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골무일기

테베는 두 곳이다

베르디와 스트라빈스키

by 정준호

하버드 대학의 번스타인은

스트라빈스키의 <오이디푸스 왕>

가운데 요카스타의 노래가

어디서 온 것인지 일주일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끝에

베르디의 <아이다>에

나오는 연민과 권력의 대화에서

왔음을 추론하는 데 성공했다.

위의 노래가

아래 노래를 ‘네오 처리’한

결과라는 말이다.

(앞의 10초씩만 들어보자)

오래전 이 대목을 본 나는

베르디의 작품들 가운데

그나마 <아이다>를

언급할 만하다고 얘기했고

주위의 베르디 팬들의

조롱을 샀다.

“폼 잡더니 <아이다>냐?” 고.


번스타인은 스트라빈스키가,

잘난 20년대에 하필 철 지난

<아이다>를 인용한 것을,

풍요로운 조성의 대지에서 드러난

일종의 계시라 평가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오랜만에 그 강연을 다시 보던 나는

<오이디푸스>와 <아이다>의

연결 고리가 우연이나 계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음을 문득 알아차렸다.

두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모두 테베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명이 같지,

같은 장소는 아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백제성이

우리나라 삼국시대와는

무관하듯이...

그래서 인터넷도 없고

뭘 찾기 힘들던 시대에는

두 작품에 나오는 테베가

같은 곳인 줄 았았다.

오이디푸스가 이집트까지 갔구나!

그게 아니었다.


그리스의 테베는 아테네에서

60킬로미터 북서쪽에 있는

도시이다.

이집트의 테베는

현재의 룩소르에 있던 고도이다.

이집트 중왕국과 신왕국

(기원전 21세기-11세기)

수도였던 테베에는

최고신 아문 라를 모시는

카르나크 신전이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영악한 네오 처리는 비단,

조성의 풍요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초월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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