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골무일기

4월은...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by 정준호

1803년 독일 바이에른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에서

11-13세기 양피지 문헌이

뭉터기로 발견되었다.

800px-CarminaBurana_wheel.jpg

이후 나폴레옹 시대에

수도원이 철폐되면서 문헌은

바이에른 국립 도서관으로

이관되었다.

모차르트가 <이도메네오>를

초연한 뮌헨 궁정 내 도서관이다.

1280px-MUC_-_BSB.JPG 지금은 자리를 옮겼다

1847년 도서관 사서

요한 안드레아스 슈멜러는

이 중세 시가집을

『Carmina Burana』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바이에른의 노래들’이란 뜻이다.

부제는 ‘술, 여자, 노래’

(Wein, Weib und Gesang)였다.

이 시가집의 인기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같은 제목의 왈츠를

작곡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티는 올해도 이 곡을 지휘했다. 취향 저격?

<카르미나 부라나>는

봄이 소생하는 시기

청춘남녀가 제짝을 만나기까지

편력의 즐거움을 그린다.

모든 것이 운명에 달렸으니

각자 맡은 소명에 충실하든지

술이나 마시자는 세속가요이다.

수도사들 참 돌아이다.

Kloster_Benediktbeuern-1.jpg 베네딕트보이에른 수도원. 우리도 아직 못 가봤다

1934년 뮌헨 작곡가 카를 오르프는

문헌 중 스물네 곡을 골라 작곡했다.

오르프의 음악은 1927년에 나온

스트라빈스키 <오이디푸스 왕>의

독일판이라 할 만하다.

베르디의 <레퀴엠> 같은

압도적 화력을 뽐내는가 하면

말러의 <천인 교향곡>처럼

성층권을 맴도는 콜로라투라가

현기증을 불러온다.

스트라빈스키의 <결혼>에 나오는

타악과 원시 리듬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아름다운 곡

이 곡은 워낙 개성이 강해서

어디에 쓰기 참 어색한데

우리 영화에 나온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엉뚱한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임을 알았다.

성배를 든 왕의 소생으로

대지의 불모가 치유되는 장면이다.


그리하여, 다음 장면이

설명된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무딘 뿌리들을

휘젓는다.


이 넉 줄을 얘기하려고

이렇게 돌고 돌아올 일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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