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음반 리뷰
ALPHA1013 버르토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비올라 협주곡
비제와 풀랑크의 오페라에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까지 폭넓은 음악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는 북프랑스의 악단이 그 관심을 중부 유럽 헝가리까지 확장했다. 벨라 버르토크가 미국으로 건너가 쿠세비츠키를 위해 작곡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지난 이력의 총결산이며, 윌리엄 프림로즈가 위촉한 <비올라 협주곡>은 미완성 유작이다. 무대 음악에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 블로슈는 <오케스트라 협주곡>의 드라마틱한 성격을 유감없이 부각했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비올라 수석주자인 아미하이 그로스는 ‘백조의 노래’의 계시적인 감수성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연주: 아미하이 그로스 (비올라), 릴 국립 오케스트라, 알렉상드르 블로슈 (지휘)
Alpha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ALPHA1002 라벨 &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알파 레이블에서 드보르자크와 슈베르트의 실내악으로 존재감을 확대해 온 부슈 트리오가 가장 중요한 20세기 피아노 삼중주 두 곡을 한 데 모았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후 혼신의 힘을 다해 쓴 라벨의 트리오는 그의 뿌리인 바스크 지방의 토양과 전쟁에 대한 치열한 몸부림이 녹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겪은 공포와 심장마비로 죽은 친구 이반 솔레르친스키에 대한 애도를 결합한 쇼스타코비치의 곡은 라벨의 선례에 대한 반향이다. 파사칼리아 양식을 포함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곡은 반전주의자 아돌프 부슈의 이름을 딴 젊은 트리오에게 숙명과 같은 레퍼토리인 셈이다.
연주: 부슈 트리오
Alpha
ALPHA992 글루크의 테너 - 르그로스를 위한 아리아
메헬런의 ‘오트 콩트르’ 시리즈 완결판. ‘오트 콩트르’란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의 주역을 맡던 하이 테너를 말한다. 륄리의 주역 골라르 뒤메니를 위한 1집, 라모의 간판이던 피에르 젤리오트를 위한 2집에 이어, 이번에는 글루크의 스타였던 조세프 르그로(1739-1793)를 조명한다. 메헬런은 고세크, 그레트리, 베르통, 아들 바흐, 피친니 그리고 누구보다 르그로 이력의 전환점이던 글루크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오늘날의 ‘테너’ 이전에 존재했던 섬세하고 진정 영웅적인 목소리의 진면목을 밝혀낸다. ‘기억 너머로부터’란 의미인 그의 악단 또한 당대 무대를 눈에 보일 듯이 펼쳐낸다.
연주: 레아나우드 반 메헬런 (테너), 아 녹테 템포리스 앙상블
Alpha 오페라지 다이아몬드
RAM2208 바흐: 푸가의 기법 (시대악기 앙상블 버전)
음반의 제목 ‘렘니스케이트’란, 숫자 ‘8’이나 무한대 기호(∞)처럼 영원히 반복되는 곡선을 말한다. 하프시코드 주자이자 고음악 앙상블 뉴 콜레기움의 리더 클라우디오 리베이로는 오케스트레이션에 가장 공을 들였다. 콘트라풍크투스 5번은 단아한 ‘옛 양식’으로, 6번은 프랑스풍 모음곡의 서곡을 수놓는 화려한 장식으로, 18번은 쿠프랭이나 라모의 ‘연주회용 클라브생 곡’(‘장미 한 송이 피어나네’와 같은 시상을 불어넣어서)으로 풀어낸다. 3번의 비올라 독주는 ‘다시 만나자’는 작별인사로 들리며, 궁극적으로 바흐의 ‘영원회귀’ 주제를 향해 음악과 주자들이 혼연일체를 이룬다.
연주: 뉴 콜레기움, 클라우디오 리베이로 (하프시코드, 지휘)
RAMEE
RAM2202 1723 - 바흐, 비버, 코렐리, 피젠델의 바이올린 소나타
바흐가 1723년 라이프치히에 온 지 30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그해 바흐는 인근 슈퇴름탈에서 오르간 장인 질버만의 제자 헬데브란트가 제작한 새 악기를 시연했다. 같은 해 독일 현악기 제조장 다비트 테흘러는 로마에서 아름다운 바이올린을 만들었다(바흐의 유산 목록에 들어 있는 슈타이너 바이올린과 같은 스타일이다). 잉글리시 콘서트의 리더 츠비너와 토마스 교회 오르가니스트 랑은 바흐의 소나타 두 곡, 그에게 영향을 준 이탈리아의 코렐리와 베르탈리, 잘츠부르크의 비버, 그리고 당대 드레스덴의 악장이던 피젠델의 곡을 이 특별한 두 악기로 편곡해 녹음해 뜻깊은 해를 기렸다.
연주: 나디아 츠비너 (바이올린), 요하네스 랑 (오르간)
RAMEE
300년 뒤 기억될 2023년의 작품은 어떤 것인가?
흰 눈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