡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전주곡 상당수는 포기했다. 다성이 아닌 전주곡은 푸가와 달리 편곡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드레이퓨스의 대안은 선법에 기초한 <건반을 위한 모음곡 3집>의 합창 전주곡들이다. 궁극적으로 바흐가 꿈꿨던 조성과 화성의 망망대해로의 항해를 완수한다.

연주: 판타즘 Linn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BBC뮤직매거진 이달의 음반 

A538 밀라노의 모차르트 - 엑술타테, 유빌라테 외 

프란디는 모차르트 이전 이탈리아 음악을 꾸준히 추적한다. 이번에는 모차르트가 1773년 뮌헨에서 초연한 모테트 <엑술타테, 유빌라테>의 뿌리를 1770년 밀라노 방문에서 찾는다. 일찍이 바흐의 막내아들 요한 크리스티안이 밀라노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대성당 오르가니스트가 되어 쓴 곡이 <딕시트 도미누스>와 <마니피카트>이다. 동시대 밀라노에서 활동한 피오로니와 키에사의 모테트를 더해 모차르트가 이 도시에서 얻어간 자양분을 소개한다. 역시 뒷날 뮌헨에서 쓴 짧은 모테트 <미세리코르디아 도미니>의 반주부에는 베토벤 ‘환희의 송가’와 똑같은 선율이 등장한다. 

연주: 로빈 요한센 (소프라노), 카를로 비스톨리 (알토), 라파엘레 조르다니 (테너), 알레산드로 라바시오 (베이스), 기슬리에리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줄리오 프란디 (지휘) ARCANA 

바이올린 선율: '환희의 송가'!

AVA10522 말러: 뿔피리 가곡집

말러 애호가의 관심을 모은 클라라 폰스 감독의 영화 <요술 뿔피리>의 사운드 트랙. 영화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제1차 세계대전 회고록인 <어제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에피소드로 이뤄진다. 말러는 낭만주의 시인 브렌타노와 아르님이 채록한 민요 <어린이의 요술 뿔피리> 가운데 스물네 편에 곡을 붙였고, 그 가운데 열넷은 관현악 반주로 편곡했다(데틀레프 글라너트가 나머지 열 곡을 편곡해 수록). 헨셸은 작곡가인 동시에 위대한 오페라 지휘자였던 말러가 이 모음집에 부여한 극적인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원어민에게도 어려운 옛 독일어를 직접 영어로 번역했다.

연주: 디트리히 헨셸 (바리톤), 보훔 교향악단, 스티븐 슬로운 (지휘)  AVANTI  

영화 <요술 뿔피리> 가운데 교향곡 2번에 삽입될 '태초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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